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네덜란드
유신영 지음 / 산지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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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때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고. 여행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네덜란드라는 나라와 사람들에게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이니 이런 책은 내게 참 적당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사는 일상을 촘촘하게 소개하고 있어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 더 와 닿았다.


사람 사는 모습이 여기나 거기나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또 찾아보면 차이점을 쏠쏠하게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좋지 않은 점이나 비합리적인 요소를 바람직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그 나라에 가서 확인하고 싶어진다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의 증거일 테니. 네덜란드에도 있다, 그런 것들이. 읽는 동안에는 매우 신기하고 낯설었으나 읽고 나면 남의 동네 이야기라 금방 잊어버리고 말게 되지만.


네덜란드는 국토는 좁지만, 게다가 바다보다 육지가 낮기도 하고, 좁은 공간 내에서 두루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이 궁리해 왔을 것이다. 지금의 합리적인 제도나 장치도 그런 과정 끝에 얻은 결과일 것이고. 사는 모습이나 규칙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거꾸로 적용할 수 없듯이. 


이 책을 읽고 보니 여행보다는 문화 쪽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네덜란드를 여행하겠다는 사람보다 네덜란드에서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더 유용할 정보들이 많으니까. 나처럼 눈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해 주는 이야기로 만족한다. 튤립도 풍차도 여전히 마음에 드는 나라.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의 봄꽃 축제 마당에 빠지지 않는, 네덜란드에는 못 가도 섭섭함은 달래 주는 두 가지. 기회가 되면 또 떠나봐야지, 눈으로 하는 네덜란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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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3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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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 작품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본 책이다. 4권을 먼저 읽은 터라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별로 구분이 안 되고 문제도 안 된다. 한번씩 본 것으로 내용을 다 외우지도 못하고 있어 또 보면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므로.  


지금은 겨울, 남쪽 땅이라지만 낮에도 영하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고. 아파트에 사는 게 아니라서 볕 내리쬐는 베란다도 없다. 창고에 화분들을 넣어 놓고 햇볕 좋은 날 밖으로 냈다가 다시 들이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인데 지금으로서는 이 일도 못하고 있다. 이런 참에 이 책으로 본 식물 조명 에피소드와 겨울 에피소드. 재미도 얻고 정보도 얻는다. 나는 아무래도 전문서적보다 만화를 더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어렸을 때도 만화로 교과서를 만들면 얼마나 좋으랴, 공부를 잘 할 수 있으리, 따위의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이후 만화 교과서 같은 책이 나오기는 했는데 그때는 이미 필요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고).


뿌리파리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식충식물' 편, 베고니아에 꽃베고니아가 있고 잎베고니아가 있으며 내가 가진 것은 꽃베고니아(이것도 앞서 읽은 이 책 덕분으로 구한 것임)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는 '콜레우스와 베고니아' 편, 생물 방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사막이리응애' 편은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이 만화책으로 정보를 얻는 방법에 더 신뢰감을 갖는 나, 이 또한 내 취향일 테다. 


이제 4권을 나란히 놓고 계절별로 식물별로 골라 가며 익히는 일만 하면 되겠다. 4권으로 마무리된 게 내게는 퍽 아쉽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식물집사라서. 그런데 의문이자 염려 하나, 작가가 초록별로 보냈다는 식물들이 꽤 많아 보였는데 이 정도로 경험해야 하는 건지. 나로서는 식물이 시들고 죽으면 그걸 치우는 게 싫어서 개체수를 늘이는 일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는 말인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y에서 옮김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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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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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원예를 소재로 그린 만화 두 번째 책. 나는 세 번째로 읽었다.(이제 한 권 남아 있는데 벌써 아쉬운 느낌) 


책 제목에 있는 '크레이지'라는 말의 뜻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보통은 이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 텐데 가끔 좋은 쪽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게 말의 신비함이 아닐까. 정반대의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는 말들. 나도 어느 한편으로 미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대상을 향해 미친다는 것, 그것도 나쁜 쪽 말고 좋은 쪽으로. (깊이 따져 보면 아주 좋은 것만 생기는 것은 또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좀 많이 들 수 있으니까.) 덕질이라는 게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렷다. 나도 덕질 비슷한 걸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아무리 더듬어 봐도 내가 미칠 정도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거다. 절제할 줄 안다? 글쎄, 이 말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한다는 정도로? 2권에 나오는 에피소드 20. 식물 쇼핑과 비교해 보면 금방 확인이 된다. 갖고 싶어도 사고 싶어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내 성격과 태도.


한편 일단 식물이 시들어가는 걸 보고, 죽은 식물을 치우는 일이 너무너무 싫고 힘들다. 이래서야 계속 키울 수 있겠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럼 그렇게 안 되도록 관리를 잘 하면 될 텐데, 그건 또 잘 못한다. 게으르기도 하고 부주의하기도 하고 섬세하지 못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게으르고 이기적인 식물 집사인 셈으로 예쁜 꽃과 잎을 보는 것만 좋아라 하는 거다. 식물을 들이는 일도 아주아주 깊이 있게 고려하고, 마침내 들이고 나서는 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마음과 실제 상황은 아주 다르더란 말이지. 만화를 보는 내내 내가 하고 있는 처사를 돌이켜 보면서 작가의 상황과 비료를 해 보니 '크레이지'까지는 도무지 안 될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더라도.          


작가가 좋아하는 식물들과 내가 좋아해서 키우는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다. 그래도 비료나 분갈이나 흙과 관련되는 정보들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얻는다. 알고 있던 것들도 있고 새로 알게 된 바도 있고. 


식물을 구입한 지 꽤나 된 것 같은데 오늘은 베고니아 화분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 계절에 구해서 겨울을 어떻게 넘기겠다는 건지 모르겠으나. 아주 조금만 '크레이지' 해 보는 거지. (y에서 옮김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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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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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에서의 사건과 해결 과정은 추리 소설에서 낯익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모였는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인가, 화자가 의심하는 사람과 작가가 의도하는 사람은 일치하는가 아닌가 등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읽는 재미는 비슷하지 않을까. 읽어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구성. 


산장 같은 곳에서 며칠씩 있으면서 놀고 쉬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그런 여유를 얻을 수 없으니 결국 꿈으로 끝나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바라는 대로 쉴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사건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닫힌 곳에서 사건에 연루된다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 될 것이고, 그 일로 어쩌면 누군가는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 


결국 문제는 욕심인가. 돈을 갖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하나를 숨기려다 연달아 범죄를 짓게 되고, 그렇게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길로 빠지고 마는 것. 소설에서야 범죄자도 지능적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현실에서는 또 어떠할지. 형사들이 소설만큼 지혜롭고 용기 있었으면 좋겠다.


 추리소설은 이북으로 읽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y에서 옮김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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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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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큰 줄거리는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담인데, 나로서는 그것보다 인물들의 사소한 삶에 더 흥미를 느끼면서 읽었다. 산다는 게 별 것 없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이나 개인에게는 두 번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소중한 삶이 된다. 그것, 소중한 삶, 한번밖에 겪을 수 없는 삶, 잘하든 못하든 선택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삶, 우리는 모두 가여우면서도 가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참 비슷해서 신기하고 좋게 여겨진다. 비슷한 고민이 반갑고 비슷한 방황에 위로도 받는다. 내 삶이든 내 자녀의 삶이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한 방향이고 유형일 텐데 크게 잘나지 않는 한 비슷비슷한 일상에 묻혔다가 시달렸다가 반짝 빛났다가 그렇게들 살아가는 것일 테다. 그런 세세하고 사소한 아픔이나 고민들이 잡히면서 소설 속 상황에 쉽게 공감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보다는 일상으로 읽은 셈이다. 


죄를 지으면, 살기가 얼마나 힘들까. 죄를 짓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둘러보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죄를 짓기도 하는 것 같던데. 아니, 그것조차 근원적으로는 본인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지해서든 미숙해서든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시행착오. 한번 잘못된 결정은 그 결정을 숨기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파멸로 이르고 마는 인간으로서의 한계. 


그래서 재미만큼 씁쓸함도 느끼게 된다.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y에서 옮김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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