개인적으로 여러 명이 써 놓은 소설집을 읽고 이렇게 우울함을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서글프고 고단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을 이렇게 매일매일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무슨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 참고 견디면서 내일을 꿈꾸어야 하나.
2008년 수상작품집이니 2007년부터의 우리 시대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현재 삶의 모습일 텐데, 정말 한 편 한 편 우울하기 짝이 없다. 막연히 사는 게 힘든 모양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이렇게 기운이 안 나서야... 싶던 것들이 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 비록 오래 살아온 게 아니지만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인데, 지난 날 아무리 암흑같은 세월이라고 해도 그때는 버틸 무언가가 숨은 빛처럼 우리를 끌어당기고는 있었는데.
늙어가는 것도 두렵고 죽음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일도 지긋지긋할 것 같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찌 이리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살아서는 살만하다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루하루가 그래도 좋은 것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계속 살아야만 하나 그리고 왜 살아야 하나 싶어진다면 얼마나 기막힐 것인가.
이만큼의 집중력을 쏟아 읽기도 어려운데, 또 이만큼 맥빠지는 독서여서 더욱 처량하다. 책 탓이 아니라 시대 탓이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해도 기운이 되살아나지 않는 독서 후기다. (y에서 옮김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