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호빵 웅진 우리그림책 132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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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이 맛있었던 겨울이 있었다. 지금 이 시기에도 누군가는 자신만의 취향을 따라서 호빵을 골라 먹고 있을 것이다. 호빵의 종류도 어찌 이리 많아졌는지. 그 옛날 동네 슈퍼에는 호빵을 담아 찌는 기계가 출입구 앞자리에 당당하게 놓여 있었다.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주로 맡고 있는 것 같던데 안 사 먹어 봐서 잘 모르겠다. 


숲속 동물 친구들이 동백잎으로 호빵을 만든다. 이 호빵을 동박새 가족에게 배달하는데 마음도 참 따뜻한 친구들이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는 동박새 가족들뿐 아니라 숲속의 많은 다른 친구들도 동백 호빵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내 배고픔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웃의 배고픔을 헤아리고 달래줄 줄 아는 마음씨는 몇 살 때부터 사라지나? 남 탓할 게 아니다, 내가 먼저 알아차려야 하는 것을.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따뜻한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시절, 먹을 것도 나누는 마음도. 다정하고 예쁜 그림책의 한 쪽 한 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지러운 마음들이 스르르 사라진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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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51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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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간되어 있는 마지막 권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셈이다. 찾아보니 2022년 1월에 1권을 읽었다. 첫 책부터 사 모으기로 한 걸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만화였는지 술이었는지 모르겠다. 

책마다 사계절은 한결같이 펼쳐져 있었다. 소다츠는 좀처럼 늙지도 않고 연애도 안 하고(못 하는?) 있고 승진도 안 한 것 같고 영업일은 열심히 하면서 날마다 술을 마시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세상처럼 보인다. 이것대로 또 좋을 것 같아서 부러운 기분도 든다. 천국이라는 곳이 하는 일도 없이 마냥 노는 곳이 아니라 적당한 일과 적당한 성과와 적당한 휴식이 있어야 한다더니 이 만화 속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늘 한 잔씩 할 수 있다면야.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술보다 안주를 더 눈여겨 보았고 소다츠가 만나는 동료들에게 더 흥미를 느꼈다. 가장 관심이 생기는 쪽은 가게의 주방장들이었다. 어쩌면 다들 이리도 안주를 맛있게 만들어 내던지. 이런 가게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현실의 가게들을 찾아 다녔을까? 실제로 취재를 하기 위한 여러 지역의 술집 탐방기를 실어 놓았는데 그 글들도 재미있게 읽곤 했다.(이번 권에는 없지만.)  

완결된 것이 아니라 아쉽지 않다는 게 좋다. 천천히 만나게 되겠지만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마저 섭섭하면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될 것이고. 나는 이미 다 잊었으니까. (y에서 옮김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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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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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다 보면 소설과 에세이 중에 한 쪽으로 호감이 쏠리는 경우가 있다. 이 작가의 경우는 아직까지 에세이가 나랑 더 맞다. 경쾌한 문체나 독특한 시선이 소설보다 에세이에서 더 감동을 받게 한다. 왜 그런지 이 소설로 괜히 따져 보고 싶어졌다.


내가 우리나라 영화나 소설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부분이 있다. '욕설'이다. 아무리 영화나 소설의 주제 형상화에 기여도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욕설이 나오면 거부감이 생긴다. 읽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게 된다. 영화에서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욕설을 하는 장면을 보면 이질감이 확 생기고(괜히 배우들의 인간성마저 의심이 되고), 글자 사이에서 욕설을 발견하게 되면 그만 수정 테이프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다.(욕설에 민감한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욕설을 쓰지 않으면 대본이나 글이 안 되는 것일까, 의아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이 소설집의 앞쪽 소설에 욕설 몇 부분이 나온다. 많은 것도 아니고 정말 몇 부분이다. 그럴 수도 있을 흐름이다. 그럼에도 나는 무감해지지가 않았다. 이 때문에 읽지 않은 뒷쪽 소설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집중력이 슬금슬금 떨어져 버렸으니까. 각 소설의 소재에서 참신함도 느꼈고, 인물들이 그리는 삶의 단편에 흥미가 생기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있으면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내용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추측도 해 본다. 여자인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은 부분,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들이란 싶을 때의 버릇들 따위. 아마도 내가 그런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 욕설로 연결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요즘은 여자들도 욕을 잘 하기도 하니까 이 또한 편견이 되겠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욕설 몇 마디에 소설집 전체에 저평가를 한 셈이 되어 버려서. (y에서 옮김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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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문학동네 시인선 237
조혜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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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시집에서 얻는 게 몇 있다. 구절 몇 개라든가 온전한 시 몇 편이라든가 시집 전체를 통으로 얻는다든가. 시에 담긴 시인의 마음에 완전히 포개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우리는 많이 다른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쉽게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구절을 만날 때마다 한숨을 쉬며 반한다. 내 안의 시적 영역이 아직 메마르지 않았구나 안도하면서.


시의 언어와 소설의 언어가 내게 전해 주는 아픔의 차이를 생각한다. 소설에서의 아픔은 직접적인 서술로 강하게 와 닿아 몹시 불편해지게 하는데 비해 시에서는 은근히 깊이 베고 머문다. 그리고는 아픈 채로 견디게 한다. 이까짓 것? 아니다. 더 아프게 만들 것을 눈치채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도록 이끈다. 시의 언어에 잡히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좋아서. 이 시집처럼.


시를 통해 알게 되는, 알게 되었다고 여기게 되는 몇몇 정보들이 가슴 막히게 한다. 이건 좀 나쁜 이야기다 싶은데, 시에서는 따질 수가 없다. 나쁜 사람, 나쁜 세상, 나쁜 사랑, 나쁜 오해들. 시인이 다치는 것인지 시적 화자가 다치는 것인지,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고,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쁜 요인으로 다친다면 그것만큼 나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싶고. 나는 띄엄띄엄 시인의 시를 통해 타인의 아픔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나쁜 것들이 더 빨리 자라는 것만 같아서 슬프다.


'여름 불청객'을 몽땅 옮기는 동안 아픔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을 맛보았다.


무료함도 얼굴도 너의 골목도 이름도 머금고 - P12

자꾸만 틀리는 감정이 부끄러워 사람을 낭비했어 - P14

너는
머물게 하고 싶지만 갔어야 하는 사람
무례하게도 선량한 슬픈 사람 - P17

미안한 마음을 지우려고 바다에 갔다가
독한 마음만 안고 돌아왔다 - P19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가 그렇게 소중할까 - P24

마음에 둔다고 둘 수 있는 게 있을까
마음에 든다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있을까 - P27

모든 것이 나아진다고 해도 아무것도 좋아지지 않을 거야 - P31

너무 맑은 어둠은 자신의 공간에서 사람을 분리한다
그날의 너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내게만 있는 사람 - P37

모든 것이 나아진다고 해도 당신은 그저 그런 당신이라서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내가 쏘아올린 혐오가 비처럼 내리는 것 같아서 - P43

나는 말라 있는 것을 사랑합니다. 멀리 있는 것에 마음을 두기로 합니다 - P52

차 밖으로 손 흔드는 사람을 보며, 가장 깊은 외로움은 다가설 수 없는 괴로움이라고. - P59

웃고 돌아서면 왜 잘못한 기분이 들까
진심은 무표정을 닮아 무참하고 - P70

어떤 초록은 가슴이 미어져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람 같아서 가슴을 뜯어내어 그 길을 걷고 싶게 한다는 것을 - P81

따뜻한 구석을 찾아 헤매면 질투일까 질서일까 사랑했던 사람의 살아 있음을 요란하게 바라보았어요 누구도 기만하지 않는 이야기를 바랐지만 우리가 서로에 대해 모른다는 게 아는 것의 전부야 - P92

마음 편히 더 아파 보이기로 익숙한 약속을 하면
익숙함으로 익숙하게 거듭나면
덜 아픈 사람을 멸시하는 것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 P106

나는 떠나온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잊을 수 있을까. 해변의 모래처럼 주머니를 뒤집을 때마다 생겨나는 치욕들. - P11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죽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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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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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번역된)을 거의 다 읽었다고 알고 있을 정도로 팬인지라 망설이지 않고 구해 본 책이다. 고전부라고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나 펼쳐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읽어도 읽어도 지겹지 않고 매번 새로워서 감탄을 했는데, 그 배경에 대해 작가가 친절하게 알려 주겠노라 하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서 다른 작가와의 대담도 실려 있고 고전부의 인물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흥미 있게 담아 놓았다. 이 가운데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글은 당연히 신작 단편이었고. 


작가들은, 특히 소설가들은 종종 자신이 쓰는 소설에 대해 소설 밖 세상에 나와 이야기를 한다. 어떤 소설을 쓰려고 하는지, 소설을 통해 꿈꾸는 바가 무엇인지,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소설을 쓰면서 독자와 세상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등. 그런데 이런 물음과 답을 소설가로부터 직접 듣는 것에 대한 내 반응이 소설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궁금해서 한마디라도 듣고 싶은 소설가가 있는 반면 소설 자체로 만족스러워서 굳이 더 듣고 싶지는 않은 소설가가 있다는.


이건 뭘까. 어떤 차이에서 생긴 것일까. 내가 얼마나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가의 농도 차이? 아니면 내가 다 이해하지 못했으리라는, 이해하고 싶은데 못했다는 그 한계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고 없음의 차이? 더 알고 싶음과 이만하면 되었다의 경계를 아직 확실히 긋지 못했다 보니 오락가락하는 때가 잦기는 한데. 소설가의 친절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면 좋을지.


단편으로 읽은 이번의 고전부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고 놀라웠다. 이렇게 쓸 수 있기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가끔은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 볼 때도 있다. 워낙 기억을 못하는 탓도 있고, 그래서 또 읽어도 또 재미를 느낀다. 이 작가의 경우, 내게는 소설만으로 충분한 모양이다. 독자들에게 색다른 선물처럼 들려 주고 싶은 말을 책으로 엮었으리라는 작가와 편집자의 의도는 짐작되지만. 이 작가의 이번 책은 내게 그리 흥미롭지 못했다, 아쉽게도.  (y에서 옮김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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