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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ㅣ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와보지 않은 사람과는 말하지 못한다/더구나 보지 않고 들어보지 않고/느껴보지 않은 사람과는/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백두산이 그러하고/그랜드캐니언이 그러하고/데스밸리가 그러하고/시베리아 들판이 그러하듯이//정이나 궁금하시면 21시간 비행기 타고/한번 와보시라 - '정이나 궁금하면' 중에서, p.68
달 출판사의 여행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이었던 <좋아서 그래>는 이병률 시인의 파리 편이었고, 이번에 만난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나태주 시인의 탄자니아 편이다.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 134편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62점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이 직접 그린 산과 나무, 꽃과 마을의 풍경들도 너무 좋고, 윤문영 화백의 인물화 들도 시와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시인이 지구 반대편 탄자니아로 간 것은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 후원해온 탄자니아의 한 소녀를 만나러 간 것이다. 월드비전 시찰단의 일원으로 함께 간 것이라 식수시설을 방문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기도 하며 일곱 날을 보낸다.
나태주 시인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살포시 가져와 시로 써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래서 그는 시를 통해서 세상 곳곳에 높여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애틋한 사랑에게 안녕을 전하고,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언제나 참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는 '우리네 인생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를 질병, 실패, 독서, 여행 네 가지로 본다'고 말한다. 질병과 실패는 위험한 일이라서 권할 만한 것이 못 되고, 독서와 여행을 좋은 방법이라 권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다녀온 탄자니아여행 또한 그랬는데, 좀 더 일찍 갔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느낌이 강했다고, 그만큼 깊이 있는 여행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여행 그림책 속에 그러한 마음들이 페이지마다 묻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돌아보면 금방 떠나온 그곳이 천국이 아니었을까? 느껴진다는 시인의 말은 그래서 우리네 삶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겪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름다운 추억, 좋았던 기억들이 있기에, 또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에 어떻게든 하루를 버티고, 또 내일을 살아가는 것일테니 말이다.

누군가는 자기가 자기한테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인도에 오래 머물다 왔노라 고백했지만/나는 나를 버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먼 나라 땅 탄자니아에 왔다고 말하고 싶다/나도 이제 꽉 찬 나이 80/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비탈진 언덕/찌꺼기를 너무 많이 남기지 말고 떠나야지/그러려면 더 많이 버려야지/버리는 것만이 진정 내가 갖는 것이지 - '마음에 새긴다' 중에서, p.100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이 탄자니아에서 보낸 시간들이 손에 잡힐 듯 그려졌다. 붉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흙먼지와 그 속에서도 예쁘고 싱싱하고 깨끗하게 피어난 꽃들, 선인장도 말라죽는 땅에서도 견디며 사는 바오밥나무들, 가시나무 우거진 산 비탈길을 넘어 만난 소와 염소와 당나귀 떼,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벌판 사막길에 느닷없이 열린 샘물... 그리고 먼지와 바람과 햇빛, 그 속에 서 있는 사람들. 직접 와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아름다운 언어로 빚어낸 시와 담백한 그림들 덕분에 꼬박 21시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로 가든 여행을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음. 그런데 시인의 말처럼 여행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인생 자체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모두 그렇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조금 더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도서 구입 시 필사 노트도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필사 노트가 제법 두툼한 편인데다, 중간 중간 연필화들도 삽입되어 있어 시를 필사하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와 짧은 분량으로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어 시를 잘 모르더라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말투도 시만큼이나 다정해서 노시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가 담백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필사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렵지 않고, 직관적으로 쉽게 와 닿는 시의 언어들이 필사를 하는 동안 마음 속에 여운처럼 남을 테니 말이다. 여행그림책 시리즈는 천선란 작가의 뉴욕, 정세랑 작가의 방콕, 고선경 시인의 도쿄 편이 예정되어 있다. 시리즈로 모아두고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고선경 시인의 도쿄 편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