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리 아이가 한 말을 생각하며 몇 자 적습니다.
벌써 밤 12시 30분이 지났습니다. 물론 엄마인 저와 아빠가 아직 초저녁인 것 같이 안 방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있고 우리 아이 방에도 대낮같이 밝습니다. 그게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밤 9시 경 무려 책을 7-8권 읽어주며 재우려는 시도가 실패하였지요.
어제 겨울방학을 한 아이. 유치원이라 약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초등학교랑 달리 역시 교육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3주도 꽤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벌써 내일은 금요일, 그리고 다음 주 우리 집도 휴가인지라... 훌쩍 지나갈 것을 생각하면 그 다음주 일주일만 지나면 유치원 겨울 방학은 끝이 나지요. 우리 아이가 일곱살. 내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에 이번이 유치원 마지막 방학입니다.
요즘 날씨도 흐리고 오늘은 특히나 강추위가 몰려왔기에 아이를 데리고 피아노교실에 갔가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도 어제랑 달리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추위에 마스크에 모자, 게다가 내복까지 잘 차려입었건만 추위가 느껴지나봅니다.
게다가 아빠랑 논다고 아빠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습괌에 매일 밤 12시를 기해 잠이 드는 아이. 억지로 재워보려 몇 번 시도 했지만 결국 제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학교에 갈 때 걱정이 되 연습 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기로 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겨울이라 영화 한 편 볼까 생각하여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우리 아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한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화 보러가자고 했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영화 못 본다고...
물론 오후에도 영화는 하지만 제가 운전을 못하는 관계로 아이 아빠 수업이 없는 오전에 늘 움직입니다. 집이 시골<?>이다보니 영화관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도 없답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아이 묻습니다.
"엄마, 내일 일직 못 일어나면 어떻게 해?"
"내일 못 일어나면 그 다음 내일 갈 수 있어?'
영특한 아이. 이럴 때만 조그만 머리 속에서 생각이 잘 굴러갑니다. 유치원 방학이라는 걸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매일 날짜랑 요일도 헷갈려하고 시제 표현도 익숙하지 않아 내일 모래가 아니라 내일 또 내일이라고 하면서 묻습니다.
결국, "내일 못가면 그 다음 날 갈 수는 있어." 하고 말을 했지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유치원 친구들이 영화를 제법 많이 본 듯 빨리 보고는 싶은가봅니다. 게다가 테렐비전에서도 열심히 광고를 하니...
하지만 역시 아빠 수업이 끝난 후 무려 한 시간 동안 신나게 카트라이더 게임을 했습니다. 결국 밤 12시에 와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늘은 샤워 생략이라고 샤워하고 싶으면 이찍 이야기하라고... 저는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립니다. 오늘은 동화책도 10권 읽어주었고 아이 공부도 제 할 분량 했고, 밥이랑 간식 열심히 먹이고 놀아주고 제 할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열심히 컴퓨터 앞에 앉았지요.
그런데 좀처럼 잠을 자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동화책 일곱 여덟 권 계속 읽어주면 잠이 들었는데 요즘은 좀 컸는지 끝까지 책 읽다 잠이 드는 법은 없네요. 이럴 때면 무척 존경스러운 아이. 전 학교 다닐 때 잠을 이기기 힘들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과연 나중 정말 공부해야 할 때 잠을 이기고 할 수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혼자 침대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니고 또 벽에 붙여놓은 한자 카드 읽어보며 놀면서... 혼자말을 중얼거립니다.
"내일 영화 못 봐도 괜찮아. 내일도 무척 춥잖아!"
대단합니다. 물론 그동안 따뜻한 겨울이기에 유치원 마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곧잘 놀았는데, 오늘은 강추위로 놀랐으니...
영화는 내일 못 보면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 맘껏 늦잠을 자고 싶은 가 봅니다. 이 글 마치고 더 이상 컴퓨터 오늘은 못할 것 같네요. 불 끄고 자렵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 포기하고 잠이 들겠지요?
아이의 말에 이솝우화 생각이 납니다. 신포도 이야기. 여우가 나무에 달린 포도를 먹지 못해 저건 너무 시다고 하는 그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