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친정엄마가 만나는 장소는 "대중 목욕탕"이다. 나보다 스케줄이 더 바쁜 엄마를 만나려면 천성 비가 오는 날이어야 하는데, 엄마는 비가 오면 몸이 찌뿌둥 하시다면서 목욕탕에 가시는데 꼭 가시기 전에 전화를 하신다, "진우야! 나 목욕탕 갑쩌. 올꺼민 오고(오고 싶으면 오라)"라고. 오늘 같이 마술에 걸리지 않는 날이면 나도 "알아수다!"라고 대답을 하고는 목욕탕엘 간다.
엄마랑 나랑 목욕탕에서 지내는 시간은 3~4시간 정도다. 그 시간동안 따뜻한 욕탕에서 계속 수다를 떤다. ------ 중간중간에 먹는 '사우나 훈제계란 '과 '시원한 감식초'의 맛도 환상이다 ----
며칠 못 만나는 동안 있었던 엄마 주변 친구분들 이야기와, 아직도 시집도 안 간 백수 동생이야기와 함께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내용도 꼬박꼬박 얘기해 주신다. 저번 목욕탕팅 때 우리엄마가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친정엄마>였다. 나에게 책에 나온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주시면서도 연신 웃으시면서 이 책이 너무 재미있으셔서 벌써 2번째 읽고 계시단다. 그래서 나도 엄마가 다 읽으면 빌려 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곤 서로 잊어버리고 있다가 오늘 문득 어디선가 <친정엄마> 관련 광고를 보고를 다시 생각이 났다.
바로 전화해야 겠다. "엄마, 다음번 목욕탕에서 만날 땐 이 책 잊어불지 맙써!!"
일일노동을 하시지만 그 속에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취미활동도 열심히, 게다가 틈틈히 책도 열심히 보시는 엄마의 생활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 나이가 되서 엄마처럼 활기차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