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17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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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만화보다 아직 읽지 않은 만화책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루하고 식상하다는 느낌 없이 계속 찾아보게 되는 이유를 생각한다. 인물과 배경과 주제는 한결같이 명확하고, 다루는 소재(술과 안주와 가게 등)가 바뀌는 듯 바뀌지 않는 듯 구별이 안 되는데(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 탓이 크고), 뭘까? 무엇이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걸까?


갖고 있어서 매력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오히려 없어서 매력적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른 것이 확실하겠지만. 이 만화에는 긴장감이 없다. 기막힌 사건도 없고 인물 간의 갈등도 없고(인물 내적 갈등은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흔한 연애 서사도 없고(미묘한 탐색전이 보이기는 하나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고). 내가 간접 알콜 중독인가? 마시고 먹는 걸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게.


만화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일본의 도시 문화와 역사에 대해 취재해 놓은 내용이 볼수록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또한 이 만화의 수명을 길게 해 주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먹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게 또 어떤 과정으로 확산되었는지, 전성기 때는 어떠했고 지금은 어떠하다는 건지 등등 에세이 형태로 실어 놓은 글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보인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생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평범한 서민들로서는 이런 역사에 훨씬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42쪽에 실린 레시피의 제목(불똥꼴뚜기와 셀러리 볶음)과 내용(산마채)이 일치하지 않는다. 재판을 찍게 된다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y에서 옮김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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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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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대지의 3부작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아끼면서 아까워하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어찌나 섭섭하던지. 이제 더 이상 고요 대륙에 머물러 있을 수 없구나. 두근두근거리면서 잘도 버티고 있었는데. 


어떤 상상력은 이해력을 초월한다. 그런데 읽는 이의 수준에서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야지 아주 높아버리면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독자의 선택이 결정될 듯하다. 더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읽기 귀찮고 성가시다는 마음에, 바로 상상하는 일 자체가 성가시다는 느낌에 포기해 버린 책이 몇몇 권 떠오른다. 나로서는 느긋한 인내심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던 책들. 이 책은 내게 아주 적절했다는 말이다. 내 상상력의 힘이 전에 비해 더 자랐다면 이 책 덕분이다.


중력을 가진 행성은, 멘틀을 품고 있는 행성은, 생명체가 목숨을 유지하기에 불완전한 행성은, 원천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에 기대는 행성은, 위성이 있어 중력의 균형을 맞추는 행성은,...... 지구과학에 대한 나의 지식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낸 것일까? 아니, 뭘 좀 오해했다면 어때? 어차피 소설인 것을, 소설적 상상인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 과학 지식으로 무언가를 도모할 것도 아니고. 그저 하나의 세상, 하나의 우주, 하나의 세계관을 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문장 하나하나에 몰두하면서 읽었다. 금방 다음 문장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문장력이었는데, 번역을 잘 해 준 것인지 원래 작가가 가진 힘인 것인지 읽는 내내 감탄했고 만족했다. 책을 붙잡고 있는 동안 행복한 느낌이 그득했으니까.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은 과연 와 줄까? 지구에서,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기대기에 가능한 꿈일까? 에쑨과 나쑨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죽이면서 또한 살리고자 했던 생명들을, 작가가 꿈꾸는 그 어떤 세상을, 지구인인 우리가 살려서 보존할 수 있을까? 난 회의적이기만 한데. 이 책을 읽고도 책 안에서만 희망을 품고 책을 덮으면서 희망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작가로서는 바라지 않았을 일일 테지만.   


작가가 쓴 다른 책이 있다.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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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16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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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을 확연히 느끼고 지낸다. 아침 저녁의 기온과 낮 기온의 차이가 아주 큰데 예전에는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마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 제대로 실감하게 된 듯하다.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는 게 새삼스러워서 만화 속에서도 계절 감각을 더불어 찾아 본다. 사람들은 의외로 계절을 타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의외로 아주 둔감하게 살아온 것일 수도 있고.


이번 호는 느긋하고 무난하다. 이미 읽은 듯 그래도 또 보는 재미를 주는 에피소드들이다. 등장인물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져서 소다츠의 동료들도 정겹다. 이 정도로 오랜 시간을 술잔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라면, 이 사람들 썩 괜찮은 사람들이리라. 


술을 맛있게 마시겠다고 안주 하나하나를, 분위기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준비하고 있는 소다츠를 보면 삶의 어느 대목은 일정한 높이의 수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추구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준비하고 즐기는 방법, 혼자도 좋지만 함께도 좋은 그런 태도까지 갖추면서. 


오늘도 소다츠는 맛있는 술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낼 텐데,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지내 볼까. (y에서 옮김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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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15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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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게 좋을 일이 있고 같이 하는 게 좋을 일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일도 형편에 따라 좋을 때가 각각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다른 이와 함께 하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이구나 여겼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구별하고 구분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요건을 갖추는 태도,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호는 특별한 게 없어서, 무난해서 잘 보았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면서, 내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걸 지켜보면서 반복적으로 생각했던 게 있지. 우리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매일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그러니 맨날 뭐 먹었네, 맛있었네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일 테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매일 먹은 무언가를 글로 나타낼 수 있었을 정도라면 여간 복된 일상이 아니었나 싶어 이제 와서 새삼스러워진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을 알면 알수록 더더욱.  


만화의 소재를 얻기 위해 술과 관련된 장소에 꾸준히 취재를 다니는 작가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 직업과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이라 마냥 즐겁지만은 아닌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내 짐작이 틀렸으면 좋겠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먼저 행복을 누리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y에서 옮김20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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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이후
서정윤 엮음, 신철균 사진 / 이가서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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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보고, 작가가 편집한 게 아니라 작가의 새 시집인 줄만 알고, 그 옛날 '홀로서기' 시집에서 얼마나 멀리 왔나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샀는데, 펼쳐보니 아니었다. 엄연한 나의 불찰이었음에도, 기대 때문이었던지 속은 느낌이었고 섭섭해졌다. 

사랑시 모음집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시들이 대부분이다. 그 시들마다 작가의 마음을 드러내었다. 아마 그게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사랑시를 읽고 사랑에 대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노라는. 책의 앞부분에서는 내 마음이 머물렀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금방 시들해졌다. 마치 오래 전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떤 그때 그 기분처럼.

한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게 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어느 한 부분, '사랑'이다. 내가 이 책에 실망감을 느낀 이유가 책 자체 때문인지, '사랑' 그 자체 때문인지, '사랑'에 대한 내 관심이 젊은 날의 그것에 비해 썩 물러난 탓인지, 그걸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한데, '사랑'이 어째(특히나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 이렇게 심심하게 여겨지게 된 것인지. 그래서 그만 더 쓸쓸해진다.  (y에서 옮김20110614)

‘아픔‘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래전에 그런 고통을 지나온 사람이다.
...
참 많은 부분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쯤이면 이 아픈 기억들이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반짝거릴 것이라고 믿고 싶다. - P15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 P16

이 세상에서 사랑의 위력으로 날고 있는 모래의 말들아

사랑이 깊고 깊어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 P30

사랑했던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 술을 한잔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 나는 나에게서 달아나고 싶은데 달아날 곳은 없고... 그대가 힘겨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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