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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20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9월
평점 :
내가 직접 술을 마시는 대신에 술을 마시는 와카코와 함께 하는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앞으로도 길었으면 좋겠고, 이미 함께 한 시간을 다시 만들고 싶기도 해서 나란히 세워 놓은 이 만화책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말로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이 푸근하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그린 가게 그림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 게 새삼 아쉽지만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하다. 저금통장 같다.
표지에 등장하는 안주들의 그림은 참으로 화려하다. 단색인데도 나는 칼라 그림으로 읽고 심지어는 부글부글 이글이글 열기까지 느낀다. 술잔을 들고 있는 와카코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저절로 미소가 생긴다. 이만큼의 행복이라면, 이만큼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이만큼의 바람을 따르다 보면 이만큼이라는 게 결코 쉬운 수준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내 입맛은 쓴 여운에 빠진다. 술맛이 그리워지면서.
초콜렛 튀김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에피소드가 독특했다. 요리 재료로 희한한 것이 적지 않겠지만 상상력과 호기심의 경지는 놀랍다. 딱히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 (y에서 옮김2024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