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폴리니에 관한 o님의 페이퍼를 보고 유투브에서 쇼팽 연습곡을 듣다가 자연스레 그가 열여덟에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음악 들으면서 잠시 재생을 멈춰야했는데…, 약 60년 전의 이 음반보다 훨씬 느릿하고 장중하게 시작하는, 어쩌면 쇼팽답지 않은 쇼팽 콩쿠르 파이널 영상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쇼콩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전 중 하나인 파리 살 갸보에서의 리사이틀, 그 후기를 정말 오랜만에 읽어서 그 때의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가 생각도 하였다. 마침 어제는 폴란드의 국민소설이라는 『인형』의 출간 소식도 들었고, 최근에 봤던 『운명』과 『사울의 아들』의 배경이 폴란드 오시비엥침인 것도 있고…. 결국 이 모든 것은 폴란드의 자랑, 쇼팽 탓이다 뭐 그런….
사실은 예전에 썼다가 지워버린 글이기도 한데, 모 샹송에 대해 떠올라 기억에서 열심히 복기하던 중이었다. 마음 내키면 글을 쓰고 아니면 말리라 생각했다. 아마 글 제목은 ‘프랑스 냄새, 파리 냄새’가 될 것 같은데ㅋㅋㅋ 아마 생각보다 짧은 글이 될 것 같고 확실히 글을 쓸지 안 쓸지 모르니까 생각난김에 조금 털어놔 보자면…. 노래는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억의 혼재 속에서 프낙이랑 버진 레코드에서 이 음악가의 앨범을 찾아 구경하던 기억도 나고, 아마 지베르 서점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한국 서가 구경하던 기억도 난다. 거기서 황석영 책을 보고 ‘이게 뭐야!’ (저는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했다가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보고서는 ‘누구…?’하고 고개를 갸웃했었다. 아마 고은 시집도 봤던 것 같다. 이승우의 작품은 재작년에야 읽었다. 박부길 씨….
아무튼 폴리니의 피협을 멈추고 조성진의 콩쿠르 버전을 듣는데 이 벅차오름의 기저에 있는 것이 당최 쇼뽕인지 조뽕인지(?) 구별이 안 된다. 어제 읽은 ㅂ님의 페이퍼,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우리네 민족주의가 너무 강해서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생각이 난다. 개인의 기호를 역사까지 끌어와 확대하거나 일반화할 필요도 근거도 없지만은 가끔 생각하기를, 내가 조성진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정말 그의 음악적 해석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한국인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데서 오는 희열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일까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이 나는 분명 결과 발표가 나기 전, 파이널에서 연주한 영상을 먼저 보았다. 일단 나이답지 않은 여유로운 자세와 평소 생각하던 유약하고 감성적인 쇼팽이 아니라는 점에 빠져들어 40분이나 되는 영상을 보고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우승 발표가 난 다음에는 거의 미친 듯이 듣고 또 듣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종일 조 씨의 팬이 모인 모 갤러리를 들락거리면서 새로운 떡밥이 있나 없나 체크를 하고…. 도대체 그런 열정이 어디 숨어있었나 할 정도로 말이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불어 기사, 영상을 번역하고 시간만 생기면 웹을 뒤져댔다. (아 정말 위에 샹송 얘기랑도 이어지는데 France Culture는 예전 방송도 들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찾기만 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방송입니다’가 뜬다.) 일년쯤 지났으니 그런 모든 경험들, 붕붕 떠 있던 감정들이 조금 내려 앉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잠시. 오늘 오전에 느낀 이 벅차오름 때문에 나는 또 시험과 자기 반성에 들었다. 이것은 쇼뽕인가, 조뽕인가, 클뽕인가, 국뽕인가…? 다인 듯….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성진 덕분에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고 공연도 가고 음반도 사고 책도 읽었다. 덕분에 문화적 소양이 좀 더 늘었으니 그저 감사하고 응원하고, 지난 여름에 녹음한 앨범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DG랑 계약한 앨범들이 아직 남아 있으니 설레고 기다려진다. 아, 이 페이퍼의 제목처럼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었는데…. 역사 속에서 리즈 시절(?)은 짧지만 자존심은 세고, 강대국 사이에 껴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그런 점들이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인 듯 하다. 그래서 말도 안 되지만 쇼팽의 음악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 폴란드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파악할 뿐 별다른 감상이 없었고 오히려 개인적인 일로 편견을 약간 가졌으나 문화의 힘이란 이리도 대단하다. 이제 나는 폴란드가 좋다. 여기가 쇼팽의 나라입니까…? 하오, 하오.
그래서 결론은 여러분, 쇼팽을 들으세요. 조성진을 들으세요. 폴란드 국민소설 『인형』도 같이 읽어요! 입니다.
ㅇ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64992193/8797121
ㅂ님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713413104/8796507
이 영상은 벌써 5백만 뷰를 앞두고 있다. 십만 뷰 정도 남았다. 놀라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