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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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의 소설은 『워싱턴 스퀘어』를 읽은 적이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담담하면서도 비정하게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한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서야 그중 하나인 『나사의 회전』을 읽게 되었다. 액자식 구성, 의식의 흐름 기법에 의해 서술된 이 작품의 바깥 화자 ‘나’는 더글러스라는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아마도 여행지인 듯한 곳에서 유령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글러스는 어릴 적 누이의 가정교사였던 여성이 남긴 원고를 읽어준다.

시골 목사의 딸인 그녀는 런던에 올라와 가정교사 자리를 얻기 위한 면접을 통과한다. 이제껏 본 중 가장 멋진 신사인 고용주에 반해버린 것도 잠시, 설렘은 사그러든다. 고용주가 그은 선-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 것, 어떤 일도 보고하지 말라는 얘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 가정교사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보면 그가 내건 조건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갓 스무 살이 된 가정교사는 고용주의 조카인 플로라를 가르치게 되고 곧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얼마 후, 소녀의 오빠인 마일스가 학교에서 쫓겨나 집으로 오는데 그 이유는 끝까지 모호하게 설명된다.

플로라와 마찬가지로 마일스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분위기를 가진, 흠결 없는 심성의 소년으로 보인다. 가정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 역시 성장한다고 생각하며 또 삶의 보람을 느낀다. 그녀 자신의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투영하듯 아이들을 아낀다. 가정부 그로스 부인이 이전의 가정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 며칠 후, 탑 꼭대기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한 남자를 목격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남자가 저택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가정교사가 남자의 인상착의를 알리자 그로스 부인은 퀸트라며 겁에 질린다.

퀸트라는 하인은 방종하기 그지없어, 여러 스캔들을 일으키고 객사하였는데 그이의 행적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난다. 한편 가정교사는 플로라와 호수 근처에 갔다가 전 가정교사, 제슬로 보이는 여성을 본다. 이때 그녀는 제슬이 유령임을 알고 플로라의 반응을 통해 소녀와 유령이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로스 부인에게 들은 사실은 무척이나 놀랍다. 비천한 신분의 퀸트가 상류층 여성이던 제슬의 배를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제슬이 이 집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그녀가 주목한 부분은 퀸트가 이 집 도련님 마일스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로스 부인은 그것을 영향력이라 표현한다. 여기서 퀸트와 마일스, 제슬과 플로라가 성적인 관계였음이 암시된다. 가정교사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었던 빅토리아 시대 어느 시골 목사의 딸이다. 스무 살이 되었고 고용주에게 반해 있으며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과 꼭 맞는 천사 같은 아이들. 그러나 부도덕한 유령의 출현으로 아이들의 도덕성과 순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수적으로 자라왔을 가정교사가 자기 분신처럼 사랑하고 숭배하던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있었을까?

이 집에서 유령을 목격한 사람은 가정교사 밖에 없고, 아름답고 소중한 아이들을 유령의 영향력에서 떼어놓을 이도 그녀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서 진실을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순진한 미소는 그녀와 힘겨루기를 하는 꿍꿍이로 느껴진다…. 이 소설에서 유령이 진짜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가정교사의 서술을 어디까지 믿느냐에 달려 있다. 소설의 모든 것은 모호하다. 가정교사는 가정부보다 계급이 높기 때문에 대화의 대부분을 이끌어간다. 교사는 아이들보다 위엄 있을지 모르나 신분은 아래이다. 아이들은 그녀를 존중하고 따르지만, 유령을 본 후 아이들에 대한 가정교사의 의심이 깊어지면서 이 역시 미궁에 빠진다. 아이들은 진실만 말하고 있는가? 그로스 부인은 가정교사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유령은 가정교사라는 신분의 한계, 보답 받지 못할 사랑, 억눌린 성적 욕망의 좌절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낮은 신분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기존 권위에 대해 도전하는 것일수도, 혹은 저택 내 권력을 제어하려는 욕망일 수도 있다. 서술자의 자기기만이 환상과 현실을 혼동한다고 본다면, 『속죄』에 등장하는 브리오니와 『봄에 나는 없었다』에 등장하는 조앤과 비교할 만하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더글러스부터가 거짓일지도 모른다. 먼저 원고 자체가 거짓일 수 있고, 원고를 쓴 이가 가정교사가 아닐 수 있다. 또 더글러스는 트리니티 칼리지를 다니던 대학생일 때 열살 연상인- 누이의 가정교사를 만났다고 했는데 만약 마일스가 그라면 이 또한 거짓일 것이다.

사실 원고의 진위 여부에 대해 논하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가정교사가 유령을 본 건지, 만든 건지에 따른 해석을 주고받는 편이 더 다채로워 보인다. 중요한 것은 진짜 유령이 존재했다면- 이 소설의 고딕 분위기가 한껏 살아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모호함으로 무장한 심리 소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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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0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문단 읽고 그만 읽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어요.
무서워서요~~~ㅎㅎㅎㅎ (웃지마세요, 진심입니다.(
앞부분은 <제인 에어>랑 비슷하네요. 젊은 가정교사, 매력적인 집주인, 귀여운 아이들. ㅎㅎㅎ

에이바 2016-10-05 11:11   좋아요 0 | URL
저번에 『리틀 스트레인저』때도 단발머리님 무섭다고 그러셨잖아요ㅎㅎ 근데 그 책은 좀 무서웠는데 『나사의 회전』은 그렇지 않아요. 제인도 그렇고 고딕 소설풍 이야기라 서로 연상되는 구석이 있어요. 하지만 제인은 모든 작품 중에서도 넘나 1순위! 좀 전에 알게 되었는데 오늘이 『제인 에어』 초판 출간일이래요! ^^
 



Variations in B-flat on "La ci darem la mano" from Mozart's "Don Giovanni" for piano and orchestra, Op. 2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Eliahu Inbal / Claudio Arrau (piano)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 중 아리아 "그대 손을 내게 주오" 주제에 의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 B플랫 장조 작품번호 2 / 엘리아후 잉발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




쇼팽에 관련된 책을 보면 꼭 나오는 표현이 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의 등장입니다. Hats off, gentlemen! A genius!'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라, 로베르트 슈만이 1831년 이 곡을 듣고 쓴 비평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변주곡을 작곡한 것은 1827년, 쇼팽의 나이는 겨우 열일곱 살일 때다. 쇼팽의 작품 중 관현악이 등장하는 첫번째 곡이자, 작곡가로서의 최초의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다. 주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1막에서 조반니가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향해 부르는 유명한 이중창 '그대 손을 내게 주오'에서 가져왔다. 이 곡은 1829년 8월 11일, 빈의 캐른트너토르테아트르Kärntnertortheater에서 쇼팽에 의해 초연되었다. 쇼팽이 부모님에게 쓴 편지에 따르면, "변주곡이 끝날 때 마다 관객들이 큰 박수를 쳤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오케스트라 총주가 안 들렸을 정도"였다고. 작품에서 관현악의 역할은 크지 않다.

 

쇼팽의 초기작품들에서 훔멜의 영향을 찾을 수 있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하다. 당시 훔멜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본보기였고, 쇼팽에게 또한 그러했다. 음악평론가 해롤드 쇤베르그는 그의 저서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에서, "훔멜의 협주곡 2번과 쇼팽의 협주곡 1번의 도입부는 우연이라기엔 너무 유사하다"라고 하였을 정도다. 훔멜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제자로 베토벤과 함께 수학하였으며, 그 영향은 쇼팽과 슈만, 리스트에게 이어진다. 쇼팽은 훔멜 앞에서 작품1 론도와 작품2 변주곡,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연주하였고,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1830년 출판되며, 쇼팽의 친우인 티투스 보이체홉스키에 헌정되었다. 보이체홉스키는 학창시절부터 좋은 친구로, 쇼팽이 마음에 둔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상대기도 했다. 쇼팽이 파리에 자리잡은 이후로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으나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가 간직한 편지를 통해 둘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알 수 있다. 쇼팽은 임종 직전에 티투스와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포노에서 출간된 《음악과 음악가》에는 슈만의 감탄이 그대로 실려있다. (이 변주곡만이 아니라 쇼팽의 협주곡, 즉흥곡, 소나타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평이 함께 있다.) 슈만의 '모자를 벗으시길'에 대한 쇼팽의 반응은 신통찮았는데, 슈만의 상세한 해설이 표제음악을 싫어하던 쇼팽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열정적으로 쇼팽의 천재성을 후원하였고, 이후 그에게 〈크라이슬레리아나〉를 헌정하였다. 쇼팽은 이에 대한 답례로 발라드 2번을 슈만에 헌정한다. 슈만의 작품 〈사육제〉의 12곡의 제목도 '쇼팽'이다.

 

  참고: 《쇼팽, 그 삶과 음악》, 《음악과 음악가》, 위키피디아(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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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이 헝가리어-한국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읽은 최초의 수용소문학이었고 내용은 어렴풋하나 책을 읽다 여러 번 헛구역질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반가운 마음에 구입했지만 막상 책을 펼쳐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 이 영화가 떠올랐다. 사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을 맞이하는 것은 다소 피로한 감이 있다. 역사와 그 희생자들을 욕되게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비극이 소비되는 방식이 다분히 상업적이면서도 건드릴 수 없는 성스러운 반열에 올라있다고 해야 할까. 홀로코스트라는 용어를 유대인이 독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구분 같은, 그리고 비극이 그려지는 방식의 폭력성과 자극같은 것들 말이다.


《사울의 아들》은 독특하고 불친절한 영화이며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서 일어난 존더코만도 봉기를 배경으로, 존더코만도 사울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시각이란 화면을 사울의 시선이 머무는 프레임에 가둬놓은 느낌, 영화기법은 잘 모르겠다. 관객은 사울이 보고 듣는 정보만 취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1인칭 시각만으로 진행되지도 않으며, 모든 언어가 번역되어 자막에 뜨지도 않는다. 특히 가스실에서 시신들을 아웃포커스로 빼고 텅 빈 사울의 얼굴을 잡는 장면이 영화를 본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존더코만도는 기차를 타고 온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데려가고 이후 시체를 처리하는 작업반이다. 동족을 배신하고 나치의 범죄를 도운 대가로 수용소 내에서 약간의 자유와 보상을 받고 4개월 후면 자신도 가스실로 가야하는 운명의 사람들….


영화의 시작. 사울이 기차역에 나와 있고 화면은 가스실로 옮겨진다. 번호순으로 걸린 옷과 신발을 정리하고 피투성이가 된 바닥을 닦고 시신들을 옮기고…. 『운명』을 보면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죄르지가 듣는 것이 사이렌 소리 그리고 여러 언어들이다. 이윽고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지치거나 병들었다고 하지 말고, 쌍둥이도 안 되고 어리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죄르지에게 열여섯 살이라고 하라고 한다. 의사 앞에 섰을 때, 조언대로 나이를 속이고 생존 그룹에 합류한다. 죄수복을 입은 사람은 계속 나온다. 목욕하기 전 나치 장교의 말을 옮기거나,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들은 모두 이들의 입에서 나온다. 아마도 이들이 존더코만도였으리라. 사울은 4개월의 유예 기간이 다 되어가는 존더코만도의 일원이다. 마지막 존더코만도이기도 하다.


여느 때처럼 가스실을 정리하고 있는데 한 소년이 살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의사는 소년을 질식사시키고 부검을 위해 시신을 옮기라고 한다. 사울은 의사에게 아이를 묻어주고 싶으니 부검을 하지 말아 달라 부탁한다. 유대교식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랍비를 찾아 수용소 곳곳을 넘나든다. 실랑이하던 랍비는 사울 때문에 죽게 되고 사울은 소년의 시신을 찾아 숙소에 숨긴다. 사울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개다. 하나는 소년을 묻어주기, 다른 하나는 존더코만도들의 봉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사울은 무척 바쁘다. 랍비도 찾아야 하고, 누가 작업을 시키면 그것도 해야 하고 봉기를 위해 여성들이 있는 구역으로 가 화약도 가져와야 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울에게 동료가 묻는다. 아는 애야? 의사가 묻는다. 아들인가? 동료가 말한다. 자네는 아들이 없잖아. 


소년을 묻어주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봉기에 집중하는게 더 중요할까? 어느 쪽이든 목숨을 걸어야 한다. 랍비를 찾는 과정에서 그리고 명령불복 때문에 사울은 정말 죽을 위기들에 처한다. 고생해 얻은 화약은 랍비를 챙긴다고 잃어버린다. 이번에 가스실에서 발견한 옷들은 존더코만도들의 것이다. 봉기가 시작되고 사울은 소년의 시신과 랍비를 데리고 달아난다. 왜 그랬을까? 대의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하지 않았을까? 소년을 묻어주겠다며 고군분투하는 사울…. 존더코만도는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나치의 기만성은 아주 교묘한 것이어서 겁에 질린 유대인들을 동족의 목소리로 꾀어낸다. 탈의한 옷을 건 자리번호 잘 기억해두고 신발은 짝을 잃지 않게 끈으로 잘 묶어 두세요, 같은 말들. 탈의실을 빨리 정리하고 다음 희생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만. 이 모든 것은 유대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시신을 치우는 비인간적인 상황을 누가 견딜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이들을 가스실로 데려다주며 베풀었던 위선을 어떻게 견딜까. 나치가 명령하고 존더코만도가 수행하는, 그나마 남아있던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행위. 그들은 민족을 배신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행위에 깊이 몸을 담금으로써 나치의 행위에 동조한 가해자가 되었다. 존재가 증거이기에 4개월 후 가스실로 향할, 자신의 유한한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 이후 『운명』을 읽은 것이 수용소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기차가 수용소 안까지 들어가고 구령에 맞춰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고. 그리고 사울의 미친 것 같은 행동, 자신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소년을 묻어주려는 고집을 말이다. 죄르지가 수용소 생활을 견디는데 필요한 것을 꼽으면서 고집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에게는 기억 속의 고향,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보살피는 애정 같은 것들. 고집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고집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살아가는 당위를 부여한다는 데서는 동일하다. 그렇게 할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고집을 내세우는 이유. 그것은―모든 것이 가능하고 또 불가능한, 철저하게 이성적이지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광기가 맴도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서―인간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아니,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바로 이 고집이다. 죽음을 만지고 죽음으로 가고 있는, 아니 이미 죽어버린 어쩌면 미쳐버린 사울이 소년를 묻어주려 하는 것. 살아났으나 다시 죽어버린 소중하고 작은 생명에 대한 애도는 화장터에서 끝나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영화가 남기는 울림은 마지막 장면에서 더 커진다. 독일 소년과 눈이 마주친 사울이 환하게 웃는 것. 자신이 지키려던 어린 것이 살아 있다.


비극의 재현불가능성을 논할 때, 우리는 상상에 의한 제한을 경험한다. 영화나 드라마같은 재현에서는 주어진 정보만을, 행간을 읽는 장면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상상에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제수용소가 있었대, 가스실이 있었대, 600만명이 희생됐대- 이런 사실은 비극을 실감하기 위한 현실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비극을 미학화하고 기억으로 오염된 증언들을 전달함에 있어 이 용어가 강조되는 이유기도 하다. 손에 피를 묻히고 고군분투하는 사울과 존더코만도, 사울에게 춤 춰보라며 조롱하는 젊은 장교들, 그리고 동정을 보이는 의사…. 과연 비극의 한 가운데 있던 독일 장교들은, 자신이 명령했던 그 비극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이해했을까? 진짜 비극을 경험한 사람들은 가스실에서 사라졌다는 프리모 레비의 말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장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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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2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정말 상상이 이상의 비극입니다. 그야말로 광기의 시대를 사는 살고 있는 사람은 지옥보다 못한거 같아요..리뷰 아주 잘 읽었어요..

에이바 2016-10-02 20: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장소] 2016-10-0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에이바 2016-10-02 20:54   좋아요 1 | URL
무어라 형언하기 힘들지요....

[그장소] 2016-10-02 22:59   좋아요 0 | URL
네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그렇네요 ..먹먹..막막..그랬어요..

에이바 2016-10-03 10:10   좋아요 1 | URL
자극적인 장면들은 흐릿하게 처리되는데도 그 절망감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북프리쿠키 2016-10-02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유대인 감독이 시오니즘의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그간의 이른바 대작들과는 분명히 달라서 좋았습니다.^^;

에이바 2016-10-02 20:55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도 보셨군요. 아주 힘들게 영화를 찍었더라고요.

북다이제스터 2016-10-02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 바울이 아닌 사울이라고 한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요? 궁금해 집니다. ^^

에이바 2016-10-02 20:57   좋아요 0 | URL
사울이 히브리 이름이고 영화에서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북다이제스터 2016-10-02 21:03   좋아요 1 | URL
네 바울이 당시 대중적인 그리스어 라고 알고 있지만, 예수의 깨달음을 알았단 종교적 의미를 더 하기 위해서는 영화 제목이 바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요. ㅎ
아직 못 본 영화라 궁금합니다. ^^

에이바 2016-10-02 21:06   좋아요 1 | URL
네 바울의 의미는 알지만 저는 영화에서는 전혀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봐서요.... 소년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랍비를 찾는 것 또한 그렇고요, 찾아보면 그 의미에 대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북다이제스터 2016-10-02 21:11   좋아요 1 | URL
아, 영화는 별로 그리스도교적인 색체가 없는 영화인가 보네요. 꼭 보고 싶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 사울이 나오는데 종교적이지 않다니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

에이바 2016-10-02 21:29   좋아요 1 | URL
홀로코스트를 그리스도교 방식으로 접근한 작품은 저도 생각이 안 나요.... 사울의 이름에 대해서 고민하면 다른 식으로 해석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영화 「아멘」은 당시 종교계의 침묵을 고발하고 있어요.

다시 생각해 봤는데요, 성경에서의 사울과 영화에서의 사울의 변화를 비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예수의 가르침이나 성경 이야기는 등장하질 않아서요. 저는 그 부분보다는 삶과 죽음, 비극 속에서 인간의 선택 그 부분에 집중해서 북다이제스터님께 답변을 제대로 드리지 못하네요...ㅠㅠ

북다이제스터 2016-10-02 21:33   좋아요 1 | URL
그럼 혹시 일부 유대인들이 은근히 홀로코스트에 적극 동조하고 지원했다는 감추어졌으나 알려진 그런 영화인가요? 어떤 책에서 그런 얘기를 봐서요. 말씀에 더욱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지꾸 이상한거 여쭤 보는 거 같습니다. 일단 영화 보고 궁금한 거 다시 여쭤 보겠습니다. ^^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

에이바 2016-10-02 21:41   좋아요 1 | URL
아니요ㅠㅠ 제가 글을 잘 못썼나봐요. 절멸수용소에서 존더코만도라 불리는 시체처리반(유대인)이 목격한 수용소의 마지막 며칠에 관한 이야기예요. 다만 존더코만도라는 존재 자체가 수용소 운영에 있어 나치에 협력하였기 때문에 가해자라 표현했어요. 하지만 본인들이 시한부 삶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점에서 폭력의 또 다른 희생자고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지원한 이들은 수용소 바깥에 있었다고 봐요... 상대성을 고려하면 이 또한 무의미하지만요...
 

아침에 폴리니에 관한 o님의 페이퍼를 보고 유투브에서 쇼팽 연습곡을 듣다가 자연스레 그가 열여덟에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음악 들으면서 잠시 재생을 멈춰야했는데…, 약 60년 전의 이 음반보다 훨씬 느릿하고 장중하게 시작하는, 어쩌면 쇼팽답지 않은 쇼팽 콩쿠르 파이널 영상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쇼콩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전 중 하나인 파리 살 갸보에서의 리사이틀, 그 후기를 정말 오랜만에 읽어서 그 때의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가 생각도 하였다. 마침 어제는 폴란드의 국민소설이라는 『인형』의 출간 소식도 들었고, 최근에 봤던 『운명』과 『사울의 아들』의 배경이 폴란드 오시비엥침인 것도 있고…. 결국 이 모든 것은 폴란드의 자랑, 쇼팽 탓이다 뭐 그런….


사실은 예전에 썼다가 지워버린 글이기도 한데, 모 샹송에 대해 떠올라 기억에서 열심히 복기하던 중이었다. 마음 내키면 글을 쓰고 아니면 말리라 생각했다. 아마 글 제목은 ‘프랑스 냄새, 파리 냄새’가 될 것 같은데ㅋㅋㅋ 아마 생각보다 짧은 글이 될 것 같고 확실히 글을 쓸지 안 쓸지 모르니까 생각난김에 조금 털어놔 보자면…. 노래는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억의 혼재 속에서 프낙이랑 버진 레코드에서 이 음악가의 앨범을 찾아 구경하던 기억도 나고, 아마 지베르 서점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한국 서가 구경하던 기억도 난다. 거기서 황석영 책을 보고 ‘이게 뭐야!’ (저는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했다가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보고서는 ‘누구?’하고 고개를 갸웃했었다. 아마 고은 시집도 봤던 것 같다. 이승우의 작품은 재작년에야 읽었다. 박부길 씨….


아무튼 폴리니의 피협을 멈추고 조성진의 콩쿠르 버전을 듣는데 이 벅차오름의 기저에 있는 것이 당최 쇼뽕인지 조뽕인지(?) 구별이 안 된다. 어제 읽은 ㅂ님의 페이퍼,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우리네 민족주의가 너무 강해서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생각이 난다. 개인의 기호를 역사까지 끌어와 확대하거나 일반화할 필요도 근거도 없지만은 가끔 생각하기를, 내가 조성진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정말 그의 음악적 해석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한국인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데서 오는 희열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일까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이 나는 분명 결과 발표가 나기 전, 파이널에서 연주한 영상을 먼저 보았다. 일단 나이답지 않은 여유로운 자세와 평소 생각하던 유약하고 감성적인 쇼팽이 아니라는 점에 빠져들어 40분이나 되는 영상을 보고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우승 발표가 난 다음에는 거의 미친 듯이 듣고 또 듣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종일 조 씨의 팬이 모인 모 갤러리를 들락거리면서 새로운 떡밥이 있나 없나 체크를 하고…. 도대체 그런 열정이 어디 숨어있었나 할 정도로 말이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불어 기사, 영상을 번역하고 시간만 생기면 웹을 뒤져댔다. (아 정말 위에 샹송 얘기랑도 이어지는데 France Culture는 예전 방송도 들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찾기만 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방송입니다가 뜬다.) 일년쯤 지났으니 그런 모든 경험들, 붕붕 떠 있던 감정들이 조금 내려 앉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잠시. 오늘 오전에 느낀 이 벅차오름 때문에 나는 또 시험과 자기 반성에 들었다. 이것은 쇼뽕인가, 조뽕인가, 클뽕인가, 국뽕인가…? 다인 듯….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성진 덕분에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고 공연도 가고 음반도 사고 책도 읽었다. 덕분에 문화적 소양이 좀 더 늘었으니 그저 감사하고 응원하고, 지난 여름에 녹음한 앨범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DG랑 계약한 앨범들이 아직 남아 있으니 설레고 기다려진다. 아, 이 페이퍼의 제목처럼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었는데…. 역사 속에서 리즈 시절(?)은 짧지만 자존심은 세고, 강대국 사이에 껴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그런 점들이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인 듯 하다. 그래서 말도 안 되지만 쇼팽의 음악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 폴란드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파악할 뿐 별다른 감상이 없었고 오히려 개인적인 일로 편견을 약간 가졌으나 문화의 힘이란 이리도 대단하다. 이제 나는 폴란드가 좋다. 여기가 쇼팽의 나라입니까…? 하오, 하오.


그래서 결론은 여러분, 쇼팽을 들으세요. 조성진을 들으세요. 폴란드 국민소설 『인형』도 같이 읽어요! 입니다.


ㅇ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4992193/8797121 

ㅂ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13413104/8796507




이 영상은 벌써 5백만 뷰를 앞두고 있다. 십만 뷰 정도 남았다.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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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9-29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임동민 손열음을 차세대 비르투오소로 소개하면서 조성진이 폴리니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했던 기사가 생각납니다. 쇼팽의 나라만으로도 폴란드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죠. ^^

에이바 2016-09-29 12:25   좋아요 2 | URL
네 기억이 나요! 저 역시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읽어서 출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디서 조성진은 폴리니나 치메르만에 가까운 연주자라고 평하더라고요. 그런 칭찬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요?ㅎㅎ 오거서님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_ _)

북다이제스터 2016-09-29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내용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개인 취향과 기호도 온전히 개인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장정일의 공부>에 적혀있어, 그 내용을 옮김니다.^^

˝(개인) 기호나 취향은 물론 모든 예술양식은 계급과 계급 간의 주도권 싸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바로크 음악은 일단 곡이 시작되면 템포의 갑작스런 변화나 현저한 차이 없이 시종일관 규칙적인 속도로 진행된다. 이런 종류의 음악은 교회와 봉건적 위계질서, 절대 군주와 같이 무한한 신의 섭리로 질서 정연하게 유지되는 사회체계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부르주아 사회가 성장하면서 개인주의적인 특성과 개성이 부각되면서 멜로디가 솟았다. 실내악 발전이 부르주아 계급의 경제적 능력과 상응하며, 현악4중주의 탄생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 계급의 사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18세기 부르주아는 오페라 부파(희극)보다 세리아(비극)을 더 선호했다. 영웅이나 높은 신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리아는 당대 상류계급의 가치와 미덕을 나타내 주었으나, 부파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촌극으로 여겨졌다.˝

에이바 2016-09-29 14:15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일부러 인용해주시고 정말 감사드려요. 저도 기호나 취향의 형성에 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설명하기도 힘들고 조성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들어보자고 너무 거창하게 가져온게 아닌가 했답니다... ㅎㅎ 마침 예를 클래식 음악으로 옮겨 주시니 더 즐거워요. 덕분에 잘 읽고 확인하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 _)

앗 확인해보니 제가 필요도 근거도 없다고 썼군요!! 저 대신 근거를 찾아와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단발머리 2016-09-2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죄송해요. 다른 분들은 이런 우아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저는 쇼뽕, 조뽕, 클뽕, 국뽕!에서 혼자 만세만세만만세!!!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이런 사람이예요. 쇼뽕, 조뽕~이런 류를 좋아합니다.
우아하신 우리 에이바님에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같은 사람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유머 많이 부탁드립니다.
유머를 주시면, 저는 하트를 드릴께요. 하트~~^^

저는, 저의 국뽕을 확인하고자 이름은 모르는 다른 두 연주자,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었는데요.
둘 다 아시아계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우리 조군의 연주와 비교해보자면서요.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요.
선명도에 있어서요. 터치가 주는 힘과 음의 명확성에서,
김선욱을 지칭할 때 그런 표현을 많이 하던데, `명징한 타법`이라고요.
저는 조성진의 터치가 그렇게 느껴졌거든요.
악보에 대한 이해나 해석은 뭐라 하기 어렵지만요. 일단 명확성, 정확성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CD 사고 나서 악보 펼쳐놓고는, 영어 집중듣기 하듯이 한 곡, 한 곡, 아껴서 들었잖아요.
며칠 안 갔지만 ㅠㅠ
그 때에도.... 글쎄요. 저는 흠이란 걸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완벽에 가깝다....
사실 콩쿨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대한 모범적으로 연주해야 하기에 연주자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 와중에도 리타르난도나 쉼표 사용 같은 걸로 나름 조군의 숨소리도 드러내고 그랬던것 같아요.
암튼, 저도 조군을 사랑합니다. 외모와 실력이 세계 최고!!!

에이바님.... 이미 아시겠지만, 팟캐스트 <피아노홀릭>이라고 sbs 김영욱 피디가 운영했던(지금은 쉬고 있죠^^) `피아노홀릭`이란 팟캐스트에서 조성진 수상 했을 때, 조성진 특집 내보냈었죠. 조군 인터뷰랑 다른 연주자들이랑 비교 설명도 조금씩 하구요. 전 잼나게 들었습니다.

할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려 합니다.
저는 5백만뷰 돌파하는데 도와주러 가야해서 ㅎㅎㅎ

에이바 2016-09-30 11:19   좋아요 2 | URL
조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피아니스트이신 분의 글에서 조성진의 여린음은 그 층(layer)이 아주 겹겹이 쌓여있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피아노에서 피아니시모에 이르기까지, 이 얘기는 다른 리뷰에서도 많이 언급돼요. 홀의 저 끝에서도 피아니시모가 그 여린음을 잃지 않으면서 또렷이 들린다... 실제로도 그랬고 이건 굉장히 섬세하고 대단한 능력 같아요. 포르테나 포르티시모는 정말 피아노 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연주하고요.

플로리스한 연주... 그런 점이 폴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고요, 조성진 스스로도 굉장히 절제하려 노력한 것 같아요. 순전히 제 궁예지만 본인의 특징 그러니까 캐릭터를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쇼콩 전에 나갔던 루빈스타인 콩쿠르 때랑 아주 다르거든요. 그때 순위가 정말 부당했었고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정경화 샘이 그러시더라고요. 천재라고 근데 노력을 한다고.... 쇼콩 동안 감기에, 교정기 때문에 입 안은 상처 투성이고 하는 인터뷰를 보셨을까요?

예전에 피아노 박물지던가 그 책 리뷰에 아갈마님이 이성복 시인의 글을 알려주셨는데요. 아마 머레이 퍼라이어 관련해서 쓴 글인데.... 그 얘기랑 좀 겹쳐 말해보자면, 예전에 김연아 선수보고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그리도 감정 표현, 해석을 잘 하세요? 하니 전부 연습하는 거라고 했어요.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냐고요. 결국 그 실력이라는 체득, 체화되어 있는 데서 나온다는 건데 그렇게 얘기들 하잖아요. 정확한 기술 위에 예술이 꽃핀다. 테크닉은 이미 완성돼 있어야 하니 논외이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그 정도 레벨에 오르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끝없는 반복과 연습 말이에요. 그리고 테크닉을 넘어섰으니 자기만의 것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요. 조성진도 파이널에선 머리를 비우고 즐겁게 연주했다던가 그랬는데 이 역시 위에서 얘기한 체화된 실력이 악조건에서도 발한 거라 생각해요. 어느 장르든 천재들의 리그는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든 예술이든 말이에요...

저번에도 글을 썼었는데 아시아 연주자들을 후려치는게 손가락만 잘 돌린다며 함께 나오는 표현이 기계 같다 무감정하다 이거거든요. 정말 짜증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돼요. 클래식은 역사와 정치, 예술이 주고받은 문화의 총체 같은 거라서 타 문화권 출신 음악가들이 그 틈을 메우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우는 것, 체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학을 가고, 국내에서 수학하더라도 최고연주자 과정은 본토에서 밟곤 하는 것이죠.... 리윤디의 쇼콩 우승이 센세이셔널했던 것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최연소 우승이었고 유학 경험도 없고 또 아시아 시장이 그만큼 컸다는 것도 보여 주고요.

사견이지만, 조성진의 연주에는 문화도 국적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보고 너는 연주를 듣고 국적이나 인종을 구분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특유의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세대의 쇼팽으로 뽑힌 것은 쇠락해가나 그 장벽은 굳건한 장르에서 숱한 장애들을 넘어 개인이 거머 쥔 승리라고 생각해요. 음악계 권력자들이 밀어주었니 어쨌느니 하지만 낭중지추라 하듯이, 눈에 드는 것도 운이며 실력이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조성진의 공연 리뷰들을 보면 아직은 자기 색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지금이 정말 중요한데 이제 4년 남았죠. 다음 쇼콩이요. 쇼팽 협회에서는 우승자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게 유효기간이 있잖아요. 앞으로의 연주 인생을 위해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동안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데 적절한 공연 횟수와 그러면서도 탄탄한 레퍼토리를 늘려가는 것. 현명하게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ㅠㅠ 너무 빤한 얘기만 늘어놓았네요. 클래식 애호가 분들이 보시면 한심하시겠어요... 저 조뽕러 답없다고요ㅋㅋㅋ 언젠가 뽕이 빠지겠죠. 더 심해질 수도 있고요. ㅎㅎ

물고기자리 2016-09-29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바 님의 덕후력!^^

에이바 님처럼 저도 팬과 안티와 어그로가 상주하는 갤러리를(거칠기로 악명 높지만 정보도 많이 얻죠 ㅎ) 8년 가까이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ㅎ

(잠깐 들러보니 조성진 갤러리는 굉장히 온화하네요^^)

아무튼 저는 제가 가진 성향 중에 무엇을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제일 좋거든요. 시작은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 하나였지만 그로부터 얻는 것들, 배우는 것들이 참 많고요.

그래서인지 에이바 님의 덕후스러운 글들을 보면 같이 호응해주고 싶고, 기분이 좋아져요 ㅎ

에이바 2016-09-30 11:19   좋아요 0 | URL
조성진 갤은 두 개예요. 마이너 갤러리 말고 다른 곳에 주로 갔는데 올 초까지만 다녀서 그 후로는 업데이트가 안 돼 있어요. ㅠㅠ 역시 덕후 맘은 덕후가 안다고 물고기자리님도...ㅠㅠㅠㅠㅠㅠ

저도 신기해요. 푹 빠져 있는 동안 얻는 점들이 많으니까요. 되도록이면 간접적으로 읽고 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늘, 직접 음악에 닿고픈데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 좀 슬퍼요. 역시 덕질은 현질이에요. 덕계못도 일단 현질이 우선되어야.... 부지런히 모아야겠어요...!

물고기자리 2016-09-30 20:5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덕질은 현질이죠 ㅋ

저는 제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한 리뷰를 쓰기 위해 공부도 했었어요^^ 공간의 특성상 굉장히 공격적이기 때문에(다양한 관계자들과 흠잡으려는 안티들이 늘 지켜보고 있으니!) 단어 선택에 있어 신중해질 뿐만 아니라 공부도 하게 되더라고요 ㅎ

덕질의 기본은 충분한 데이터인데(저절로 막 찾아보게 되죠!^^) 평소 에이바 님의 글에서도 느꼈던 건 인풋이 아웃풋보다 훨씬 많다는 거였어요.

글에 다 표현하지 않아도, 혹시라도 누가 어느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에이바 님 나름의 답을 하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읽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위에 있는 에이바 님의 댓글만 봐도 환상적이잖아요^^)

그런 성향이 있어야(최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 덕후적인 면모로 발휘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은 에이바 님의 일반적인 독서에서도 보이거든요.

덕질이 즐거운 건 누군가를, 또는 무엇을 사랑하니 행복하고, 그로 인한 모든 혜택은 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데 있지 않나 싶어요 ㅎ

이왕에 한 번뿐인 삶이라면 냉소적인 것보단 뜨겁게 살고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에이바 2016-10-02 09:40   좋아요 1 | URL
저는 갤질을 끊은지 오래(?)지만 왠지 물고기자리님과 같은 곳에 몸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좋아하는 대상을 옹호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공부했었거든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요. ㅎㅎ

위에 댓글은 사실 조성진은 모차르트도 잘 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건데(모차르트 연주는 손 모양을 또 다르게 해야 한다더라고요?) 댓글이 산으로 간 것 같아요. 조금만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면 아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그런가 본데 읽어보니 빤한 얘기들이라 자제해야겠습니다. ㅠㅠ

그리고 덕질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거라는 말씀 동감해요!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내부의 에너지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내 안을 비우고 다시 채우고... 그러면서 점점 그 마음이 넓어져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고기자리님말씀처럼 덕질은 결국 자기계발이잖아요. 우리 행복한 덕후가 됩시다 >_<

물고기자리 2016-10-02 16:21   좋아요 1 | URL
사랑하는 마음은 내부의 에너지에서 오는 것,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며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감동이에요^^
에이바 님의 글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던 이유는 바로 이런 거겠죠.


어느 기자가 트윗에 올렸던 말 중에 공감하는 내용이 있는데요,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어둡고 낮았던 순간에, 그에게 일종의 빚을 진 경험이 있다는 것.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치유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인생의 깊은 상처를 누군가로 인해 기워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 ˝


저는 어느 배우의 덕질을 했었는데, 제 성향상 책이 가장 가까웠기도 했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의 연기를 활자로 다시 그려보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 그 과정에서 팬으로서도 감동적인 보상을 많이 받았지만, 가장 큰 보상은 제 자신의 아픔을 견딜 수 있었던 거였어요.

결국 제 자신을 구원해 준 그 출발점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는 것도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 또한 A 님께 감사하는 게 있어요! 에이바 님의 댓글에 달지만 언젠간 보시겠죠 ㅎㅎ

다소 시큰둥하게 시작했던 알라딘 서재였는데, 꾸준히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어 주신 A 님께 화답하느라 어느새 제 서재에도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대충 말해도 더 깊게 이해하며 호응해주는 대화 상대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분이 제 발로 저를 찾아와 주신 거죠 ㅎ

사실 올해는 이러저런 일들로 좀 힘든데(그래서 리뷰도 드물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들을 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잘 견디고 있거든요. 그래서 잠수를 하고 싶어도 못 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저를 자꾸 물 위로 끌어올려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ㅎ


에이바 2016-10-03 10:27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참 많아요. 저 역시 제가 힘들 때 덕질에서 일종의 구원을 찾았고,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A님에 대한 말씀도 그래요. 저도 북플로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그 때, A님의 북플 홍보글을 보고 왔거든요. 그냥 적립금 받으려고 깔았던게 다였는데요ㅋㅋㅋ 그러고선 저는 남몰래 그 분의 글을 읽고 있었는데 언젠가 제게 길게 댓글을 달아주신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분들 글도 읽고 그러다보니 서재활동에 정이 붙고 점점 재밌어지더라고요. 저 역시 그런 마음의 감사함이 있답니다. ^^

물고기자리님 잠수하셔도 숨쉬러 올라오시는 거 잊지마세요! 자연스럽게 모두 잘, 해결될 거예요. 힘내세요!!

AgalmA 2016-09-3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의 덕후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ㅎㅎ
불 구경, 싸움 구경보다 덕후력 구경이 더 막강한 매력이 있는 거 같음

에이바 2016-10-02 09:41   좋아요 0 | URL
(거울을 가져다 드리며) 아니, 저를 덕후의 세계 알라딘으로 인도하신 목자 아니십니까...?

AgalmA 2016-10-02 09:48   좋아요 0 | URL
거울 잘 주셨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더 덕후지?˝ ˝에이바님입니다.˝
거 봐요~👍🏻 덕후력을 속이지 못해 알라딘에 오고야 말 운명이셨다는? ㅎㅎ

에이바 2016-10-03 10:25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은 꼭 위에 있는 댓글 놓치지 마세요!! ㅎㅎ
 

원래 창비에서 나온 『성소녀』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을유세계문학 신간을 보고 급히 취소했다. 미쳤다, 미쳤어.... 이런 작품이 번역되다니 미쳤어.... 이건 봐야 해!!!!! 이런 작품은 홍보해서 많이 많이 사 보시고 출판사가 힘을 잃지 않고 계속 작품성 있지만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번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ㅠㅠㅠㅠ


(책소개를 보고 발췌)
폴란드의 국민 소설, 최고의 문학작품이라 꼽힌다는 볼레스와프 프루스의 『인형』.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화, 연극,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2015년 9월엔 폴란드에서 ‘국민 책 읽는 『인형』의 날’ 행사 때 전국의 학교, 문화 회관, 도서관, 서점, 공중 독서실 등 1천6백여 장소에서 전 국민이 동시에 『인형』을 읽었을 정도로 이 작품은 폴란드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개글을 읽고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ㅠㅠ 상권 644쪽, 하권 660쪽 분량도 넘나 내 스타일... 줄거리 소개를 보면 더 보고 싶어진다.


(줄거리)
사업가 보쿨스키는 소문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죽은 아내가 남긴 상점으로 충분히 풍족하게 살 수 있지만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이익을 노리고 전쟁터로 떠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엄청난 돈을 벌어 돌아온다. 그리고 한눈에 반한 이자벨라를 향한 사랑을 불태우며 그녀를 얻기 위해, 경제력을 잃은 아버지 등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게 접근한다. 사실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로 간 것도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재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뛰어난 미모로 수많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연 적이 없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게다가 허영심 많고 이기적이며 귀족의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에게 보쿨스키는 무례해 보이고,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던 상점 주인일 뿐이다. 보쿨스키도 그녀가 자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끼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데….


그래서 보쿨스키는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오나요? 이자벨라는 어떻게 되나요? ㅠㅠㅠㅠㅜㅜ

˝귀족부터 빈민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회층의 갖가지 인간관계를 분석하고 비판한, 폴란드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우리 같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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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2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저 책 표지가 예쁜데요.^^

에이바 2016-09-28 12:44   좋아요 1 | URL
을유문학 표지들은 다 예쁜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ㅎㅎ

다락방 2016-09-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이번 해가 가기까지 새 책을 한 권도 사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했는데 말입니다. 아아아아 어떡하지...어쩌죠.... 이런 신간 소식을 제게 알려주지 마세요 ㅠㅠ

에이바 2016-09-28 16:47   좋아요 0 | URL
네? 아직 10월도 안 됐는데요? 헤헤헤헤헿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수이 2016-09-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질렀지요 ㅋㅋㅋㅋㅋ 찌찌뽕 에이바님

에이바 2016-09-28 16:48   좋아요 0 | URL
역시 야나님!!!! 을유 클래식은 봐야죠 ㅎㅎㅎ

CREBBP 2016-09-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은 표지가 하드카바도 아니고 그렇다고 얇은 일반도 아니고 그 중간 정도 되면서 튼튼하고 고급스러워요. 저는 표지의 재질만으로도 너무 마음에 들어 을유 거는 종이책으로 사고 싶더라구요. 10월에 같이 읽어요~~

에이바 2016-09-28 16: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여긴 500 페이지 넘어가는 책의 경우 책등 쪽 표지랑 떨어지는 경향.. 뭔지 아시겠어요? 표현이 힘드네요... 그런 것만 빼면 전 시리즈 너무 좋아해요. 미주라서 불편한 느낌도 있지만 도리어 본문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요. 네 같이 읽어요!!!!

깊이에의강요 2016-09-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소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요...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시리즈 좋아해요~
내용도 질감도...
손맛이 있지요^^
하~신간이 나왔군요.
침이 고이네요 ㅋ

에이바 2016-09-28 19:04   좋아요 0 | URL
성소녀가 그렇게 충격적이면서 유미주의의 끝이라 하길래... 궁금한데도 계속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고 있어요. 오늘처럼요 ㅎㅎ

깊이에의강요님도 을유세계문학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디자인, 편집, 작품 라인업과 번역까지 모두 좋아해요. 같이 읽읍시다!

깊이에의강요 2016-09-2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아직도 구입은 못했어요ㅎ

워크룸 프레스의 제안들 시리즈는 안 모으시는지 급 궁금해지는데욧^^

에이바 2016-09-28 20:15   좋아요 0 | URL
제안들은 페소아 것만 가지고 있어요. 굉장히 밀도가 높아서 일독하고 지쳐 리뷰는 꿈도 못 꾸고 있고요. 곰브로비치, 장 주네, 루이페르디낭 셀린 요렇게 세 권은 눈여겨보고 있어요. 언제 주문할 지는 모르겠고요... 오히려 제가 기다리는 건 제안들 이름으로 나올 페소아 시집이에요. 22번인데 좀 더 기다리면 나올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