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15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하는 게 좋을 일이 있고 같이 하는 게 좋을 일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일도 형편에 따라 좋을 때가 각각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다른 이와 함께 하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이구나 여겼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구별하고 구분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요건을 갖추는 태도,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호는 특별한 게 없어서, 무난해서 잘 보았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면서, 내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걸 지켜보면서 반복적으로 생각했던 게 있지. 우리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매일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그러니 맨날 뭐 먹었네, 맛있었네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일 테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매일 먹은 무언가를 글로 나타낼 수 있었을 정도라면 여간 복된 일상이 아니었나 싶어 이제 와서 새삼스러워진다.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을 알면 알수록 더더욱.  


만화의 소재를 얻기 위해 술과 관련된 장소에 꾸준히 취재를 다니는 작가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 직업과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이라 마냥 즐겁지만은 아닌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내 짐작이 틀렸으면 좋겠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먼저 행복을 누리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y에서 옮김202209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이후
서정윤 엮음, 신철균 사진 / 이가서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이름을 보고, 작가가 편집한 게 아니라 작가의 새 시집인 줄만 알고, 그 옛날 '홀로서기' 시집에서 얼마나 멀리 왔나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샀는데, 펼쳐보니 아니었다. 엄연한 나의 불찰이었음에도, 기대 때문이었던지 속은 느낌이었고 섭섭해졌다. 

사랑시 모음집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시들이 대부분이다. 그 시들마다 작가의 마음을 드러내었다. 아마 그게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사랑시를 읽고 사랑에 대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노라는. 책의 앞부분에서는 내 마음이 머물렀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금방 시들해졌다. 마치 오래 전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떤 그때 그 기분처럼.

한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게 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어느 한 부분, '사랑'이다. 내가 이 책에 실망감을 느낀 이유가 책 자체 때문인지, '사랑' 그 자체 때문인지, '사랑'에 대한 내 관심이 젊은 날의 그것에 비해 썩 물러난 탓인지, 그걸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한데, '사랑'이 어째(특히나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 이렇게 심심하게 여겨지게 된 것인지. 그래서 그만 더 쓸쓸해진다.  (y에서 옮김20110614)

‘아픔‘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래전에 그런 고통을 지나온 사람이다.
...
참 많은 부분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때쯤이면 이 아픈 기억들이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반짝거릴 것이라고 믿고 싶다. - P15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 P16

이 세상에서 사랑의 위력으로 날고 있는 모래의 말들아

사랑이 깊고 깊어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 P30

사랑했던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 술을 한잔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 나는 나에게서 달아나고 싶은데 달아날 곳은 없고... 그대가 힘겨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시선 386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노래는 본원적으로 아픔을 먹고 자라는 글일까. 아프지 않는 시, 아프지 않는 노래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것마저도 삶 자체가 아픔을 원천으로 삼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일까. 우리는 아프게 태어나서 아프게 살다가 아프게 사라지는 것인가 하는 말이지. 아픈 사이사이 안 아픈 순간들로 견디면서.


이 시집, 아픈 말들 투성이다. 안 아픈 행이 거의 안 보인다. 겨우 몇 줄 건진다. 아프지 않아 보이는 행의 아래 위를 덮고 읽으니 잠깐은 반짝인다. 열면 아파서 다시 주저앉는다. 반갑지 않다, 잊었던 사랑과 인연의 아픈 조각에 걸려 자꾸만 넘어지는 기분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시집. 작가는 어떤 시대의 배경에서 이 시집을 냈을까? 등단 6년 만, 2015년 4월에 출간된 책이니 먼저 2014년에 있었던 일들을 찾아보면 얼마쯤 짐작할 수 있겠구나. 곧 먹먹해진다. 반드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겠지만, 또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을 그 시절의 아픔들이 시행 사이에서 되살아난다. 어떤 과거는, 어떤 역사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때보다 더 아플지도. 이 시집 속 몇 편의 시가 2014년에 탄생했을지 나는 모른다. 몰라도 충분하고 안다고 해도 달라질 느낌은 아닐 듯하다.


시를 쓰는 이는 아팠을지라도 시를 읽는 사람은 아픔 후의 어루만짐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사라져간 모든 영혼들을 위로함으로써 위로 받고 싶은 추운 날이다.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 P9

참외를 깎는다 샛노랗게 익은 웃음을 - P28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 P38

늘 하나쯤 갖고 싶던 머플러, 너는
참 따뜻하구나 - P86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 P106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전이든 이후든 지금 가진 것으로 상상하여 만들어내는 세계란. 상상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하고 벅차서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데 이런 일을 해 주는 작가들이 있다. 자꾸 만난다. 고마울 뿐이다. 


이 시리즈의 3권 중 2권. 무슨무슨 상을 얼마나 받았는가 하는 소개에서 내가 영향을 받았나 안 받았나? 모르겠다. 상관이 없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어서 읽고 싶다가도 아니지, 천천히 누리면서 읽어야지, 매순간 변덕을 부리면서 읽었다. 이제 한 권밖에 남지 않았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고요 대륙. 지구와 같은 것인지, 지구 이전의 대륙인지, 지구 이후의 대륙인지. 조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행성인 걸 보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이 달라졌다.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낯설게 나열되고 있고. 조금만 더 따져 보면 사실 다르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화산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진 오로진(로가). 오로진을 제어하는 수호자. 이런 특별한 능력이 없는 둔치들. 2권까지에서는 정확하게 다 파악할 수 없는 존재인 스톤이터. 같이 살아가는 듯 싶어도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경우가 생기고, 태어날 때부터 가진 능력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기도 하는 등 사람의 운명이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살려고 하지 않는 이가 없다. 죽어가면서까지도. 그 상황에서도 사랑이라니. 


세상을 만들어 내었으니 작가가 만든 낯선 이름을 만날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낀다(초반에는 이 이름들 때문에 읽는 데에 많이 성가셨다). 이름 하나를 짓는 게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지, 이게 꼭 소설 안에서만 겪는 일도 아니고,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고 세계다. 이제는 분명하게 알겠다. 


오로진인 엄마 에쑨과 엄마와 같은 오로진인 딸 나쑨은 3권에서 만날 모양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로부터 지켜낸 두 사람의 목숨이 어떤 모습으로 활약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y에서 옮김20231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 한잔 인생 한입 14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튀김을 좋아한다. 고기 튀김은 안 먹지만 야채 튀김으로. 이번 호는 표지에다 튀김을 언급하는 그림을 실어 놓았다. 술은 안 마셔도 좋으니 저 튀김들은 먹어 보고 싶구나, 꽤 오랜만에 만화의 그림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이번 호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스미다가와 강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다가 중간중간에서 술을 마신다는 내용을 담은 편이다. 어지간히 부지런해야 술도 이렇게 마실 수 있을 듯한데 작가는 취재 겸 이 여정을 겪었던 모양이다. 흑백사진이고 뚜렷하지 않아서 아쉬운 면은 있지만 여행서가 아니라 만화 속 참고 자료 정도로 여겨야 할 처지니 이해는 된다. 술 마시는 입장에서 취해야 할 태도에 도움되는 바도 분명해 보이고. 우리 같으면 한강 유람선을 타고 중간에 내려서 맛있는 안주가 제공되는 술집에 들러 술을 마시고 다시 유람선을 타고 또 내려서 술을 마시고... 비슷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그럴 만한 술꾼이 있을지는 모르겠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한 편 한 편 멍때리는 기분으로 술 마시듯 만화를 봤는데, 한 권 안에 매  호 반복되는 형식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책마다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술 이야기를 다 담고 있고 안주도 계절마다 하나씩 만들어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음식이라 우리가 바로 만들어 먹기에는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정보가 될 수도 있겠다. 또 '여기서 잠깐'이라고 에피소드 사이에 끼어 들어서는 앞선 에피소드에 대한 보충 이야기를 산문으로 실어 놓기도 했고. 충실하구나 싶었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만화를 계속 보는데도 지겹지 않다. 이 맛이다.  (y에서 옮김202209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