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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17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2월
평점 :
술을 소재로 삼은 만화를 번갈아 가면서 쉼없이 보다 보니, 늘 술에 약간 취해 있는 듯 괜찮은 기분이 든다. 만화 중독인지 술 중독인지 혼자 헤실거리면서 가늠해 보는데 몰라도 또 괜찮다. 무슨 상관이람, 이렇게 사는 날도 있는 것이지, 나를 한쪽으로 아주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이 만화는 젊은 여성 직장인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홀로 술을 마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럴 듯한 가게를 찾아서 맛있는 안주와 그에 잘 어울리는 술을 마신다는 에피소드. 술도 종류별로 등장하거니와 매번 다르게 나오는 안주가 더없이 시선을 끈다. 술도 안주도 실제로 먹어 볼 생각은 없으면서 나는 그림만으로 충분히 즐긴다. 상당한 대리만족이다.
현실에서 해낼 수 없는 일을 만화로 대신하는 즐거움, 무능도 결핍도 원망도 한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잘것없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삼았다. 같은 내용의 만화를 뭘 그리도 줄기차게 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은, 내가 나에게 던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지속은 스스로를 돌보는 데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답을 만들어본다. 궁색하다. 그런데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y에서 옮김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