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임무



휴일 저녁, 딸아이 방에 있는 수험서들을 모두 정리했다.

 

자신의 키보다 더 높게 꺼내 놓은 책들이 제 소임을 다하고

더 이상 보관하기에는 필요도 없으니

휴지 버리는 날에 재활용 통으로 직행할 운명이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던 회한이었겠지.

 

아니 회한이라기보다는 시원함과 후련함이

먼저 앞서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임무는 점수였고 책의 애환은 성적이었다.

 

고작 일회용의 용도로 시험이 끝나는 순간 폐기와도 같고

수험용 책의 수명은 시험과 함께 결별한다.

 

그러고 보니 수험 책과의 이별식이 사진 한 장으로 기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기념적 동물이니까.

 

점수의 애환이 책의 애환으로 녹아 있기에,

헤어지기에 그 회한을 책을 쌓아놓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동안 수고했어.'

 

다시 분해되고 재조립되어 무슨 책으로 태어나든,

책은 나무의 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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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올해 대입 수험생 59만 명이라고 한다.

59만 명이 버린 수험생용 참고서 문제집의 책들.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책이 되었을까?

혹은 다른 시험의 수험생용 책들까지 합치면,

그 량은 어마어마할 거다.

 

나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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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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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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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27 1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나무의 윤회라니 멋진 표현입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버려지는 수험서처럼, 마음의 부담 버리고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합니다. 작년 이맘 때, 고3 수험생이 되면서도 유레카님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따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날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하루 되세요.

yureka01 2017-11-27 13:43   좋아요 3 | URL
그럼요.분기점이라는 것에서 기존의 것을 정리는 하고 가야죠..
물론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보던 책일지라도 무심도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것보다는
재활용으로 다시 새롭게 또 무슨 어떤 책으로 환생하는 나무의 윤회를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ㅋ

2017-11-27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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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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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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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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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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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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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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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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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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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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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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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7-11-27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들에게 미안해서 책을 몬 내겠다는 작가도 있던데요.
저런 수험서는 그래도 좀 낫지(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기미화 내지는 자화자찬 등을 담은 잡문을 책으로 내는 사람들 보면
정말 나무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싶더라고요.
작가라면 책 1권쯤은 내야겠지만 그 이상은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yureka01 2017-11-27 17:5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나무를 심는 임산관리자분들이 존경스러워지더군요..
산을 하나 사서 산에 온갖 나무를 심고 조경원예 하고 살았음 좋겠다 싶어서요..

cyrus 2017-11-27 1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문학 자습서는 버리지 않고 보관했어요. 자습서도 참고자료가 됩니다. 자습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을 볼 수 있거든요. ^^

stella.K 2017-11-27 20:06   좋아요 2 | URL
헉, 대단하다.
하지만 맞긴해. 우리나라 문학의 얼개를 아는 것으로
잡습서만한 것도 없을 거야.
그런데 나는 그런 거 잘 못 두겠더라구.
잡지 같은 것도 모아두면 나중에 좋은 자료가 될 텐데
자꾸 장마당에 갖다 팔고 싶어 근질근질 해.ㅠ

2017-11-29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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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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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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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8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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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1-29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된 이야기 입니다만 아이 시험 후, SUV 차량 트렁크에 한 가득(바퀴가 눌러지도록) 싣고 고물상으로 갔더니... 23,000원인가 주더라구요... 아이에게 경제적 가치에 대한 경제교육 좀 시켰지요...^^

yureka01 2017-11-29 08:57   좋아요 0 | URL
폐지가격 23000원이면 키로당 100원. 그럼 230KG이었다니..어마무시한 분량이었네요.ㄷㄷㄷㄷ
그러고보니 주위에 폐지 고물상이 어딘지 찾아봐야겠습니다.^^..

AgalmA 2017-11-29 0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안 그래도 수능 얘기 나올 때마다 제가 아는 유일한 수능생 학부모이신 yureka01 님 생각이 나서 인사드려야지 했었습니다.

yureka01 2017-11-29 08:57   좋아요 1 | URL
아고 감사합니다..지나고 나니 다 꿈같죠...
성적 나오면 또 꿈이 현실이 될듯합니다..ㅎ

2017-12-02 0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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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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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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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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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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