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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6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1월
평점 :
끝이 있을 리가 없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나 이 책을 읽는 나나 취해서 정신을 잃는 부작용을 겪지 않은 채로 간접 혼술을 계속 한다. 마셔도 마셔도 변함없이 좋고 함께 곁들이는 모든 안주도 맛나다. 실제로 내가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은 책 속 종류의 10분의 1도 안 될 것 같은데.
한번도 책들을 펼쳐 놓고 비교해 본 적은 없지만, 오래 읽어 온 느낌으로 에피소드를 다루는 형식은 같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일을 마치고 홀로 한 잔 하기 위해 찾은 가게, 일 속에서 느꼈던 특별한 감정이나 의문점을 혼자 기울이는 술잔과 더불어 차분하게 해결하는 주인공. 낮은 비록 고단하였으나 밤은 마침내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누구나 바랄 만한 일상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이와 함께 하는 일의 과정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능력을 갖춘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살았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영역은 무시되거나 희생되는 것도 당연하게 취급받으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시대다. 남들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혼자 누리는 시간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하여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나 공간이 없는 이는 다른 사람과도 원만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가격의 부담 없이,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내가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즐기는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진다면 좋을 것이다. 주어진다는 상황이 거북하다면 스스로 마련해 보는 것도. 나는 이 만화책을 계속 구해 보려는 것으로 대신하리니. (y에서 옮김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