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폴리니에 관한 o님의 페이퍼를 보고 유투브에서 쇼팽 연습곡을 듣다가 자연스레 그가 열여덟에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음악 들으면서 잠시 재생을 멈춰야했는데…, 약 60년 전의 이 음반보다 훨씬 느릿하고 장중하게 시작하는, 어쩌면 쇼팽답지 않은 쇼팽 콩쿠르 파이널 영상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쇼콩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전 중 하나인 파리 살 갸보에서의 리사이틀, 그 후기를 정말 오랜만에 읽어서 그 때의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가 생각도 하였다. 마침 어제는 폴란드의 국민소설이라는 『인형』의 출간 소식도 들었고, 최근에 봤던 『운명』과 『사울의 아들』의 배경이 폴란드 오시비엥침인 것도 있고…. 결국 이 모든 것은 폴란드의 자랑, 쇼팽 탓이다 뭐 그런….


사실은 예전에 썼다가 지워버린 글이기도 한데, 모 샹송에 대해 떠올라 기억에서 열심히 복기하던 중이었다. 마음 내키면 글을 쓰고 아니면 말리라 생각했다. 아마 글 제목은 ‘프랑스 냄새, 파리 냄새’가 될 것 같은데ㅋㅋㅋ 아마 생각보다 짧은 글이 될 것 같고 확실히 글을 쓸지 안 쓸지 모르니까 생각난김에 조금 털어놔 보자면…. 노래는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억의 혼재 속에서 프낙이랑 버진 레코드에서 이 음악가의 앨범을 찾아 구경하던 기억도 나고, 아마 지베르 서점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한국 서가 구경하던 기억도 난다. 거기서 황석영 책을 보고 ‘이게 뭐야!’ (저는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했다가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보고서는 ‘누구?’하고 고개를 갸웃했었다. 아마 고은 시집도 봤던 것 같다. 이승우의 작품은 재작년에야 읽었다. 박부길 씨….


아무튼 폴리니의 피협을 멈추고 조성진의 콩쿠르 버전을 듣는데 이 벅차오름의 기저에 있는 것이 당최 쇼뽕인지 조뽕인지(?) 구별이 안 된다. 어제 읽은 ㅂ님의 페이퍼,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우리네 민족주의가 너무 강해서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생각이 난다. 개인의 기호를 역사까지 끌어와 확대하거나 일반화할 필요도 근거도 없지만은 가끔 생각하기를, 내가 조성진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정말 그의 음악적 해석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한국인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데서 오는 희열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일까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이 나는 분명 결과 발표가 나기 전, 파이널에서 연주한 영상을 먼저 보았다. 일단 나이답지 않은 여유로운 자세와 평소 생각하던 유약하고 감성적인 쇼팽이 아니라는 점에 빠져들어 40분이나 되는 영상을 보고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우승 발표가 난 다음에는 거의 미친 듯이 듣고 또 듣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종일 조 씨의 팬이 모인 모 갤러리를 들락거리면서 새로운 떡밥이 있나 없나 체크를 하고…. 도대체 그런 열정이 어디 숨어있었나 할 정도로 말이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불어 기사, 영상을 번역하고 시간만 생기면 웹을 뒤져댔다. (아 정말 위에 샹송 얘기랑도 이어지는데 France Culture는 예전 방송도 들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찾기만 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방송입니다가 뜬다.) 일년쯤 지났으니 그런 모든 경험들, 붕붕 떠 있던 감정들이 조금 내려 앉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잠시. 오늘 오전에 느낀 이 벅차오름 때문에 나는 또 시험과 자기 반성에 들었다. 이것은 쇼뽕인가, 조뽕인가, 클뽕인가, 국뽕인가…? 다인 듯….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성진 덕분에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고 공연도 가고 음반도 사고 책도 읽었다. 덕분에 문화적 소양이 좀 더 늘었으니 그저 감사하고 응원하고, 지난 여름에 녹음한 앨범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DG랑 계약한 앨범들이 아직 남아 있으니 설레고 기다려진다. 아, 이 페이퍼의 제목처럼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었는데…. 역사 속에서 리즈 시절(?)은 짧지만 자존심은 세고, 강대국 사이에 껴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그런 점들이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인 듯 하다. 그래서 말도 안 되지만 쇼팽의 음악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 폴란드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파악할 뿐 별다른 감상이 없었고 오히려 개인적인 일로 편견을 약간 가졌으나 문화의 힘이란 이리도 대단하다. 이제 나는 폴란드가 좋다. 여기가 쇼팽의 나라입니까…? 하오, 하오.


그래서 결론은 여러분, 쇼팽을 들으세요. 조성진을 들으세요. 폴란드 국민소설 『인형』도 같이 읽어요! 입니다.


ㅇ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4992193/8797121 

ㅂ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13413104/8796507




이 영상은 벌써 5백만 뷰를 앞두고 있다. 십만 뷰 정도 남았다.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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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9-29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임동민 손열음을 차세대 비르투오소로 소개하면서 조성진이 폴리니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했던 기사가 생각납니다. 쇼팽의 나라만으로도 폴란드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죠. ^^

에이바 2016-09-29 12:25   좋아요 2 | URL
네 기억이 나요! 저 역시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읽어서 출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디서 조성진은 폴리니나 치메르만에 가까운 연주자라고 평하더라고요. 그런 칭찬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요?ㅎㅎ 오거서님 덕분에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_ _)

북다이제스터 2016-09-29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내용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개인 취향과 기호도 온전히 개인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장정일의 공부>에 적혀있어, 그 내용을 옮김니다.^^

˝(개인) 기호나 취향은 물론 모든 예술양식은 계급과 계급 간의 주도권 싸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바로크 음악은 일단 곡이 시작되면 템포의 갑작스런 변화나 현저한 차이 없이 시종일관 규칙적인 속도로 진행된다. 이런 종류의 음악은 교회와 봉건적 위계질서, 절대 군주와 같이 무한한 신의 섭리로 질서 정연하게 유지되는 사회체계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부르주아 사회가 성장하면서 개인주의적인 특성과 개성이 부각되면서 멜로디가 솟았다. 실내악 발전이 부르주아 계급의 경제적 능력과 상응하며, 현악4중주의 탄생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 계급의 사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18세기 부르주아는 오페라 부파(희극)보다 세리아(비극)을 더 선호했다. 영웅이나 높은 신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리아는 당대 상류계급의 가치와 미덕을 나타내 주었으나, 부파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촌극으로 여겨졌다.˝

에이바 2016-09-29 14:15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일부러 인용해주시고 정말 감사드려요. 저도 기호나 취향의 형성에 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설명하기도 힘들고 조성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들어보자고 너무 거창하게 가져온게 아닌가 했답니다... ㅎㅎ 마침 예를 클래식 음악으로 옮겨 주시니 더 즐거워요. 덕분에 잘 읽고 확인하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 _)

앗 확인해보니 제가 필요도 근거도 없다고 썼군요!! 저 대신 근거를 찾아와주셔서 더욱 감사드려요.

단발머리 2016-09-2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 죄송해요. 다른 분들은 이런 우아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저는 쇼뽕, 조뽕, 클뽕, 국뽕!에서 혼자 만세만세만만세!!!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이런 사람이예요. 쇼뽕, 조뽕~이런 류를 좋아합니다.
우아하신 우리 에이바님에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같은 사람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유머 많이 부탁드립니다.
유머를 주시면, 저는 하트를 드릴께요. 하트~~^^

저는, 저의 국뽕을 확인하고자 이름은 모르는 다른 두 연주자,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었는데요.
둘 다 아시아계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우리 조군의 연주와 비교해보자면서요.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요.
선명도에 있어서요. 터치가 주는 힘과 음의 명확성에서,
김선욱을 지칭할 때 그런 표현을 많이 하던데, `명징한 타법`이라고요.
저는 조성진의 터치가 그렇게 느껴졌거든요.
악보에 대한 이해나 해석은 뭐라 하기 어렵지만요. 일단 명확성, 정확성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CD 사고 나서 악보 펼쳐놓고는, 영어 집중듣기 하듯이 한 곡, 한 곡, 아껴서 들었잖아요.
며칠 안 갔지만 ㅠㅠ
그 때에도.... 글쎄요. 저는 흠이란 걸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완벽에 가깝다....
사실 콩쿨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대한 모범적으로 연주해야 하기에 연주자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 와중에도 리타르난도나 쉼표 사용 같은 걸로 나름 조군의 숨소리도 드러내고 그랬던것 같아요.
암튼, 저도 조군을 사랑합니다. 외모와 실력이 세계 최고!!!

에이바님.... 이미 아시겠지만, 팟캐스트 <피아노홀릭>이라고 sbs 김영욱 피디가 운영했던(지금은 쉬고 있죠^^) `피아노홀릭`이란 팟캐스트에서 조성진 수상 했을 때, 조성진 특집 내보냈었죠. 조군 인터뷰랑 다른 연주자들이랑 비교 설명도 조금씩 하구요. 전 잼나게 들었습니다.

할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려 합니다.
저는 5백만뷰 돌파하는데 도와주러 가야해서 ㅎㅎㅎ

에이바 2016-09-30 11:19   좋아요 2 | URL
조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피아니스트이신 분의 글에서 조성진의 여린음은 그 층(layer)이 아주 겹겹이 쌓여있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피아노에서 피아니시모에 이르기까지, 이 얘기는 다른 리뷰에서도 많이 언급돼요. 홀의 저 끝에서도 피아니시모가 그 여린음을 잃지 않으면서 또렷이 들린다... 실제로도 그랬고 이건 굉장히 섬세하고 대단한 능력 같아요. 포르테나 포르티시모는 정말 피아노 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연주하고요.

플로리스한 연주... 그런 점이 폴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고요, 조성진 스스로도 굉장히 절제하려 노력한 것 같아요. 순전히 제 궁예지만 본인의 특징 그러니까 캐릭터를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봐도 그렇고 쇼콩 전에 나갔던 루빈스타인 콩쿠르 때랑 아주 다르거든요. 그때 순위가 정말 부당했었고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정경화 샘이 그러시더라고요. 천재라고 근데 노력을 한다고.... 쇼콩 동안 감기에, 교정기 때문에 입 안은 상처 투성이고 하는 인터뷰를 보셨을까요?

예전에 피아노 박물지던가 그 책 리뷰에 아갈마님이 이성복 시인의 글을 알려주셨는데요. 아마 머레이 퍼라이어 관련해서 쓴 글인데.... 그 얘기랑 좀 겹쳐 말해보자면, 예전에 김연아 선수보고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그리도 감정 표현, 해석을 잘 하세요? 하니 전부 연습하는 거라고 했어요.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냐고요. 결국 그 실력이라는 체득, 체화되어 있는 데서 나온다는 건데 그렇게 얘기들 하잖아요. 정확한 기술 위에 예술이 꽃핀다. 테크닉은 이미 완성돼 있어야 하니 논외이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그 정도 레벨에 오르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끝없는 반복과 연습 말이에요. 그리고 테크닉을 넘어섰으니 자기만의 것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요. 조성진도 파이널에선 머리를 비우고 즐겁게 연주했다던가 그랬는데 이 역시 위에서 얘기한 체화된 실력이 악조건에서도 발한 거라 생각해요. 어느 장르든 천재들의 리그는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든 예술이든 말이에요...

저번에도 글을 썼었는데 아시아 연주자들을 후려치는게 손가락만 잘 돌린다며 함께 나오는 표현이 기계 같다 무감정하다 이거거든요. 정말 짜증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돼요. 클래식은 역사와 정치, 예술이 주고받은 문화의 총체 같은 거라서 타 문화권 출신 음악가들이 그 틈을 메우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우는 것, 체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학을 가고, 국내에서 수학하더라도 최고연주자 과정은 본토에서 밟곤 하는 것이죠.... 리윤디의 쇼콩 우승이 센세이셔널했던 것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최연소 우승이었고 유학 경험도 없고 또 아시아 시장이 그만큼 컸다는 것도 보여 주고요.

사견이지만, 조성진의 연주에는 문화도 국적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보고 너는 연주를 듣고 국적이나 인종을 구분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특유의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세대의 쇼팽으로 뽑힌 것은 쇠락해가나 그 장벽은 굳건한 장르에서 숱한 장애들을 넘어 개인이 거머 쥔 승리라고 생각해요. 음악계 권력자들이 밀어주었니 어쨌느니 하지만 낭중지추라 하듯이, 눈에 드는 것도 운이며 실력이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조성진의 공연 리뷰들을 보면 아직은 자기 색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지금이 정말 중요한데 이제 4년 남았죠. 다음 쇼콩이요. 쇼팽 협회에서는 우승자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게 유효기간이 있잖아요. 앞으로의 연주 인생을 위해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동안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데 적절한 공연 횟수와 그러면서도 탄탄한 레퍼토리를 늘려가는 것. 현명하게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ㅠㅠ 너무 빤한 얘기만 늘어놓았네요. 클래식 애호가 분들이 보시면 한심하시겠어요... 저 조뽕러 답없다고요ㅋㅋㅋ 언젠가 뽕이 빠지겠죠. 더 심해질 수도 있고요. ㅎㅎ

물고기자리 2016-09-29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바 님의 덕후력!^^

에이바 님처럼 저도 팬과 안티와 어그로가 상주하는 갤러리를(거칠기로 악명 높지만 정보도 많이 얻죠 ㅎ) 8년 가까이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ㅎ

(잠깐 들러보니 조성진 갤러리는 굉장히 온화하네요^^)

아무튼 저는 제가 가진 성향 중에 무엇을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 제일 좋거든요. 시작은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 하나였지만 그로부터 얻는 것들, 배우는 것들이 참 많고요.

그래서인지 에이바 님의 덕후스러운 글들을 보면 같이 호응해주고 싶고, 기분이 좋아져요 ㅎ

에이바 2016-09-30 11:19   좋아요 0 | URL
조성진 갤은 두 개예요. 마이너 갤러리 말고 다른 곳에 주로 갔는데 올 초까지만 다녀서 그 후로는 업데이트가 안 돼 있어요. ㅠㅠ 역시 덕후 맘은 덕후가 안다고 물고기자리님도...ㅠㅠㅠㅠㅠㅠ

저도 신기해요. 푹 빠져 있는 동안 얻는 점들이 많으니까요. 되도록이면 간접적으로 읽고 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늘, 직접 음악에 닿고픈데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 좀 슬퍼요. 역시 덕질은 현질이에요. 덕계못도 일단 현질이 우선되어야.... 부지런히 모아야겠어요...!

물고기자리 2016-09-30 20:5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덕질은 현질이죠 ㅋ

저는 제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한 리뷰를 쓰기 위해 공부도 했었어요^^ 공간의 특성상 굉장히 공격적이기 때문에(다양한 관계자들과 흠잡으려는 안티들이 늘 지켜보고 있으니!) 단어 선택에 있어 신중해질 뿐만 아니라 공부도 하게 되더라고요 ㅎ

덕질의 기본은 충분한 데이터인데(저절로 막 찾아보게 되죠!^^) 평소 에이바 님의 글에서도 느꼈던 건 인풋이 아웃풋보다 훨씬 많다는 거였어요.

글에 다 표현하지 않아도, 혹시라도 누가 어느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에이바 님 나름의 답을 하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읽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위에 있는 에이바 님의 댓글만 봐도 환상적이잖아요^^)

그런 성향이 있어야(최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 덕후적인 면모로 발휘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은 에이바 님의 일반적인 독서에서도 보이거든요.

덕질이 즐거운 건 누군가를, 또는 무엇을 사랑하니 행복하고, 그로 인한 모든 혜택은 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데 있지 않나 싶어요 ㅎ

이왕에 한 번뿐인 삶이라면 냉소적인 것보단 뜨겁게 살고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에이바 2016-10-02 09:40   좋아요 1 | URL
저는 갤질을 끊은지 오래(?)지만 왠지 물고기자리님과 같은 곳에 몸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좋아하는 대상을 옹호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공부했었거든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요. ㅎㅎ

위에 댓글은 사실 조성진은 모차르트도 잘 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건데(모차르트 연주는 손 모양을 또 다르게 해야 한다더라고요?) 댓글이 산으로 간 것 같아요. 조금만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면 아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그런가 본데 읽어보니 빤한 얘기들이라 자제해야겠습니다. ㅠㅠ

그리고 덕질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거라는 말씀 동감해요!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내부의 에너지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내 안을 비우고 다시 채우고... 그러면서 점점 그 마음이 넓어져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고기자리님말씀처럼 덕질은 결국 자기계발이잖아요. 우리 행복한 덕후가 됩시다 >_<

물고기자리 2016-10-02 16:21   좋아요 1 | URL
사랑하는 마음은 내부의 에너지에서 오는 것,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며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감동이에요^^
에이바 님의 글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던 이유는 바로 이런 거겠죠.


어느 기자가 트윗에 올렸던 말 중에 공감하는 내용이 있는데요,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어둡고 낮았던 순간에, 그에게 일종의 빚을 진 경험이 있다는 것.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치유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인생의 깊은 상처를 누군가로 인해 기워 본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 ˝


저는 어느 배우의 덕질을 했었는데, 제 성향상 책이 가장 가까웠기도 했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의 연기를 활자로 다시 그려보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 그 과정에서 팬으로서도 감동적인 보상을 많이 받았지만, 가장 큰 보상은 제 자신의 아픔을 견딜 수 있었던 거였어요.

결국 제 자신을 구원해 준 그 출발점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는 것도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 또한 A 님께 감사하는 게 있어요! 에이바 님의 댓글에 달지만 언젠간 보시겠죠 ㅎㅎ

다소 시큰둥하게 시작했던 알라딘 서재였는데, 꾸준히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어 주신 A 님께 화답하느라 어느새 제 서재에도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대충 말해도 더 깊게 이해하며 호응해주는 대화 상대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분이 제 발로 저를 찾아와 주신 거죠 ㅎ

사실 올해는 이러저런 일들로 좀 힘든데(그래서 리뷰도 드물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들을 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잘 견디고 있거든요. 그래서 잠수를 하고 싶어도 못 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저를 자꾸 물 위로 끌어올려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ㅎ


에이바 2016-10-03 10:27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참 많아요. 저 역시 제가 힘들 때 덕질에서 일종의 구원을 찾았고,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A님에 대한 말씀도 그래요. 저도 북플로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그 때, A님의 북플 홍보글을 보고 왔거든요. 그냥 적립금 받으려고 깔았던게 다였는데요ㅋㅋㅋ 그러고선 저는 남몰래 그 분의 글을 읽고 있었는데 언젠가 제게 길게 댓글을 달아주신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분들 글도 읽고 그러다보니 서재활동에 정이 붙고 점점 재밌어지더라고요. 저 역시 그런 마음의 감사함이 있답니다. ^^

물고기자리님 잠수하셔도 숨쉬러 올라오시는 거 잊지마세요! 자연스럽게 모두 잘, 해결될 거예요. 힘내세요!!

AgalmA 2016-09-3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바님의 덕후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ㅎㅎ
불 구경, 싸움 구경보다 덕후력 구경이 더 막강한 매력이 있는 거 같음

에이바 2016-10-02 09:41   좋아요 0 | URL
(거울을 가져다 드리며) 아니, 저를 덕후의 세계 알라딘으로 인도하신 목자 아니십니까...?

AgalmA 2016-10-02 09:48   좋아요 0 | URL
거울 잘 주셨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더 덕후지?˝ ˝에이바님입니다.˝
거 봐요~👍🏻 덕후력을 속이지 못해 알라딘에 오고야 말 운명이셨다는? ㅎㅎ

에이바 2016-10-03 10:25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은 꼭 위에 있는 댓글 놓치지 마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