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임무



휴일 저녁, 딸아이 방에 있는 수험서들을 모두 정리했다.

 

자신의 키보다 더 높게 꺼내 놓은 책들이 제 소임을 다하고

더 이상 보관하기에는 필요도 없으니

휴지 버리는 날에 재활용 통으로 직행할 운명이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던 회한이었겠지.

 

아니 회한이라기보다는 시원함과 후련함이

먼저 앞서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임무는 점수였고 책의 애환은 성적이었다.

 

고작 일회용의 용도로 시험이 끝나는 순간 폐기와도 같고

수험용 책의 수명은 시험과 함께 결별한다.

 

그러고 보니 수험 책과의 이별식이 사진 한 장으로 기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기념적 동물이니까.

 

점수의 애환이 책의 애환으로 녹아 있기에,

헤어지기에 그 회한을 책을 쌓아놓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동안 수고했어.'

 

다시 분해되고 재조립되어 무슨 책으로 태어나든,

책은 나무의 윤회!~

 

--------------------------

 

참고로, 올해 대입 수험생 59만 명이라고 한다.

59만 명이 버린 수험생용 참고서 문제집의 책들.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책이 되었을까?

혹은 다른 시험의 수험생용 책들까지 합치면,

그 량은 어마어마할 거다.

 

나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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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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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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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27 1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나무의 윤회라니 멋진 표현입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버려지는 수험서처럼, 마음의 부담 버리고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합니다. 작년 이맘 때, 고3 수험생이 되면서도 유레카님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따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날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하루 되세요.

yureka01 2017-11-27 13:43   좋아요 3 | URL
그럼요.분기점이라는 것에서 기존의 것을 정리는 하고 가야죠..
물론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보던 책일지라도 무심도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것보다는
재활용으로 다시 새롭게 또 무슨 어떤 책으로 환생하는 나무의 윤회를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ㅋ

2017-11-27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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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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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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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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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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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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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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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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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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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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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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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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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7-11-27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들에게 미안해서 책을 몬 내겠다는 작가도 있던데요.
저런 수험서는 그래도 좀 낫지(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기미화 내지는 자화자찬 등을 담은 잡문을 책으로 내는 사람들 보면
정말 나무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싶더라고요.
작가라면 책 1권쯤은 내야겠지만 그 이상은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yureka01 2017-11-27 17:5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나무를 심는 임산관리자분들이 존경스러워지더군요..
산을 하나 사서 산에 온갖 나무를 심고 조경원예 하고 살았음 좋겠다 싶어서요..

cyrus 2017-11-27 1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문학 자습서는 버리지 않고 보관했어요. 자습서도 참고자료가 됩니다. 자습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을 볼 수 있거든요. ^^

stella.K 2017-11-27 20:06   좋아요 2 | URL
헉, 대단하다.
하지만 맞긴해. 우리나라 문학의 얼개를 아는 것으로
잡습서만한 것도 없을 거야.
그런데 나는 그런 거 잘 못 두겠더라구.
잡지 같은 것도 모아두면 나중에 좋은 자료가 될 텐데
자꾸 장마당에 갖다 팔고 싶어 근질근질 해.ㅠ

2017-11-29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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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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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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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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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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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1-29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된 이야기 입니다만 아이 시험 후, SUV 차량 트렁크에 한 가득(바퀴가 눌러지도록) 싣고 고물상으로 갔더니... 23,000원인가 주더라구요... 아이에게 경제적 가치에 대한 경제교육 좀 시켰지요...^^

yureka01 2017-11-29 08:57   좋아요 0 | URL
폐지가격 23000원이면 키로당 100원. 그럼 230KG이었다니..어마무시한 분량이었네요.ㄷㄷㄷㄷ
그러고보니 주위에 폐지 고물상이 어딘지 찾아봐야겠습니다.^^..

AgalmA 2017-11-29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안 그래도 수능 얘기 나올 때마다 제가 아는 유일한 수능생 학부모이신 yureka01 님 생각이 나서 인사드려야지 했었습니다.

yureka01 2017-11-29 08:57   좋아요 1 | URL
아고 감사합니다..지나고 나니 다 꿈같죠...
성적 나오면 또 꿈이 현실이 될듯합니다..ㅎ

2017-12-02 0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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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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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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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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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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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노트북 하나 새로 장만했다. 순시리 전자에서 나온 오**이 게이밍 노트북이란 이름 걸고 출시된 노트북이다. 약간 덤터기 쓴 느낌도 나는데 해필 순시리 전자 A/S센터가 바로 집 앞에 있는지라 혹 고장시에 멀리서 들락날락 거리기 귀찮기도 하고 해서 가까이 있는 걸로 타협했다. 기존의 노트북은 구입한지 몇 해나 지난 건지 따져 보지는 않았지만 좀 오래되다 보니 하드 속도도 느리고 용량도 딸리는 등 전반적인 버벅거림 현상이 심해지기도 하고 사진 작업이 매끄럽지 않아서 까짓 거 또 용돈 탈탈 털어 넣었다. 노트북 사양이야 디테일하게 설명할 것도 없지만 최신 프로세서급과 그래픽카드가 게임용으로 팍팍 돌아가는 정도. 그리고 추가로 메모리도 16기가로 업글했다.

 

요즘은 노트북에 OS가 깔려 있지 않고 출시되는 프리 도스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OS를 직접 설치를 하다 보니까, 노트북의 사양에 딱 맞게 OS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제대로 설치되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세팅하는데 애를 먹었다. 정품 OS에서 주는 USB에 담긴 설치용 프로그램으로는 일반적인 설치는 가능하나 노트북 사양에 맞게 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검색하고 찾아야 하는데 정확한 정보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쉽게 설명돼 있지도 않다. 정확하지 않는 정보와 어설픈 정보가 주는 오류로 인한 시행착오들이 얼마나 많은지 설치를 서너 번은 더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정품 OS에 담긴 설치 프로그램은 그냥 참고용으로만 그리고 정품 시리얼 넘버가 중요한 것일 뿐이고... 설치 프로그램은 소프트 회사 홈피에서 내려받아야 한다는 걸 몰랐던 탓이다. 노트북에 설치된 그래픽카드 사양, 오디오 카드 사양,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의 사양을 일일이 체크하고 각자에게 맞는 드라이버 찾는 게 보통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건 ODD가 없는 제품이었으니 CD가 무용지물이었다. 현재 최신 버전 업된 드라이버는 또 개별적으로 제조사의 홈피를 방문하고 다운로드해야 설치를 하고 홈피 방문하면 또 로그인 정보를 요구하고 로그인이 안 되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젠장... 이게 대체 몇 개나 다 해줘야 하다니 OS 하나 설치하는데 있어서 일요일 하루 종일 다른 거 아무것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제는 편리함을 얻기 위해서 얻어야 할 도구들이 너무 정교해지고 하다못해 악랄해졌다고나 해야 할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 시작은 XT 기종에서 시작으로 AT, 386, 486, 586프로세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어졌고 지금은 듀얼코어 7!세대까지 이르게 된 과정 속에서 한때는 단순히 계산기나 단말기 수준을 넘어서 거대한 망인 네트워크로 이어진다. 각 개별적 단말기 역할에서 이제는 하나의 풀랫폼 확장되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 플랫폼이 다시 작은 네트워크를 이루며 외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인트라 넷으로 연결되었다. 어떻게 보면 컴퓨터 1세대가 발달하고 진화해서 앞으로 4차 산업인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으니 이런 컴퓨팅 세상은 내가 겪은 최초의 세대가 아닐까 한다. 역사적으로도 한 시대에 이렇게 급변한 것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워낙 빨라서 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휙 넘어가버렸다. 물론 이것도 현재진행형이다.  XT 프로세서에서 코어 I7세대로 몇십만 배나 빠른 연산 능력을 겪은 세대가 아닌가. 도스에서부터 윈도즈 10버전까지 20대에서 시작된 컴퓨터가 50이 되고 보니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기계들 부품들의 과정이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다 알지도 못할 정도로 태어났다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상전이 벽해요, 격세가 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걸 한 세대가 격은 변화에 대한 급변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걸 당대에 모두 봤으니까. 조선시대 400년 전이나 500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겠지만 오늘날의 10년과 20년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정보의 량은 계량조차 어렵고 소화해내지 못할 만큼 급변한다. 100년의 시간 동안 변화의 량과 1년의 변화량은 변위 값의 단위 자체가 이렇게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우리들의 일상의 삶 또한 이런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달라졌다.  업무시간 대부분을 호미와 곡괭이나 삽자루 대신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모니터를 마주하고 마우스를 휘두르리는 일과, 다시 퇴근해서 노트북이나 테스크탑을 마주한다. 잠자는 시간 빼고 나돌아 다니는 시간 빼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를 맞대고 있는 셈이다. 물론 OS가 다르겠지만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손안의 컴퓨터이고 태블릿도 컴퓨터이다. TV에는 스틱 PC로 연결했고 서로 네트워킹으로 설정까지 해뒀으니 기존의 노트북에 든 자료 또한 공유 시켰으니 집안 전체가 작은 전산망으로 구축되었다. 하다못해 오디오조차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지금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또한 마찬가지로 알라딘의 서버로 접속해서 글을 포스팅하는 것이니 전화로 통신하던 시절의 모뎀 기계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작업도 기가 넷이라는 초울트라급 속도로 바로 입력을 시키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앞으로 자판을 누르지 않고 머리를 스캔하는 센서를 이마에 붙이고 머리로 문장을 생각하면 이것이 자판 대신 입력시키는 기계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테니까 누군가는 자판 두드리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문장을 엮어 내는 것고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하기야 눈동자 초점으로 자판을 누르는 것과 같은 역할도 있으니 이것도 멀지 않았다.

 

 

이제는 PC가 초소형화되었다. 앞으로 칩 하나에 컴퓨터 기능을 모두 때려 넣은 것도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미 스틱 PC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줄었는데 손톱 크기로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오래전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장롱만 한 크기가 지금은 스마트폰 속에 칩 하나로 들어가듯이 컴퓨터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작아진 크게에 비례해서 이 컴퓨터가 개별적으로 단독형 작업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네트워킹이 강화될 것이란 뜻이다. 예를 들자면, 냉장고도 컴퓨터가 들어가고 자동차 속에서도 컴퓨터가 들어간다. 집 현관의 도어록에도 컴퓨터가 들어가고 어쩌면 우리 몸속에 컴퓨터가 내장된 칩이 들어가는 날도 멀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전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서로 각기 고유의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요즘 냉장고에 큰 모니터가 달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김치찌개라고 음성 입력을 시키면 김치찌개의 조리 방법이 디스플레이 되고 김치찌개의 재료가 무엇이 필요한지 부수 재료는 어떤 게 들어가는지 출력하고 현재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는 얼마나 될 것이며 부족한 것은 보충시켜야 할 것인지 디스플레이에 표시를 하게 되는 것도 결코 상상만의 일도 아니다. 냉장고가 개별적으로 정보를 가진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이 가능하니 저장된 클라우드 데이터로 소팅시키고 뽑아내서 출력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냉장고의 속 사정을 네트워크로 간단하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시스템이라면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을 먼 머래도 아니란 것 아닐까 한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도 컴퓨터가 있어서 네트워킹으로 다른 자동차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속도와 거리와 이격된 간격을 제어하고 자동차의 이상 여부를 컴퓨터 모니터로 출력하며 이동 동선과 거리 거리의 각종 신호와 네트워킹을 하며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무인자동차 시스템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익히 들어 봤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집안에 보일러를 연결하면 집에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보일러를 제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정보를 제어하고 정보를 추출하고 정렬해서 서로 유기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하는 정보 활용기술력은 네크워크를 전제로 한다. 유선에 이어 무선으로 모든 통신이 가능한 시대가 된, 앞으로 어떤 정보를 활용할 제어기술이 나올지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주 편리해졌다. 정보를 활용해서 얻어진 이 편리함의 실체 이면에는 곧 자본력이다. 바로 여기에 편리의 역설이 숨어 있다. 이렇게 편리함은 곧 돈이란 화폐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더 많은 재화와 부를 쌓을 수 있는 동력이다. 문제는 당장 누군가는 편리함을 화폐로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수입이 없이 지불만 있는 세상이 되어 간다는 뜻이다. 점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다. 사람이 하는 일이 줄어들고 사람이 하는 일이 사라질수록 사람의 가치는 급진 추락하게 된다. 사람에게 돈 받아내는, 그러니까 인건비가 줄어드는데 대체 지불 능력이 줄어든다면 이런 편리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편리함이란 그저 그림의 떡과 다를 바 없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보면 기계가 움직이는 세상의 핵심에는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의 네트워크였다. 모든 것의 편리함에 네트워킹이 된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미워하게 될 때를 가정했던 영화이다. 지금도 당장 얼마 전에 랜섬웨어가 퍼지는 바람에 네트워크 망이 걸려 있는 무수한 파일 자료가 단지 확장자 하나 바꾼 거롤 해커들에게 무지막지한 돈을 요구 당하고 하다못해 그 돈을 마련할 수 없어서 서버를 폐쇄시키고 멀쩡하던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면 우리가 추구하는 이 편리함에 대해 역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하다못해 작은 드론에 들어간 컴퓨터로 원격조종해서 폭탄이라도 설치되고 카메라라도 설치되어서 드론이 암살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SF 영화에서 나 보는 것처럼 로봇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우리 당대에서 겪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 이렇게 편리함의 뒤에는 어떤 불손한 목적과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미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인간은 바둑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바둑에서 그치고 말 것인가? 기계가 원료를 생산하고 기계가 도구를 만들고 기계가 사고를 하고 기계가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이른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제국이 어쩌면 건설될는지도 모른다. 은하 철도 구구구에 나오는 철이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기계의 몸을 가지고 싶어 했던 것처럼의 그 욕망은 끝이 없어 보인다. 자본을 가진 권력은 점점 사람의 개별성을 무너지게 할 것이고 힘없고 나약하고 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에 오늘 길거리에 나선 늙은 노인네들의 패지 줍기의 행렬이 인류의 미래가 처해질 노년일 수도 있다는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결국은 인류가 가진 집단지성의 철학이 없다면 흡사 고삐 풀링 망아지처럼 날뛰고 말 것이다. 그런데 과연 컴퓨터의 네트워킹을 제어할만한 철학자가 얼마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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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2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칩 형태의 컴뷰터가 상용화되면 분실과 도난이 많이 생길 거예요. 이를 대비한 백업용 컴퓨터를 여러 개 사야할 수도 있어요. 저는 USB를 잘 잊어 버려서 칩 형태의 컴퓨터를 함부로 못 들고 다니겠어요. ^^;;

yureka01 2017-11-22 18:58   좋아요 1 | URL
모니터때문에 들고 다닐 수는 없겠더군요.ㅎㅎㅎ본체만 들고 다녀서는 아무것도 못하죠.
서브용으로 쓰면 됩니다..tv로 유튜브 볼때 아주 좋고..
영화나 음악감상에도 좋죠..
물론 작업용으로는 부적당한게 스틱피시용도입니다.~~
딱 usB크기..ㅋ

표맥(漂麥) 2017-11-22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순시리전자라는 저 단어가 콕! 들어오는 바람에 끝까지 읽었습니다...^^

yureka01 2017-11-23 08:03   좋아요 1 | URL
순시리 전자는 어떻게 보면 애증~이 교차하죠..

강옥 2017-11-23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스캔하는 센서 !!!
문장을 생각하면 센서가 알아서 입력시키는 기계-
정말 그렇게까지 될라나요? 사이보그급인데요 ㅎ
늙어가는 육신은 인공관절 등으로 갈아끼우고, 뇌는 사이보그로 바꾸면
인간은 영생불사할 수도 있겠어요. 이런 재앙이~~~!!!

yureka01 2017-11-23 12:19   좋아요 1 | URL
영원히 늙지 않고 살겠다는 욕망이야 진시황시대 이전부터 였으니까요..

욕망은 끝이 없죠...

이미 영화는 미래의 전조처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제 인공지능이 시도 쓰고,
소설도 쓰게 될 겁니다..ㅎㅎㅎㅎ

2017-11-23 1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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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14: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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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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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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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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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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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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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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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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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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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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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6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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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한 곡과 사진으로 휴~~~식 되시길 바랍니다.


멍 할땐 그저 음악이 제일 좋지요.


오늘 커피는 과테말라산으로 한 잔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감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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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1-20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전 멋지군요

yureka01 2017-11-20 20:14   좋아요 1 | URL
편안하고 따스운 초겨울날의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닷슈 2017-11-20 20:1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유레카님도!

yureka01 2017-11-20 22:20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ㅇ~

2017-11-20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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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2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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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20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힘들게 찍으신 사진을 다시 편집하시려면 여러 생각이 드시겠습니다. 그런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ureka01 2017-11-20 22:14   좋아요 2 | URL
뮬론입니다. 지난 시간의 사진 보는 것도 재미나죠..몇년전엔 여기 가서 사진 담았구나..라는 추억들이거든요.
모쪼록 편안한 밤 되시길~~^^.

hnine 2017-11-21 0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부분에 출연하신 미인은 아내님이신가요?? ^^

yureka01 2017-11-21 08:52   좋아요 1 | URL
네 질문에 답이 있네요..맞습니다..^^..

2017-11-21 15: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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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16: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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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2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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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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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7-11-22 1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결 사진이 압권입니다.
물비늘이 빛을 안고 몸을 뒤채는 모습이 살아있는 듯해요.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유명하듯이 물결 사진은 유레카님이 최고예요~~
우리 동네 근처에 작은 호수가 있어 가끔 카메라 들고 나가보는데
유레카님 같은 사진이 안 되던데요.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기술 부족인가? 빛 때문인가 ㅠ.ㅠ

yureka01 2018-01-04 13:29   좋아요 0 | URL
물은 많은데 비슷한 곳은 한군데도 못봤습니다.
장소마다 시간 마다 빛에 따라 물비늘은 무한대더군요.
네 흐름...흐른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흐르리즘이라고 붙혀봤어요..
세월도 흐르고 물도 흐르고 나도 물질의 변화로 흐르고 늙는다는 것도 흐른다는 것의 차이가 없죠...
지난 강물에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듯이
지난 시간의 사진은 다시는 찍을 수 없겠지요..

제가 자주 다녔던 강가는 3년이나 지나고 나니 이젠 많이 변했습니다.
다시 이런 사진 찍을 수 없을 거 같아서요..
또 어디서 비슷한 사진이라도 담을 수 있을지 고민이네요..

잭슨 폴락의 그림 영향도 있었습니다~

2017-11-27 0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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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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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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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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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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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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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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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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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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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0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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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동안 담은 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봤습니다.

지난 시간들.... 그리고 빛의 색과 생각들을 압축된 꿈처럼 연결했습니다.

딱히 꼬집어지는 것은 없는데,

사진 보고 있으니 한 장 한 장마다 카메라 들고

돌아다닌 기억들이 선명하게 사진 속에 녹아 있네요.

즐거운 감상 부탁드립니다....

 

사진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들인데요..블로그에는 사진 하나 하나 마다 전부 글이 다 붙어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찍기도 참 많이 찍었고 글도 참 많이 붙혔구나 싶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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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19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상과의 거리, 색채, 명암에 따라 작가의 느낌과 생각이 전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사진에도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녹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사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ureka01 2017-11-19 15:34   좋아요 2 | URL
동영상에 올린 사진은 고작 60장이니 십분의 1도 안되는듯해요..ㅎㅎㅎㅎ
모쪼록 음악과 사진 즐거운 감상 되셨길~~~

hnine 2017-11-19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감히 넘볼수 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어요.
배경은 크게, 사람은 작게 넣으신 것, 새들이 일제히 날아가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뭉클해요.
너무나 멋진 작품, 잘 보았습니다 !!

yureka01 2017-11-19 15:35   좋아요 1 | URL
사진 오래 담아 보시면 세로운 발견의 세계가 열리죠..
흔한 것을 의미로 바라보는 느낌...좋지요..ㅎㅎㅎㅎ
감사합니다.즐거운 감상되시길~~^^.

강옥 2017-11-19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룽대는 물결이 참 인상에 남던데요.
강물을 많이 찍으시는 것 같고... 그것도 바짝 들이대고.
갈대와 황금빛 역광은 제가 흉내도 좀 내봤지요 ㅎㅎ
폰카가 워낙 잘 나오니 무거운 카메라는 머잖아 골방에 처박히지 않을지 ㅠ.ㅠ

yureka01 2017-11-19 21:45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강이 가까이 있어서 주로 가는 출사지가 되니 말이죠..
늘 가도 새로움과 그 뻔함의 빛들이 한순간의 영상으로 남았네요.....
강가의 역광은 언제 봐도 재행무상과 같이 허한 기분..그럼에도 빛의 존재를 떠 올리게 하더군요.
우린 왜 여기서 살아가는가..뭐 이런 것들....

네 ...조만간 스마트 폰의 화질이 카메라 화질을 따라 잡겠더군요..ㅎㅎㅎ

2017-11-19 2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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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2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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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1-1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희안하죠..?
사진을 보면 어떤 마음으로 렌즈를 통해 바라봤는지, 어떤 떨림으로 셧터를 눌렀는지 다 기억나죠..?

yureka01 2017-11-19 21:48   좋아요 2 | URL
기억을 연상시키는 힘은 ..사진이 참 제격이다 싶습니다.그럼요..
오래 찍다 보니 시간은 뒤죽박죽으로 엉키는데
장소는 어디서 어떻게 찍은 건지 하나 하나 다 기억납니다..

커피소년 2017-11-20 00:26   좋아요 2 | URL
기억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렌즈네요.. 네.. 같은 기억과 경험이 있으면 같은 사진을 같은 느낌느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yureka01 2017-11-20 09:02   좋아요 2 | URL
물론이죠..같은 공간의 기억은 추억화되는 교집합으로 도출되죠..^^,,

stella.K 2017-11-20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어느 정도 찍으면 저렇게 찍을 수 있나요?
암튼 여백의 미와 명상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yureka01 2017-11-20 13:42   좋아요 2 | URL
흐 .그건 아무도 몰라요..카메라 처음 들고 찍어도 놀랄 만큼 잘 찍는 분도 있어서요..

네 명상적인 느낌..이게 사진의 화두중 하나입니다..
빈 마음이랄까..여튼 사진은 뺄셈이라고 하는 게 진리구나 싶어서요..
좋은 감상 되셨길~~!~^^.

2017-11-21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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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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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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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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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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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0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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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커피 한 잔 - 원두의 과학 완벽한 한 잔 1
래니 킹스턴 지음, 신소희 옮김 / 벤치워머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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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아서 커피를 좋아하게 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 아버지가 떠오른다. 어릴 적 부엌에서 큰 주전자에 믹스커피를 가득 담아서 끓이고 마시던 모습을 아직도 선연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비록 아라비카 커피를 구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믹스커피라도 진하게 설탕도 빼고 드셨으니 그래서일까, 아버지는 한창 젊은 나이에 미군에서 근무했다. 요즘 말로 치면 카투사 1세대였던 셈이다. 한국 전쟁 때 미군에서 복무를 했었기에 오죽 커피를 많이 마셨을 것이고 커피의 각인은 그 때부터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콜레스테롤과 설탕을 떡칠한 믹스커피에서 시작한 커피의 달달함이 이제는 신맛과 쓴맛, 그리고 향기(아로마)로 전이되는 경험은 근자에 들어서였다. 무심코 마셨던 커피가 인식이 없었을 때와 인식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의 차이는 결국 무엇으로 나타나는지 가름하는 기준은 역시 책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사진을 인식하면서부터 사진 책이 늘어나듯이 커피를 인식하면서부터 커피에 관한 책이 한 권 두 권 읽게 되는, 그러니까 좋아지게 되면 파고 들어 가려는 습관은 사진에서 그랬듯이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분야가 각성되면 책부터 찾게 되는 것. 커피도 예외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커피가 사방 팔방으로 퍼져 나갔고 커피가 각광을 받고 유독 다른 음료도 많은데 해필 커피일까? 커피는 노동의 음료이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흔히 사무실에도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많이 마시는 건지 나도 헤아려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은 서너 잔 이상은 마셔왔다. 최근엔 설탕 없는 커피 한 잔은 아침 출근 후부터 마시는 편이고 보면 일을 시작할 때 꼭 커피를 찾는다. 습관이 습성처럼 굳어진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는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와도 같고 커피를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업무가 시작된다.

 

커피는 고농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은 각성제의 일종이다. 각성을 시킨다는 말은 주의력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흔히 술을 마시면 취하고 주의력이 떨어지지만 커피는 취하지도 않으면서 각성을 시키고 주의력을 높이게 한다. 그래서일까 일반 사무실이든 커피는 무제한으로 공급되어도 누구 하나 아깝단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거 같아서이다. 커피 마시는 것이 일을 더 잘할 거라는 주의력 향상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바로 커피값을 아끼지 않는 원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커피는 노예의 음료였고 아프리카의 눈물이라고 커피 인문학에서 설파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일이든 생산력을 증대시키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따지는데 있어서 투자하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느려지게 하고 흐트러져서 실수를 유발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시키는데 커피는 여기서 정말 비켜서 있으니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이야말로 생산성을 더 높이게 한다면 커피에 구입하는 비용에 토를 달지 않는 원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침에도 커피 한 잔은 결국 각성시켜 일을 더 많이, 빨리 그리고 실수 없이 할 수 있게 하고 자본주의 시대에 아주 안성 맞춤인 음료가 된 원인이다. 결국 이 원인이 문화로 자리 잡고 문화가 습관이 되고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지 못하면 허전하게 되는 원리가 숨어 있다. 점심때 밥을 먹고도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 한잔 빅 사이즈로도 마시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식후의 노곤함을 커피로 카페인을 넘김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면 커피는 자본가들에게는 아주 대단한 발견이 아닐까.

 

유명한 커피 광고에서 나오는 "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카피는 얼마나 교묘히 사고방식을 오도하게 하는지 섬득하다. 커피를 한잔 마실 때의 짧은 시간적인 여유는 곧 커피 한잔의 카페인으로 각성된 효율로 화나게 일해야 하는 팩트를 왜곡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서 몸이 부서질 정도의 기지개를 켜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려 낸 커피의 향은 하루의 시작과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낭만으로 오독하게 한다. 마치 담배물고 말을 달리며 소떼를 몰고 있는 카우보이의 마초적 이미지나 별반 다르지도 않다. 도시인의 삶이란 아침부터 일어나서 정신없이 출근 전쟁에 도착한 사무실에서 아침의 시작은 커피라는 공식이 주는 효율성에 이러 저리 치이는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갈수록 착잡하기까지 한다. 유행을 만들고 문화로 자리 잡고 습관처럼 습성으로 인식하게 된 그런 이면의 원인은 아닐까.

 

머릿속의 뇌는 하루 종일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카페인은 피로증상을 차단시켜 버리고서, "아니야 넌 피곤하지 않아, 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야지. 그래야 가족도 건사시키고 생활할 수 있잖아. 피곤하면 자자 커피를 또 한잔 더 마시도록 해. 피로가 사라질 거야"라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으로 보인다. 그러니 또 커피에 손이 가고 마시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악마의 유혹은 곧 자본가들의 유혹처럼 들리기도 한다. 커피의 한잔 여유가 곧 낭만이라는 법칙은 부드러운 유혹이자 향기로 전파된듯하다. 커피 한 잔의 휴식은 고강도의 효율에 대한 던진 미끼인 셈이다. 떡밥에 물린 미끼가 사람에겐 커피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 미끼 떡밥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잘 마시게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사람들은 온갖 잔머리를 굴려서 맛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발전시켜 왔다. 커피를 추출하고 갈아서 어떻게 적정 온도에 커피를 내리면 맛나게 할 것인가라는 숙제는 커피 기술자들에게 해내야 할 자본 세상의 명령이자 과제였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만들고 커피 맛 감별사를 만들고 이런 수요와 공급에 맞추는 별도의 거대한 커피 시장은 또 하나의 자본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유통되는 커피는 과연 얼마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이 광범위하고 거대한 커피 제국을 구축했는지를 말이다. 이처럼 커피가 아주 싼 가격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온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인간의 감각 중에 향기를 맡는 감각은 개만도 못하다. 진화가 아주 덜된 감각일수록 각성은 더 진하다. 향기의 배척과 환영은 극명하고 거의 본능적이다. 시체가 썩는 냄세를 아주 강렬하게 배척하듯이 커피의 향기는 언제나 환영한다. 커피는 환영받기 딱 좋은 유혹이다. 감미로운 향기가 비로소 마시면 그 씁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쓴맛인데도 마시고 나면 입안에 청량감이 감도는 화사한 멘톨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옛날의 시인들은 술을 빚어 시를 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작가들은 커피를 내려 글을 쓴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당장에 이 글을 쓰면서도 몇 잔의 커피를 계속 홀짝거리면서 써 나간 것인지 머그잔을 들고 내렸던 숫자가 글자의 숫자로 치환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취하면서 나온 시와 내려서 마신 글과의 차이는 어떤 의미일까. 커피를 마시면서 향기에 독하게 취해서 커피를 질근질근 까야 하는, 이 커피에 대한 글이 묘하게 모순된다. 칭찬할 수가 없을지언정 그렇다고 이 유혹에 안 넘어갈 수가 없다. 커피 카페에 딱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맡을 수 있는 커피의 향기는 그날의 대화에 기름칠을 하고 집에서 내린 커피는 온 집안의 미세한 잡스러운 냄새를 커피 향이 전부 물리쳐 제거시킨다. 집안에 은은하게 감도는 커피 향기에 각성된 마음이 글을 잘 쓰던 못쓰던 지면을 매우게 하는 힘을 주고 있다. 이 개만도 못한 코를 킁킁대며 커피 잔에 대고 올라오는 수증기는 곧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음을 글을 쓰면서도 느낀다.

 

이럴 바에 이왕 마시는 커피, 더 빡세게 중독되어도 무죄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원하는 취향의 커피를 마시게 할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강추한다. 물론 중독되어도 선택은 당신 책임~ㅎㅎㅎ

 

PS : **비 님 덕에 커피 내리는 기술 레벨 +1 UP !~. 커피 책 잘 마셨습니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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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18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해 보니 커피는 노동의 음료였네요.
저도 커피를 좋아하긴 하는데 좋아한다고 책까지 읽게 되지는 않더군요.
그냥 습관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 뿐이지.
그나마 이 유혹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가 다른 어떤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유량이 가장 적다고 하여
나이들어 줄여 볼까 했는데 그냥 석잔을 유지하기로 했죠.ㅋ

그런데 사람의 후각을 개에 비유하시다뇨? 개가 알면 섭섭하겠어요.
개의 후각은 원래 사람의 몇십 배는 더 발달이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ㅎㅎ
그것만 빼면 이 리뷰는 정말 그뤠잇~!

yureka01 2017-11-18 20:10   좋아요 1 | URL
네 전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져서요..ㅎㅎㅎ
커피가 자꾸 생각나거든요..이것도 중독같아서요..흐..
ㅎㅎㅎ개의 후각이 워낙 뛰어나니 ..비교할바가 못되긴해요. 인정~^^.ㅋ

munsun09 2017-11-18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성제가 필요한데 오늘은 어찌 한잔도 못마셨네요. 어쩐지 일하는 내내 멍하니
내가 뭔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멍 때리고 있네요. 필요악인 각성제 커피가 심히 당깁니다^^ 커피가 이젠 현대인들의 삶에 일부가 돼서 이렇게 글을 읽으면 새삼 다시 습관의 무서움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yureka01 2017-11-18 20:11   좋아요 2 | URL
어떤 의도였던 간에 이젠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일상적인 음료가 커피였으니까요.
커피 만큼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고 장소 불문하고 마시는 것도 드물죠...

서니데이 2017-11-18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마트에서도 커피믹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라고 해요. 스틱 하나에 따뜻한 물만 있으면 되니까 편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요즘은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같은 커피를 마시는 분들도 많고, 커피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데도 소비량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유레카님,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커피가 맛있는 날일지도 몰라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yureka01 2017-11-18 20:12   좋아요 2 | URL
요즘도 논쟁이 많죠.커피 몇잔이면 항암작용 혹은 다른 부작용 등등..
여전히 야뉴스적인 음료가 커피인가 봐요..

오늘 같이 추운날 따뜻한 커피 한잔이 땡기거든요..흐..

마녀고양이 2017-11-18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설탕이나 우유, 프림 등을 아무 것도 넣지 않은 고유의 커피를 그야말로 사랑하지요. ㅎㅎ

커피를 마시는 입맛도 점점 까다로워져서, 콩다방 커피 외에는 크게 그냥 그런데, 워낙 비싸야 말이지요. 요즘은 네스카페 캡슐에 홀랑 빠져서 아침마다 내려먹고, 나갈 때도 보온병에 담아갑니다. 첫 모금이 가장 향긋하니 좋아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카페인에 너무 예민해져서 한 잔만 마셔야 하는게 좀 서글퍼요. 저녁 6시 이후에 마시면 예민해져서 잠도 못자고. ㅠㅠ

완벽한 커피 한잔, 이 글을 읽다보니 다시 유혹에 흔들리는군요. 벌써 한 잔 마셨는데!

yureka01 2017-11-18 20:1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프림이나 설탕 일절 넣지 않는 드랍 커피를 좋아합니다.

일전에 과테말라 라는 커피 주문했는데 향이 어찌나 좋은지..정말 고소한 냄새가 마구 땡기네요..

또 커피 물 올렸습니다..ㅎㅎㅎㅎㅎ

2017-11-18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8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1-18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아침 출근 길에 커피숍에서 takeout 하는 커피에 이름을 붙여줬어요 ‘전투 커피‘ ㅋ

카페인으로 라도 각성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피곤함.. 밥벌이의 고단함 --;;

yureka01 2017-11-18 20:15   좋아요 2 | URL
캬.전투커피..아주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네 아침에 저도 전투시작할때 꼭 한잔 마시고 돌격.스타트..하거든요..

겨울호랑이 2017-11-18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피를 스타크래프트의 ‘스팀팩‘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ㅋ 중독성있으면서 능력이상의 전투력을 내보이는 마약과 커피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치네요 ㅋ

yureka01 2017-11-18 20:16   좋아요 2 | URL
ㅎㅎㅎ 일상의 스팀팩...아주 정확한 표현이네요..햐~~~


2017-11-18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9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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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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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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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0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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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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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0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유레카님의 ‘커피론‘이라 할 수 있는 글이군요. 저랑 만날 때마다 커피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잖아요. ^^

yureka01 2017-11-20 13: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언제 또 커피 한 꼬뿌 해야죠? 흐~

AgalmA 2017-11-20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차 많이 마셔도 커피 마시는 배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싶은데 이게 중독 증상이겠죠ㅎㅎ; 맛난 케익과 같이 먹음 또 천국~

yureka01 2017-11-20 13:51   좋아요 2 | URL
ㅎㅎㅎ 커피 한 잔에 케익 한 조각..맞습니다..배가 따로 있어요..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