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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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킬턴에서도 이따금 좋은 일이라는 게 생긴다고 핍은 스스로 되뇌었다. 핍은 라비를 쳐다보며 테이블 아래에서 라비의 손을 잡았다. 제이미의 반짝이는 눈빛과 나탈리의 강인한 미소. 펌킨 스파이스 따위로 투닥대는 코너와 카라. 핍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이것, 이 평범한 일상 말이다. 손가락으로 곱을 수 있을 만큼 많지 않지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또 날 아끼는 사람들. 내가 사라지면 날 찾아 나설 사람들. 이 감정을 병에 꼭꼭 담아 잠깐이라도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p.71


여고생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3부작 '여고생 핍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이다.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굿 걸, 배드 블러드>에 이어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로 3부작이 마무리되었다.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를 아우르는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이라 평가받으며 영미권 최대 서평 사이트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영어덜트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BBC TV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었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에서 핍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한 수행평가 과제로 5년 전에 벌어진 앤디 벨 실종사건에 대해 탐구활동을 했다.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샐의 남동생을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앤디 벨 실종을 둘러싼 정황 조사부터 시작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하며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다. 두 번째 작품인 <굿 걸, 배드 블러드>에서 핍은 지난해 해결한 살인 사건에 대한 ‘트루 크라임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유명 인사가 된다. 그럼에도 핍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큰 위험에 빠지기도 하며 고생했기에, 시즌 2는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실종되고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결국 핍이 다시 나서게 되고 치명적인 비밀들과 마주하게 되었었다. 여고생 핍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 번째 이야기는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더욱 기대하며 만나보게 되었다.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고, 금세 공포가 자리를 잡았다. 배 속에서 서서히 자리 잡은 공포는 벌레처럼, 혹은 죽은 자의 손가락만큼이나 빠르게 등골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핍은 증거 봉투 안의 헤드폰을 쳐다보았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지난주에 봤는데, 아닌가? 재키의 인터뷰 파일을 들을 때만 해도 썼는데 말이다. 아니, 아니다. 그때도 헤드폰이 없었다. 핍은 조쉬가 빌려갔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헤드폰을 쓴 게...... 그날이다.           p.560


전편에서 직접 목격한 충격적인 사건 이후 핍은 계속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손에 흥건한 피가 보인다거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식으로 불안과 공황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중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학교 과제를 하며 진실을 찾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던 소녀는 이제 없다. 진실은 이미 수차례 핍을 저버렸고,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지금의 핍은 작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누군가 핍을 노리고 있었다. 핍의 웹사이트를 통해 보내온 이메일과 트위터로 '네가 사라지면 누가 널 찾지?'라는 내용이 여러 번 발송되었고, 핍의 집 앞 바닥에 분필로 그린 머리 없는 사람 표시와 역시나 머리 없는 죽은 비둘기가 발견된다. 급기야 핍이 자주 뛰는 코스의 인도에 '데드 걸 워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핍을 겨냥한 메시지를 보내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건 대체 누구일까. 핍은 경찰을 찾아가지만, 경찰은 그저 유명세에 뒤따르는 악플러들 일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핍은 이 사건이 바로 자신이 기다렸던 사건이라고,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다.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건을 해결한다면, 핍 자신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시리즈의 1편을 처음 만났을 때, 살인 사건 수사를 여고생이 한다는 점, 무엇보다 그것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해 조사를 한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서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핍의 활동 일지와 인터뷰 녹취록, 점점 늘어나는 용의자 파일들과 스토커 일지, 증거 사진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데이터로 모아지는 과정 또한 수사에 함께 참여한다는 기분이 들어 더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사건 당시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지도, 관계도로 정리한 용의자, 잠재적 적의 목록, 뉴스 보도 내용, 몽타주 등의 자료들 또한 사건을 추적하는 데 현실감과 긴장감을 부여해준다. 여고생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사건 조사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굉장히 진지하게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이니 만큼 1편에서 시작된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사건 해결을 위한 핍의 아이디어도 충격적이고, 거듭되는 반전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넷플릭스에 방영중인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틱톡에서 인기많은 영어덜트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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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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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참극의 막이 올라갑니다.

잘 알고 계시듯 이번에는 연쇄살인. 거기에 더해 모방살인이라는 특별함까지 곁들여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일련의 사건을 무대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포함해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구석구석까지 만끽하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장치들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참극의 축제는 마지막까지 쉼 없이 내달릴 것입니다. 부디 이 께름칙한 엔터테인먼트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p.63


사토는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후 딱히 취업도 내키지 않아서 프리터로 지내고 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도쿠나가가 유일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짭짤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일을 그만둔다. 갑자기 사라진 도쿠나가의 소식이 궁금했던 사토는 구인 사이트를 뒤져보다 사토가 말했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조건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하는 일은 도착한 곳에서 그저 며칠 지내기만 하면 100만 엔을 준다고 했다. 혹시 도쿠나가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벼운 마음에 지원한 사토는 카리브해에 있는 외딴 섬에 가게 된다. '기암관'이라 불리는 서양식 건물에서 3일 동안 지내야 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섬에 초대받은 여행자, 라는 설정으로 되도록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지 말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끝까지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고수익 아르바이트였다. 수상하긴 했지만 딱히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이는 아르바이트였기에, 사토는 함께 섬에 도착한 사람들과 기암관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 곳은 전 세계의 부유층들에게 리얼한 추리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준비한 무대였다. 클라이언트는 탐정 역을 맡아 살인사건의 추리를 즐기고,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맞춰 공들여 게임을 기획하고 무대 제작부터 캐스팅,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준비한다. 문제는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진짜라는 점이다. '탐정' 역을 맡은 클라이언트는 리얼한 살인극을 수사한다는 강렬한 자극과 비일상적 경험을 위해 수억 엔에 달하는 참가비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탐정 유희'에 참여하게 된 사토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무대는 드디어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쇄살인을 꾸민 자와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자, 양쪽의 시점을 보여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 즉 도서 미스터리이지요. 

과연 어떻게 진실이 밝혀질지, 여러분은 추리를 마치셨나요?

예상 밖의 결말에 놀라셨다면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이제 최후의 막이 올라갑니다.           p.226


이야기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기암관에 묵게 된 사토의 시점과 그곳에서 실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게임을 운영해야 하는 측인 기암관의 집사 고엔마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이 게임에 거금을 내는 부유층들은 단순히 시체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 때문에 살해 방법, 트릭, 수수께끼, 추리의 힌트, 무대 설정, 등장인물 등이 모두 그럴듯하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자신이 살해 당할지 모르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있었고,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스토리를 운영해야 했다. 클라이언트에게 고액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계획대로 추리 게임이 진행되어 하는데, 상황은 자꾸만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고 급기야 게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게임을 무사히 완성시키기 위한 고엔마의 고군분투와 중간에 이 아르바이트의 실체를 알게 된 사토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안감힘이 대립되면서 이야기는 숨가쁘게 진행된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시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는 의문의 쪽지와 함께 벌어지는 연쇄 살인은 밀실, 모방 살인, 클로즈드 서클 등 각종 미스터리의 트릭과 수수께끼들을 현실로 구현시킨다.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살인이 벌어지지만, 그러한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그리고 있어 그다지 심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차 가볍고, 코믹해 보이기까지 했던 상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게임의 비밀을 말하는 순간 바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토는 '탐정' 역을 맡은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쓴다. 그에게 힌트를 줘서 수수께끼를 풀고 사건이 해결되는 피날레를 빨리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좀처럼 '탐정'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고, 고엔마는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인 사토의 말과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자, 과연 마지막에 웃게 되는 자는 누구일까? 이 게임은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기발한 설정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었다. 다카노 유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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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익 기출 VOCA 학습지 - 이제는 보카도 학습지로!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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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비롯해서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단어 암기인데, 모래알과 같은 수천 개의 단어를 기억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아무리 암기해놓아도 주기적으로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오래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매일 부담없이,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이번에 만난 책이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원스쿨 토익 기출 VOCA 학습지는 말 그대로 주 단위 낱권 교재로 만들어져 있다. 아이들이 매일 학습지 몇 장 하는 것처럼, 가볍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무거운 마음으로 영어 공부를 붙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전체 8주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8권이 박스에 들어가 있는 형태인데, 얇은 책 한 권씩 일주일에 학습하면 된다. 지루한 사전 나열식 보카가 아니라 파트별 기출 어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다 재미있게 암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주 5일 학습으로 되어 있고, 매일 단어를 외운 뒤 데일리 퀴즈로 확인, 한 주의 단어 학습이 끝나면 실전 테스트로 점검해볼 수 있다. 


토익의 각 파트를 골고루 구성했는데, 만점 필수 어휘, 모르면 안 들리는 LC 필수 어휘, 기출 패러프레이징, 1초 컷 정답 콜로케이션, 기출 동의어로 구성했고, 100% 최신 기출 변형 문제를 예문으로 담아 더욱 활용도가 높다. 




매일의 학습 분량에는 MP3바로 듣기와 강의 바로보기 QR코드가 제공되어 있다. 토익 최신 기출 어휘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강사의 정답 어휘 핵심 강의도 함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시원스쿨랩 홈페이지를 통해 복습테스트영상과 실전 테스트, 굿노트 자료를 다운로드 할 수 있고, 인강 구매시 받을 수 있는 미니 단어장까지 부가 자료들도 다양하다. 


학습지를 하면 시작은 쉽지만 안 밀리고 끝까지 하게 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인데, 이 책은 구성이 다양하고, 얇고 가벼운 교재로 되어 있어 부담없이, 밀리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토익을 준비 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시험에 잘 나오는 어휘로만 빠르게 학습할 수 있으니 말이다. 토익을 시작하려는데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꼭 토익이 아니더라도, 어휘 학습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영어 학습의 기본이 어휘인데다, 혼자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야심차게 계획을 세워놓고 단어장 앞부분만 공부하다 끝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외국어 공부는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렵게 시작한다고 해도 꾸준히 지속하기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외국어 책들은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버거웠거나, 지루하고 어려워서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말이다. 이 책은 낱장으로 된 학습지를 매일 하기만 하면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에 삼십 분만 시간을 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점심 시간에 잠깐 하는 식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자신의 시간을 활용해서 토익 기출 VOCA를 마스터할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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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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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아주 작은 흔적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려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뭔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사라지기 직전 전화 한 통, 가벼운 접촉 사고, 취소된 항공편, 마지막 순간의 행선지 변경 등등. 아주 작은 실마리, 이를테면 송곳이 겨우 들어갈 만한 틈새 하나면 모든 비밀을 풀기에 충분하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가방 어깨끈을 당겨 메고 여자가 줄을 서려고 걸어가는 보안 검색대를 향해 간다. 도망자들은 늘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여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이제 곧 사라진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p.8~9


클레어는 케네디 가문 만큼이나 명성이 높은 쿡 가문의 상속자인 로리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친절하고, 배려심 많던 모습은 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모든 일들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독재자만 남았다. 클레어의 주변에는 비서, 요리사, 가사도우미 등 늘 사람들의 눈길이 머문다. 그들은 클레어의 모든 것을 감시해 남편에게 보고하는 충성스러운 사람들이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클레어는 여전히 스토커처럼 자신을 감시하는 남편의 시선 아래에서 쥐죽은 듯 지내고 있다. 그나마 그녀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장소는 체육관이었다. 비서가 유일하게 동행하지 않는 장소였기도 하고, 그곳에서 학창 시절 친구였던 페트라를 만났기 때문이다. 페트라와 만나고 나서 몇 년에 걸쳐 클레어는 자신의 실종 계획을 세워왔다. 단계별로 완벽한 타이밍에 계획대로 정확하게 진행되어야만 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실행 당일 로리가 갑자기 클레어의 출장 장소를 바꿔 버린다.  계획이 변경되어 원래 클레어가 가야 할 디트로이트에 로리가 가고, 그녀는 갑자기 푸에르토리코에 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어렵게 준비한 4만 달러의 도주 자금과 가짜 신분증 등 오래도록 준비한 계획이 완전히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도착한 공항, 그곳에서 클레어는 처음 만난 이바라는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두 사람은 항공권을 바꾸기로 한다. 가방에 든 내용물까지 모두 바꿔치기하고, 겉옷까지 바꿔 입은 채 각자 다른 항공기에 오르는 두 사람. 그런데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한 클레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신이 탑승하려고 했던 바로 그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객들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뉴스 보도였다. 그리고 자신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만큼 중대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부터 숨거나 도망치는 일은 그만둬야 해요." 리즈가 말했다.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는 행위도 멈춰야해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이바가 말했다. "카스트로는 나에게 평범한 삶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덱스가 저를 가만 놔둘 리 없는데 어떻게 평범한 삶을 찾죠? 그나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길 떠나는 거예요. 카스트로가 덱스를 체포해 잡아넣을 수 있게 한 다음 나는 멀리 사라지려고 해요."

"당신이 말한 대로 할 경우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지켜보기로 해요. 그나저나 어디로 갈지 정해두었어요?"            p.395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클레어는 미국 정계에서 유명한 집안에서 태어나 곧 상원의원 출마를 앞두고 있는 남편을 두었지만 그의 가스라이팅과 폭력으로 인해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바는 버클리 대학 화학 영재였지만 남자 친구의 강요로 만든 마약이 발각되어 퇴학 당하고, 현재는 마약 조직의 일을 하는 막막한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기를 갈망하는 두 여성이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다. 클레어는 푸에르토리코행 항공권, 이바는 오클랜드행 항공권을 갖고 있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두 여성은 서로의 항공권을 바꿔치기하기로 한다. 낯선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과연 클레어는 남편으로부터, 이바는 마약 조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 두려움의 뒷면에 존재한다."


남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스릴 넘치게 흘러간다. 잃어버린 삶을 되찾기 위한 그녀들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절망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서고,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작가인 줄리 클라크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의 사각지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과 불합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구성을 가진 스릴러로서도 훌륭하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여성 서사로서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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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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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편이 나왔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행동을 평균 66일 이후부터 자동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이 가장 필요할 때가 바로 외국어 학습이 아닐까 싶다. 딱 66일 동안 도전해볼 수 있는 일본어 말하기 책이라니.. 미뤄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33일의 학습과 다양한 상황 속 일본인과 리얼한 롤플레잉이 가능해지는 33일이다. 매일 체크할 수 있는 일본어 학습 습관 달력도 있어 하루 학습이 끝난 뒤 체크하면 습관을 기르는 데 아주 좋을 것 같다. 


먼저 오늘의 패턴을 질문과 답변으로 배우고, 예문을 통해 학습 한 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실제 회화를 통해 패턴을 익히고 난 뒤, 말하기 챌린지로 미니 테스트, 마지막으로 실전 문제를 통해 마무리 연습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네 단계가 딱 하루 분량으로 겨우 두 장이면 할 수 있다. 매일의 학습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트 1에서는 질문-답변 패턴 형식으로 기본적인 표현을 학습해본다. 일상적인 주제로 일본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바라거나 원하는 것을 묻고 답하기, 특정한 날이나 시간을 묻고 답하기, 상대방에게 의향을 묻거나 권유하는 표현, 경험 유무를 묻고 답하는 표현 등을 공부할 수 있다. 파트 2에서는 더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리얼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관심사나 취미, 취향이나 기호를 나타내는 표현, 외모나 성향, 이상형을 묻고 답하는 표현, 제안 및 권유, 그리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등을 연습해 본다. 


다양한 부가자료도 활용할 수 있는데, 시원스쿨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MP3음원, 단어테스트 PDF, 문장 쓰기 노트 PDF를 다운 받을 수 있다. 특히나 실전처럼 말해 볼 수 있는 무료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이 유익한데, 도서에 있는 QR코드 스캔을 통해 일본어 말하기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일본어 단어들이 귀에 꽂히곤 하면, 다시 한번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자주 먹게 된다. 한때 참 열심히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던 일본어인데, 손을 놓은 지 오래 되어서 히라가나부터 다시 봐야 하는 수준이 되어 버린 관계로 좀처럼 끈기 있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바로 여행 가서도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일본어 회화를 겨우 하루에 4페이지씩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6일만, 일본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아마도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목표나 계획이 외국어 공부일 것이다. 딱 66일 만 시간을 투자해서 나만의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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