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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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대지의 3부작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아끼면서 아까워하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어찌나 섭섭하던지. 이제 더 이상 고요 대륙에 머물러 있을 수 없구나. 두근두근거리면서 잘도 버티고 있었는데. 


어떤 상상력은 이해력을 초월한다. 그런데 읽는 이의 수준에서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야지 아주 높아버리면 포기하게 된다. 여기서 독자의 선택이 결정될 듯하다. 더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읽기 귀찮고 성가시다는 마음에, 바로 상상하는 일 자체가 성가시다는 느낌에 포기해 버린 책이 몇몇 권 떠오른다. 나로서는 느긋한 인내심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던 책들. 이 책은 내게 아주 적절했다는 말이다. 내 상상력의 힘이 전에 비해 더 자랐다면 이 책 덕분이다.


중력을 가진 행성은, 멘틀을 품고 있는 행성은, 생명체가 목숨을 유지하기에 불완전한 행성은, 원천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에 기대는 행성은, 위성이 있어 중력의 균형을 맞추는 행성은,...... 지구과학에 대한 나의 지식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낸 것일까? 아니, 뭘 좀 오해했다면 어때? 어차피 소설인 것을, 소설적 상상인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 과학 지식으로 무언가를 도모할 것도 아니고. 그저 하나의 세상, 하나의 우주, 하나의 세계관을 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문장 하나하나에 몰두하면서 읽었다. 금방 다음 문장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문장력이었는데, 번역을 잘 해 준 것인지 원래 작가가 가진 힘인 것인지 읽는 내내 감탄했고 만족했다. 책을 붙잡고 있는 동안 행복한 느낌이 그득했으니까.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은 과연 와 줄까? 지구에서,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기대기에 가능한 꿈일까? 에쑨과 나쑨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죽이면서 또한 살리고자 했던 생명들을, 작가가 꿈꾸는 그 어떤 세상을, 지구인인 우리가 살려서 보존할 수 있을까? 난 회의적이기만 한데. 이 책을 읽고도 책 안에서만 희망을 품고 책을 덮으면서 희망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작가로서는 바라지 않았을 일일 테지만.   


작가가 쓴 다른 책이 있다.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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