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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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중력에 맞서


(양성평등 지도교사 모집이란 문구를 봤다.
그저 지나쳤을 그 문구가 오늘따라 거슬리는 건 바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책이란 이런 역할을 한다.
좋은 이야기들로 좋은 삶을 살게끔 노력하게도 하지만, 그전엔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알게 됨으로 불편해지기도 한다.)

‘세상에는 여자와 남자, 두 개의 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천 가지 색조의 스펙트럼이 있어요. 성염색체와 성결정 유전자, 호르몬에 의해 분류되는 제3의 성이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 성소수자를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양성평등이라는 말도 잘못된 것이죠. 양성평등 대신에 성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103페이지)



예전에 나도 1등 한 적 있다 란 내용의 시가 있었다. 정자가 달리기 1등을 해서 내가 태어난 것이란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거짓, 난자가 받아들여야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정자를 사용할지는 암컷이 선택하는 것.
붉은 사슴 암컷은 배 속에서 새끼 성별을 바꾸기도 하며, 암퇘지는 정자가 X인지 Y인지 어떤 염색체를 가지는 구별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은 과학책 30권에 대한 소개다.
작가의 관점에서 좋았던 과학책들의 내용과 소감등이 담긴 책이다.
태어나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놀며 일하고 그러다 늙고 죽어가는 삶앞에 필요한 앎에 대한 과학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릴 적,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의 허구를 이야기하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이란 책.
아이들을 키운 적도 없는 백인남성 지식인들의 허구를 까발린 <양육가설>
에스트로겐과 프로탁틴, 그리고 옥시토신이 모성본능을 일으키며, 아이들을 돌볼시 신경회로에서 도파민이란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 결국 모성본능은 뇌의 유도일뿐이라고 한다.
남녀간의 사랑 또한 뇌호로는 코카인이나 임페타민 등 마약 복용시처럼 작동한다고, 결국 사랑은 마약이니, 사랑도 중독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신경과학적으로 사람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가르쳐 주는 <뉴로트라이브>, 컴퓨터의 운영체계가 다르듯, 인간뇌의 운영체계 또한 다를 뿐이니, 자폐나 장애가 아닌 그저 신경소수자일뿐이라고 말한다.

다윈의 암컷의 성 선택이론에 대해서 많은 남자들이 초기에는 비웃었다고 한다. 여성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기에 성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조류들의 깃털은 미가 목적이다. 암컷의 성적자율성, 즉 암컷의 성적 선택을 받기 위한 진화라는 것이다.
수컷오리는 암컷오리에게 강제로 교미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러자 암컷은 질의 모양을 복잡하게 진화시켜, 강제교미의 결과로 태어나는 새끼는 2~5% 정도만 되겠금 만들었다.
성폭력 속에서도 암컷의 성선택이 우위인 것이다.

행복과 관해서는 행복은 새우깡이라고 말한다.
강아지에게 새우깡을 미끼로 훈련을 시키는 것처럼, 행복감은 번식과 생존을 위한 미끼일뿐, 행복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한 것이라 말한다.

진화의학관점에서 우리몸을 탐구하는 책 <우리 몸 연대기>
우리는 건강하게끔 진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석기시대의 몸으로 현대를 살아가면서 “불일치 질환”에 시달린다.
예로 맨발의 시대엔 없던 족저근막염이 쿠션있는 신발을 좋아하는 현대에는 흔하다는 것, 충치 또한 마찬가지다.

상처와 고통은 시간이 약이다란 말이 있는데, 과학에선 잠이 약이라고 한다.
비렘수면에서 뇌는 뇌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하고 렘수면 상태에선 스레트스 호르몬 농도수치가 최저치로 낮아지면서 정보를 연결하고 꿈도 꾼다고 한다.
인간에겐 8시간만큼은 충분히 자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
인류의 30%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지런과 성실의 척도라는 것은 획일화된 폭력이다.
그저 사회시스템에 맞춰, 인간이란 존재를 부속품처럼 끼워맞춘 것,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등교하고 같은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통제하기가 더 쉽다는 이유만으로, 올빼미족들은 괴롭힘을 당한 것.

의료계의 표준은 오로지 건강한 성인남성이다. 그로인해 소외되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소아과는 있는데 노인과는 없다는 것, 그저 노인은 요양원이 마지막 코스라는 것에 대해 노인소외를 이야기한다.
잘 늙어가고 싶고, 아프지 않게 노년의 삶을 즐기고 싶은데, 제대로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 노동력을 상실한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쉽게 노인들은 지워지고 버려진다.

작가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과학의 언어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딱딱하고 객관적인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편견과 무지에서 맞서는 해방의 언어로서 과학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 지구라는 멋진 곳에서 만들어져 살아가고 있다.
완벽하지도 더 뛰어나지도 않은 그저 진화의 산물이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과학의 언어로 이야기해준다.

올빼미형은 밤 12시가 넘어서 오전 1시~2시가 되어야 잠이들고, 아침 9~10시에 깨어납니다. 올빼미형이 스스로 원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늦게 일어나는 거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올빼미형은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기도 합니다. 밤을 새운 수험생이나 업무에쫓긴 사람도 다음 날 잠을 보충하지요. 우리는 이렇게 잠을 몰아서 자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잘못된 습관입니다. 잠을몰아서 자는 것은 하루 종일 굶다가 다음 날 폭식하는 것처럼몸을 망가트려요.

처음에 개가 물가에 오르면새우깡을 주고, 서핑보드에 오르면 새우깡을 줍니다. 그랬더니자기도 모르게 서핑을 하더랍니다. 이 예시는 행복의 본질적속성에 관한 우화입니다. 눈치채셨죠. 새우깡이 행복감입니다.
주인이 새우깡을 수단으로 개가 서핑하게 만들었듯이 인간은행복감을 수단으로 살면서 이로운 행동을 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개 주인은 자연이고, 진화의 과정입니다. 진화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기 때문에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행복은 살아가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노르웨이에서는 18세가 넘어서야만 성년으로 인정받지. 사실 그것도 뇌의 성숙 단계로 따져보면 살짝 이른 나이지만 말이야.
여성의 뇌는 20대 초에 이르러야 완성되고, 남자들의 경우, ‘책임자가 제자리에 오려면 25세는 되어야 해. 뇌의 책임자는 바로 전두엽이야." 이렇게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저는 한국의 청소년과 부모님, 선생님들에게 이 사실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삶을살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과학자와 교사, 학부모, 청소년이모두 참여해서 교육정책과 법, 공공의료와 같은 사회제도를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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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04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료계 표준집단이 백인 남성 실험군 집단 그 다음은 동물 실험으로 이어지능 ㅠㅠ
평등실천은 의료진찰과 치료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책 찜💆

mini74 2022-05-04 17:16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여성의 분야까지 그들이 전문가집단이 되다보니 잘못된 편견과 오류가 많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 지금이라도 얄심히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과학자분들 많으셔서 고마운 맘이 들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5-04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몸 연대기> 흥미롭네요^^
미니님 말씀대로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이전에 봤던 것들이나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것들도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mini74 2022-05-04 17:29   좋아요 4 | URL
여기 소개된 책들 다 읽고싶어 열심히 중고서적 뒤지며 찾고 있어요 화가님 ~ 늙음에 대한 부분도 좋았어요. 저도 항상 고맙습니다 화가님 *^^*

새파랑 2022-05-04 18: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과학까지! 행복해서 사는게 아니라 살기위해 행복한것이라니 왠지 맞는말 같아요~!

mini74 2022-05-04 18:2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내일은 즐거운 어린이날, 오랜만에 좀 편하게 원하시는 책 실컨 읽으며 행복하시길 *^^*

기억의집 2022-05-04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정인경쌤 부지런하세요 책 살 예정인데 땡스투 하겠습니다 오늘 글록 읽고 있는데 재밌어서.. 하루 종일 그 책 읽고 있어요 미니님이 47보다는 별로라 하셔서 재미 없나 싶어서 사 놓고 안 읽고 있다가 어제 저녁부터 시작 했는데 재밌어요!!우리 몸 연대기에서 족저근막염이 눈에 뜨네요 족저근막염 치료를 위해 아치가 있는 쿠션을 권하거든요!!요즘 재발하는지 발바닥이 아프네요!! 전 원시 시대를 상상하곤 하는데, 그 땐 동물처럼 식량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구하고 나면 은신처에 딩굴거리며 잠을 잔 거 아닐까!! 생각하곤 해요 요즘은 언제나 피곤하네요 게다가 윤이 취임도 전에 쌓이는 이 피로감 !!!

mini74 2022-05-04 19:35   좋아요 2 | URL
구석기 시대인들이 어쩌면 농경시대사람들보다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구석기인의 몸으로 지금을 사는 건 참 피곤하고 힘든 일이라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 너무 뻔뻔해서 매일매일이 놀랄 노자입니다 ㅎㅎㅎ

미미 2022-05-04 1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원앙새 수컷이 바람둥이라고 들은것 같아요!
그걸 화목한 부부의 상징으로 만들었으니 암묵적 권장일까요?ㅎㅎ아웅...
‘편견과 무지에 맞서는 해방의 언어로서 과학‘이라
어쩌면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과학이란 생각이 듭니다.*^^*

mini74 2022-05-04 19:36   좋아요 4 | URL
바람둥이에 강간을 일삼는 새들이 그것에 맞게 모양까지 변하는 걸 보면서 으악!!! 했습니다. 원앙이나 비둘기 등 겉모습에 속은 새들이 좀 있지요 ㅎㅎ

페넬로페 2022-05-04 2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 많은 것이 담겨 있네요.
동물보다 인간이 더 남성과 여성을 왜곡시키는것 같아요.
근데 웃기는건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나 원숭이들은 집단에서 리더가 힘이 센 숫놈이더라고요~~
올빼미형이 유전자가 원인이군요.
위로 받습니다**

mini74 2022-05-04 23:52   좋아요 1 | URL
자도요 페넬로페님 ㅠㅠ 엄마한테 구박받은거 생각하면 억울해요 ㅎㅎ

서니데이 2022-05-04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들이 새우깡을 좋아하나요.
어쩐지 새우깡은 갈매기가 먼저 생각나고요,
강아지는 천하장사 소세지가 먼저 생각납니다.
행복은 새우깡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조금 전에 저녁 먹었지만,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mini74 2022-05-04 23:53   좋아요 1 | URL
저희 강아지는 혹여 과자 떨어뜨리면 다 자기건줄 알아요 ㅎㅎ 천하장사랑 새우깡 둘 다 제가 더 좋아하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가필드 2022-05-04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편견에 맞서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
읽어봐야겠네요 ^^

mini74 2022-05-04 23:53   좋아요 1 | URL
책 속에 또 좋은 책들 소개가 가득이라 더 좋았어요 *^^*

희선 2022-05-05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성평등보다 성평등이 더 좋겠네요 성도 두 가지만 있다고 하다니... 사람이 참 많은데 두 가지로만 나누는 건 안 좋을 듯합니다 이건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겠습니다 예전에 제목 보고 과학을 말하는 것인가 했는데, 과학책을 말해주는 거군요 과학책에 관심 있지만 잘 안 보기도 하네요 과학에도 차별이 있지만, 그래도 평등하게 보려고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하고 알아 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mini74 2022-05-06 07:21   좋아요 1 | URL
희선님 말이 정답 ~ 사람이 이렇게 많고 다양한데 두 가지로만 나누기엔 ㅎㅎ *^^*

바람돌이 2022-05-05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 과학이라고는 젬병인 저에게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군요. 찜!

mini74 2022-05-06 07:21   좋아요 0 | URL
과학책 사고싶어집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05-05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일어났던 때가 생각납니다. 한 20년은 더 되었을 거에요. 이제 성평등이죠. 저도 올빼미!ㅎㅎ 좋은 책 소개 재미나고 유익해요 미니님.

mini74 2022-05-06 07:21   좋아요 0 | URL
저도 올빼미형 ! 미네르바 후손이라 우겨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5-05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들 초딩때 한창 양성평등~양성평등~ 했을때, 전 그게 뭐지?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미니님 글 읽으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구나! 생각 했었는데 모두들 찜~하는 부위기!!! 생각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중력이라 하시니 또 갑자기 어제 본 드라마에서 남주혁이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건 중력이라고 해서 오호~했었는데 책 제목마저??ㅋㅋㅋ

mini74 2022-05-06 07:22   좋아요 1 | URL
남주혁이 말했다니 진리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2-05-05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어린이날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매일 기온이 올라가서 오늘은 공기가 덥게 느껴지네요.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하루 되세요.^^

mini74 2022-05-06 07:22   좋아요 1 | URL
정말 한여름같았어요 서니데이님. 오늘도 해가 쨍하네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2-05-08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내 취향 아님, 하고 지나쳤던 책이었는데 mini74님 페이퍼 읽다보니, 딱 제가 좋아하는 소재들이 그득한 에세이일 듯요^^ 담아가요.


˝양성평등 대신에 성평등˝ 이 이야기 아무리 많이 해도, 쉽게 안 달라지는 듯합니다....

mini74 2022-05-08 17:50   좋아요 1 | URL
이 책 읽고나면 부작용이 다른 책들 연관된 책들을 주섬주섬 담게 된다는 ㅎㅎ 쉽게 안 달라지는 거 맞는거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