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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공간 일기 - 일상을 영감으로 바꾸는 인생 공간
조성익 지음 / 북스톤 / 2024년 5월
평점 :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감탄하고 부러워하면서. 공간이라는 영역도 결국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지닌 그릇대로 차지하게 된다. 누가 나를 위해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선택하여 누리는 모든 시간 안에 있는 곳. 집이든 길이든 예술이든 휴식이든.
일기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대상을 무엇으로 두든 자신의 관심사를 투영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작가에게는 건축이자 공간일 것이고 독자인 우리는 또 각자의 무언가로 가늠하겠지. 나에게는, 무엇일까? 책일까, 글쓰기일까? 평범한 일기 대신 리뷰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여길 수도 있고, 또 아니어도 상관없고. 내 삶의 공간에는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무언가를 채울 생각이 없으므로.
건축가인 작가는 우리나라 바깥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공간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우리나라 안의 공간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글을 읽는 초반에는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가 보고 싶군, 했다가 곧 그만두었다. 그 공간 안에 들어앉아 있어도 나는 작가처럼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좋고 그럴 듯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찾아낸 공간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말에 속지 않을 만큼 나는 현명해졌다.
나만의 공간을 찾는 방법,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머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게 좋았다. 이 방법을 아는 과정은 나를 탐구하는 과정과 같고 책은 내가 나를 만나는 길로 안내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좋은 공간이 내게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 대상이 무엇이든 이 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책 뒷부분에 그려 놓은 작가의 바람이 내 마음 안에도 고스란히 자리잡힌다. 이런 곳이 있을까? 이렇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 중에 몇 가지만 있어도 괜찮겠지? 어쩌면 단 하나만 가져도 괜찮은 건 아닐까? 이토록 험하고 하찮은 세상살이에 단 하나만 제대로 누릴 수 있어도. (y에서 옮김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