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수술 때문에 전신마취를 두 번이나 한 우리 아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 역시 수술이란 한 번 밖에 안했는데 여덟살 된 아이가 전신마취 수술 두 번에 갖은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많아서인지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지난 번에 돌잔치에 갔다와서 자신은 돌날 실을 잡았다는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알게 된 아이는 자꾸만 그런데 왜 자신은 건강하지 않고 병원에서 수술을 했냐고 묻는다.
학교에 갔다 온 어느 날 아이가 자신의 혈액형을 묻는다.
넌 ㅇ형이고 엄마도 ㅇ형, 외할아버지랑 외할머지랑 이모, 이보부, 형, 누나 모두 ㅇ형. 아빠만 B 형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수혈하는 것에 대해 또 묻는다.
그런 것을 한번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들은 것인지...
그래서 간단하게 알려주었다.
만일 아빠가 아파서 수혈을 하게 된다면 너랑 엄마가 피를 나눠주면 되고, 네가 아프면 엄마랑 또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가 나눠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신은 절대도 피를 나눠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표정이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엄마, 난 아빠에게 피를 나눠주지 않을거야, 난 너무 아팠어. 피를 뽑게 되면 또 이렇게 찌르잖아."
작년에 처음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나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수술용 링거 바늘이 다른 때보다 더 굵었고 간호사가 다른 곳에 바늘을 꽂아야했는데 잘못해서 또 다시 링거를 꽂는 바람에...
게다가 맹장수술 때도 그랬고, 어릴 때 입원했을 때에도 정말 피검사를 많이 했다. 그것 그나마 기억이 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나중엔 보호자를 내보내고 목에 주사바늘을 찔러서 피를 뽑기도 했으니까...
정말 올해는 병원에 가는 일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만일 아빠랑 네 피 중에 어느 게 더 중요하냐고 물었다. 역시나 모법답안. ㅋㅋㅋ
아빠가 더 소중하기에 나중에 자신이 아파도 피를 나눠주겠다는 말을 하는 아이에게 네 피를 사용하기 위해선 네가 더 많이 커야한다고 아직 네가 아빠에게 나눠주고 싶어도 의사 선생님께서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안심하는 아이의 모습과 함께 빨리 크기를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보였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고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의 행동이 학습과 잘 연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