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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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스웨덴 기자가 헝가리에서 사라졌다고, 고위층에서 찾아달라고 하여 경찰인 마르틴이 기자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 기자는 연기처럼 사라졌던가 아니었던가. 흠, 결과적으로는 연기처럼 사라지려고 했는데 막판에 연기가 못되고 말았다고 해야 할까. 


휴가를 떠난 지 하루만에 다시 불려 가는 주인공. 경찰로서는 능력이 뛰어난 것일 수는 있겠으나 남편이나 아버지로서는 딱하게 보이기만 한다. 이게 또 소설 속 상황이지만 주인공의 처지를 이해하는 데 큰 작용을 한다. 한 사람이 맡고 있는 여러 임무 중 어느 하나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면 다른 어떤 하나는 소홀하거나 무능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그러니 완벽한 영웅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소설이면서도 너무 현실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는 이야기. 


사건 진행은 아주 느리고 답답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게 재미의 큰 요소가 된다. 내가 스톡홀름의 거리에서, 프라하의 거리에서 마르틴의 뒤 혹은 옆에 따라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세하고 섬세한 배경 묘사가 몹시 마음에 든다. 실종된 사람 자체보다 그를 찾아다니는 마르틴의 경로가 흥미롭기만 하다. 작가의 서술 방식에 아무래도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마르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호감이 생긴 건 아니고.  


남은 작품이 4권 더 있다.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하게 든다. 마르틴의 매력을 찾게 되었으면 싶다. (y에서 옮김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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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정원 - 꽃의 화가, 잉글랜드의 고즈넉한 숲과 한적한 마을에 피어난 꽃을 그리다
캐서린 해밀턴 지음, 신성림 옮김 / 북피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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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부럽다. 예쁜 꽃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중 질투심 하나도 없이 오로지 부럽기만 한 일이다. 얼마나 행복한 마음일까. 좋아하는 것을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세상이 온통 자신의 것일 것 같다. 그런 소유를 또 좋아해야 하겠지만.


영국의 지방 도로와 꽃구경을 동시에 한 느낌이다. 기획이 돋보인다. 담당자가 딱 맞도록 있어서 편집자도 작가도 만족스러웠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그려 놓은 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없었으면 또 섭섭했을 테니.


아무런 욕심 없이 그냥 넘겨 보는 책으로 좋다. 영국을 좋아하거나 가 봤거나 가서 그리운 곳을 여럿 두고 왔거나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이 될 책이다. 꽃이 있는 근처의 풍경을 간단한 듯 그러나 인상적으로 꽃과 함께 그려 놓아서 추억을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게는 딱히 그런 추억이 없지만. (y에서 옮김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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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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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이 책을 읽는다. 책은 2022년에 나왔고 그때 바로 구입했는데 가까이에 두고만 보면서 읽지는 않았다. 주인공과 배경에 대한 대략의 내용은 역사 지식으로 알고 있었고 안중근을 만날 용기는 없었으며 그 어두운 시절로 들어가기가 몹시 꺼려졌던 탓이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읽었고 쓴다. 나는 여전히 비겁하고 소심하게 움츠러들어 있지만, 이런 채로 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 글을 써야 할 만큼의 용기를 낸다. 내가 지금 이렇게라도 살 수 있도록 해 준 그 멀고먼 사명을 기려야 한다고,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책은 자꾸 나를 끌어당겼다. 고맙고 또 두려웠다.


역사 속 인물을 되살려 이야기하는 일은 쉬울까, 더 어려울까. 소설가들이 노년에 역사 속 인물을 다루는 글을 써 낸 것을 종종 본다. 젊어서는 가공의 인물을 다루다가, 다루는 중에 역사 속 인물을 저마다의 취향대로 만나게 되는 걸까. 그리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일생을 취재하게 되는 것일까. 취재하는 중에 또 인물의 일생과 소설가 자신의 일생을 동시에 짚어보고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글을 써야만 하게 되는 것일까. 오래 전 사람 안중근이 지금의 소설가 김훈에 의해 살아난 것처럼, 오래 전 사람 안중근을 살려 내어 지금의 소설가 김훈이 새로 사는 것처럼. 


나는 김훈의 안중근을 읽으면서 안중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함께 읽는다. 이 일은 나에게 퍽 흥미롭고 유익하다. 어떤 인물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나 사이의 거리를 헤아리는 일의 재미와 가치를 알고 있는 덕분이다. 지어낸 인물 이야기도 재미있고 실제 있었던 인물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대상과 작가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전해 받는 기분이 된다. 둘 중 실제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 이야기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읽는 내내 자주 떨릴 정도로, 내 삶이 이 떨림만큼이나 흔들릴 정도로, 흔들리다가 주저앉고 흔들리다가 솟구칠 정도로. 하얼빈의 안중근으로 인하여 이번 8월에 얼마나 흔들려야 했던지 속수무책이었다.    


구구절절하지 않아서, 애절하지 않아서 얼마나 마음 아프고 절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문체는 여름을 단번에 겨울로 만들어버린다. 감상은 보이지 않고 묘사로 채운 글. 차갑고 냉정한 무게를 담아 읽는 이의 마음 바닥을 쓸며 울리는 글. 지독히도 서늘한 문장들 안에서 안중근의 말씀 없는 말씀을 들었다. 고백이 되지 않는 고백을 들었다. 더 아팠고 더 시렸고 더 힘들었다. 이래서 내가 읽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이리 될 줄 짐작했으므로, 내가 안중근을 아는 만큼 김훈을 아는 만큼 고달픈 독서가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우리의 광복절은 여름이지만 안중근의 하얼빈은 더없이 추운 곳이어서 내 독서도 못내 위험하였다.


그러나 끝내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읽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읽어도 읽어도 모자란다는 것도 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다 안다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못난 자의식도 느낀다. 안중근의 사명, 안중근의 남겨진 가족들의 삶, 안중근의 벗들의 삶, 역사의 의미 혹은 교훈들, 말로만 아는 척 해온 무수한 나의 교만들. 우리는 지금 옛사람의 어깨를 짚고 살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과 덜 훌륭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과 나라를 팔아 먹은 사람들까지 모조리 영향을 받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받으면서. 


답 없는 답을 따라 오늘도 살고 읽는다. 하얼빈에서 외로웠을 모든 선조들을 기리며 내 몫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총이란, 선명하구나. - P23

이토를 조준해서 쏠 때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절망감과 복받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 둘째 마디의 적막과 평온을 허용해야 할 것이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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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2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8-2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이사르의 여자들 1~3 세트 - 전3권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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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남자와 여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사회적 동물이기로서니, 이렇게 남자와 여자 서로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받게 되다니. 단순하게 본다면 지극히 단순하다고도 할 수 있고, 복잡하게 여긴다면 이보다 더 복잡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남녀 관계. 카이사르의 여자들을 보고 있자니, 거 참, 하는 허무한 탄식이 연달아 일어난다. 


오래 전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 책에서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다 읽었을 텐데도 내 기특한 기억력은 갖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이 책을 아주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찌 이리 인상조차 남은 게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카이사르와 여자, 마치 권력을 가진 남자와 여자의 상관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비단 카이사르만이 아니라 역사 속 모든 시대 모든 나라의 경우가 다 그러했던 것마냥.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취하고 있는 일부일처제. 오래 전 로마 시대에도 일찌기 일부일처제는 채택하고 있었던 건데, 이게 참 지키고 살기는 쉽지 않은 제도인 모양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카이사르는 내가 호감을 느낄 인물이 아니다. 머리 회전이 너무 좋아 보이는 것도 얄밉고, 사람 다루는 것도 너무 능수능란해서 거부감이 들 정도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도 어느새 내가 카이사르의 편이 되어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카이사르가 시도하는 일들이 성공하게 되기를, 그가 계획한 작전이 이루어지기를 저절로 응원하게 되는 거다.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읽은 책들에서도 그랬다. 인물이 누구이든 작가가 중심에 두고 있는 인물을 서서히 응원하면서 읽는 이 기분.


의아한 부분도 있다. 가문 혹은 출신의 조건. 그 시절부터 이것이 출세의 기본이었다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지 좀 서글프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조건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결국 금수저는 어떤 시대에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란 말일까. 결혼과 지참금과 권력으로 이어가는 부와 신분의 세습이 인간 사회의 오랜 풍습이었다는 것, 그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좀 맥빠지게 한다.


<참고-카이사르의 여자들 세트를 다 읽고 올리는 리뷰가 아니라 1권만 읽고 쓴 글임> (y에서 옮김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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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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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가 본 적 없지만, 스웨덴의 도시 이름을 아는 것이라고는 수도인 스톡홀름 하나뿐이지만, 낯선 도시의 낯선 거리 이름들이 꽤 친숙하게 느껴지는 여정이었다. 그것도 범죄 수사를 따라가는 것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마르틴 베크 형사로서는 범인을 잡기 위한 경로였겠지만 나로서는 일없이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끼기에 아주 알맞았으니까. 북유럽의 도시를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니, 다시 떠나서 헤매고 싶다. 그렇게 하려고 한다. 아직 책이 많이 있으니까.


범죄추리소설을 몇몇 나라별로 읽다 보니 그것대로 구별되는 특징들이 있다. 살인 사건 자체는 차이가 없겠지만 스웨덴에서는 이런 형사들이 이렇게 수사를 하는구나, 실제로 어떻게 수사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영화나 소설로 본 게 전부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추측하면서 즐기니 재미있다. 범인은 반드시 잡힐 것이고(소설이니까), 주인공인 형사는 감탄할 만한 능력을 기어이 발휘할 것이고, 이 사실을 믿게 되기까지 독자인 나는 끊임없이 의문에 시달렸고, 결국에는 믿게 되고 반하게 되고 다시 찾게 되는 것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형사 마르틴 베크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탐정이나 형사들과 결이 좀 달랐다. 잘난 척하지도 않고, 비상하게 머리를 굴리지도 않고, 유머가 있다거나 인간 관계에 특출나다거나, 추리나 조사 방법에 자신만의 비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속으로야 이런 장점을 다 갖춘 인물이라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에서 내가 이렇게 느꼈다는 뜻이다. 다만 하나, 끈기!!! 묵묵히, 집요하게 매달리고 탐구하고 찾아내는 과정만큼은, 아, 이 사람, 정말 무서운 형사의 기질을 갖고 있구나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아내와의 불편한 관계나 심드렁한 태도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보이던지. 이게 또 색다른 매력으로 보였으니. 


이 형사가 가진 장점을 잘 모른 채, 후다닥 범인을 잡아 내는 능력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오래 감탄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한 시간짜리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나 두 시간짜리 영화에서는 금방금방 범인을 잘도 잡아 내는 걸 무수히 보아 온 탓에 몇 달씩 걸리는 수사 과정의 이야기는 지루하다고 느꼈기 쉬웠을 테니까.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보다 먼저 희생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희생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꾸준히 파헤치고 정보를 모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왜 희생되었는가 하는 점을 새삼 생각해 보는 계기였던 셈이다. 희생자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라 범인이 범죄의 목표로 삼는 대상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게 아주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마르틴 베크 형사의 다음 활약담을 기대하게 되었다. (y에서 옮김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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