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는 "벌초" 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음력으로 8월 1일이면 친족들이 다 같이 모여 조상들 산소에 자란 풀들을 베어내고 간단하게 제를 올리는 날이랍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어렸을때는 학교에서도 이날은 "벌초방학"이라고 하여 하루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요즘은 다들 생활이 바쁜 관계로 보통 음력 8월 1일을 전후한 일요일에 이 벌초들을 많이 해요.

그런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저희 시댁과 친정에서 같은날 "벌초"를 하게되어 걸려 어쩔수 없이 우리 옆지기는 시댁편으로 저는 친정편으로 따로따로 조상님들 산소를 찾아다니면서 "벌초"를 했어요. 새벽 6시에 자는 홍/수 억지로 챙기고, 친정엄마 모시고 아빠의 고향인 '애월' 공동묘지에 도착했지요. 그런데 와보니 글쎄 "벌초"하러 온 인원이 큰집 큰오빠랑 그 아들 1명, 큰집 작은오빠랑 그 아들 1명, 그리고 큰 어머님과 우리가족 해서(도움이 전혀 안되는 홍/수를 제외하면) 총 7명정도 밖에 안 되어 처음부터 이를 어쩌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어쩔수 없이 큰 할아버지 산소부터 차례대로 벌초를 하고 제를 올리면서 점점 내려와 마지막으로 우리 아빠와 남동생 산소를 벌초하던 중 문득 "정말 식구가 많아야 겠구나. 솔직히, 큰집 식구들 없었으면 우리 가족 산소를 누가 벌초하리....,,,," 하는 생각과  "앞으로 우리 홍이가 자라면 시댁일은 물론 우리 친정일도 함께 봐줘야 할텐데 혼자서 너무 버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참에 아들 하나를 더 낳을까? "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을 했어요. ^^;;;

오후 늦게 --- 우리 친정쪽은 "8월 1일"날 따로 "모듬벌초"가 있어서 그래도 점심전에 끝나서 왔는데 시댁쪽은 어제 하루에 "모듬벌초"랑 "가지벌초"를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많이 늦었다. --- 돌아온 옆지기에게 오늘 문득 든 생각을 얘기 했더니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야, 그때되면 다들 납골당에 모시지 이렇게 번거롭게 벌초 하겠냐! " 하면서 "그것도 너 오버다~" 하면서 퉁박을 주더군요. "그런가?" 대답은 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납골당 보다는 이렇게 산소에 다녀오는게 더 좋지 않나?' 하면서 혼자 생각을 했지요.

꼬리) 혹시 이번 추석에 대박나고 살림이 좀 피면 우리 옆지기도 이 시큰둥한 반응과 좀 달라지지 않을까? 아님 진정 나만의 오버일까? ㅋㅋㅋㅋㅋㅋ.

그냥 갑자기 생각 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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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핫- 셋째라니 여기도 염장 페이퍼 ㅋㅋ
부러워요~ ^^

홍수맘 2007-09-10 11:08   좋아요 0 | URL
염장인가요? ㅋㅋㅋ

소나무집 2007-09-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남편도 주말에 벌초한다고 제주도 갔다가 아직 못 오고 있어요. 배편이 오후에나 있어서요. 벌초도 정말 큰 행사인가 봐요. 학교도 쉰다고 들었는데...제주도에는 힘든 풍습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제주도에 가서 사는 것은 생각 안 하고 있어요.

홍수맘 2007-09-10 11:39   좋아요 0 | URL
맞다! "풍습"이라는 표현이 생각이 안나 "행사"라고 쓴 거 있죠? ^^;;;
제주가 아무래도 섬 지역이다 보니 은근히 번거로운 일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에궁, 그나저나 님 남편분께서 오늘 못 돌아오셨다니 걱정이네요.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니 무사히 돌아 오시겠죠?

조선인 2007-09-1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로또 당첨되면 셋째 낳으려고요. ㅎㅎ

홍수맘 2007-09-10 11: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왜 웃냐구요?
사실, 어제의 벌초일 있기 전까지 주의 사람들 만나면 옆지기랑 늘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린, 로또 당첨되면 바로 셋째 낳을건예요" 하면서 얘기하며 다녔었거든요. ^^.

물만두 2007-09-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이와 홍이 안사람 몫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홍수맘 2007-09-10 12: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런데 집안일 돌아보는게 전 참 힘들더라구요.
옆지기의 경우는 형님이 육지에 사시는지라 거의 혼자 시댁일들을 돌아보고, 저희도 저 혼자 친정일을 돌봐야 하니 합치니 2배 잖아요. 아마,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나 봐요. ^^;;;

울보 2007-09-1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드릴말이,
전 하나인데요,
저도 어제 류랑 옆지기랑 둘이서 친;정아버지 벌초를 했는데.

홍수맘 2007-09-10 13:56   좋아요 0 | URL
쓸쓸하지 않으셨어요?
가을이라서일까요? 문득 든 생각이랍니다.

무스탕 2007-09-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또 당첨 되도 셋째 안낳을거에요. 놀러다닐거에요 ^^;;

홍수맘 2007-09-10 13:57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정말요? 예쁜 딸 키워보시는 재미도 괜찮을 듯 싶은데요?

2007-09-10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9-11 00: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너무 형제가 많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비로그인 2007-09-1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사건 앞에서도 저는 `난 죽으면 납골당 가거나 뿌려달라고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렇게 아기자기한 생각을 하시다니, 역시 사람은 바탕이 다른가 봅니다. 물론 이 `다름' 때문에 `차이'도 생기고 `재미'도 생기는 것이겠지요?

홍수맘 2007-09-11 00:2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심오한 뜻이? ^^;;;

비로그인 2007-09-1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예쁜데 그 과정을 다시 하라면 저도 절대 안할겁니다.

홍수맘 2007-09-11 00:21   좋아요 0 | URL
맞다!!!
이상하게 아이 키우다 보면 예쁜 것만 먼저 보이고 산고의 고통이라든지 아이키으면서 드는 스트레스 등을 가끔 깜박하게 되요. ^^;;;

세실 2007-09-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둘 만으로도 벅차요.
이번주 일요일 시댁 벌초 한다고 하더만..남자들끼리만 다녀온답니다. 전 뭐 애들하고 뒹글거리다 기적의도서관가서 놀 예정입니다.

홍수맘 2007-09-11 00:23   좋아요 0 | URL
우와~.
님 댁은 남자 형제가 많으신가 봐요. ^^.
여기 제주도 옛날에는 벌초때 남자들만 갔었는데 요즘은 워낙 사람들이 적다보니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참석하게 되버렸어요. ㅜ.ㅜ

짱꿀라 2007-09-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염장성 페이퍼^^
저흰 하나도 벅찹니다.

홍수맘 2007-09-14 14:33   좋아요 0 | URL
ㅋㅋㅋ.
키울땐 힘들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둘이만 집에서도 잘 지내는 걸 보니 식구가 늘어도 괜찮을 듯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