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
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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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데 30 대 6 경기가 왜 기후 변화의 참사라는 거죠?”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친다고 합시다. 그때 그 공이 홈런이 될지, 플라이 아웃이 될지는 물리학적으로 2가지 영향을 받아요. 하나는 공의 탄성력, 다른 하나는 대기라는 매질이요. 그런데 대기 온도가 오르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집니다. 밀도가 낮아진 공기에서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겠죠.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홈런이 많아진다는 얘기입니다.”                p.120


우리는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고, 해수면 상승은 이어질 것이며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을 피할 길이 없어질 것이다. 과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 것이 이십 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대응은 미진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많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기후 변화를 비롯해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해 진 상황이다. 우리는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환경 저널리스트 남종영은 세계의 기후 변화 대응이 미진한 이유 중 하나로 서사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서사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홈스와 왓슨이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을 차려 각종 제보를 통해 북극과 남극, 태평양과 동해, 아마존과 다카를 오가며 조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의 목표는 '엉망진창이 된 지구를 자유롭고 조화로운 행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각각의 장은 이들이 제안받은 사건 파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다이어트약 먹는 북극곰 사건이다. 캐나다 북극권의 작은 마을 처칠의 북극곰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제보다. 비쩍 마른 북극곰들이 떠난 자리에서 다이어트약이 발견되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북극권은 북위 66.5도 북쪽의 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남극은 육지이지만 북극은 바다이다. 깨지고 부서지고 다시 붙어서 얼고.. 시시각각, 그리고 계절마다 움직이는 얼음의 바다이다. 그런데 바다가 얼지 않는다면, 북극곰들이 사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굶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 삐쩍 마른 북극곰이 곧 죽을 것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며 느리게 걷고 있던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걸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바다에 나가 사냥할 수 있는 날이 매년 하루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자꾸 북극에서 제보가 오는 거죠?"

"기후를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 아닐까? 그린란드의 빙하와 북극해의 바다얼음이 녹을수록 지구의 바다와 대기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지금의 기상 이변도 생기는 거고."

홈스와 왓슨은 짐을 챙겼습니다.

"근데 어디로 가죠?"

"북극의 가장 안쪽, 도달불능점에 가 보세. 등허리로 팔을 뻗어봐. 팔이 닿을락 말락 한 그 지점이야.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곳."                  p.204~205


전국이 열대야로 신음하던 7월 말의 어느 밤, 백두산 타이거즈와 지리산 베어스의 야구 경기가 한창이다. 더위에 지친 투수들은 도무지 아웃 하나를 잡지 못했고, 결국 6대 30이라는 사상 최다 득점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다 기후 변화가 부른 참사라면 어떨까. 메이저리그에 홈런이 늘고 있고, 한국에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렇게 홈런이 많아지고 대량 득점 경기가 많아지는 것이 폭염 때문이라는 거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대기 온도가 오르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낮아진 공기에서는 공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구 온난화 시대에는 홈런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 돔 구장이 아닌 야외 구장에서 하루 최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홈런 수가 1.95% 늘어난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고 하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후 변화가 일상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거다. 전례 없는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교란되고 있고, 한여름 폭염도 매년 잦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북극곰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 기후 시민을 배신한다고? 슈퍼 저탄소 소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파괴하다니 말이 되나? 기후 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 안에 60억 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데, 기후 재난을 막을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을 수 있을까? 등 바로 지금의 기후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었다. 그 밖에도 지구에 곧 빙하기가 도래할 거라는 주장, 아이슬란드의 북극곰 사냥 열풍, 동해에 명태가 사라진 이유, 바나나가 완전히 멸종될 거라는 설 등 과학적 근거 위에 상상력을 더해 기후 불평등과 동물권, 기술과 자본의 문제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기후 문해력과 생태적 감수성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쓰인 이 책은 '기후 픽션'이라는 흥미로운 구성으로 누구나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후 변화를 둘러싼 진실과 과장,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 자본, 권력의 역학 관계를 재미있는 삽화와 사진 자료들을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어 기후 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 환경 위기 최전선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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