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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평점 :
어릴 적 우리 시에는 아주 큰 시민회관이란게 있었다.
여기서 공연도 하고 영화상영도 하는 대표적인 곳?
거기서 똘이장군도 봤고, 가끔 합주대회나 합창대회가 열리면 단체로
관람을 가서 응원을 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 갈때면, 엄마가 항상 주의를 주던 말.
뒤쪽으론 절대 가지마라.
골목쪽으로 들어가지 마라.
왜지?
친구들도 똑같은 말을 듣고 자랐다.
그 옆에 개고기 파는 시장이 있었는데, 어릴 적 친구 하나가 그 곳에 잘못 발을 들였다가 개 잡는 모습을 보고 경기를 했던 적은 있었다.
그냥 막연히 그 뒤쪽으로 가면 혹시 개고기 파는 시장이랑 연결되나?
막연히 그런 생각만 했었다.
그러다 대학때였나?
군대가는 동기에게 복학생이 던진 말..
“군대 가기 전에 자갈마당 한 번 가야지?”
“엥? 자갈마당?”
뭐지? 고깃집? 술집? 아하...자갈에다 고기를 구워주나?
별 생각없이..
“같이 가자...송별회 해야지..”
그 순간 굳어졌던 그 인간들을 지금 만나게 된다면.
에라이, 하고 엉덩이를 걷어찼을텐데..
물론 둘 다 그런데 갈 인간들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 열받는다.
멀쩡하다가 자부하는 오히려 평범하고 선량한 그들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
농담처럼, 아니 무슨 관용어처럼 쓰여졌던 말.
당연한 듯 무슨 통과의례나 성인식처럼 사용되던 말.
차라리 어디 부족처럼 덩굴을 다리에 달고 번지점프를 하거나, 사나운 소들의 등을 타넘으면 용감하다고 박수라도 쳐주지 싶다.
여성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는 사회라니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주로 대출 담보 및 모든 재산적 권리는 남성들이 독차지했던 사회다. 지금도 여전히 남성이 더 선호되는 사회에서, 여성 이름을 딴 대출이라니..
이것이 그저 예전부터 있어왔던, 아가씨비용이며 여성의 몸을 담보로 지불되던 악덕 사채가 금융업이란 이름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것 뿐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단순하게 그런 선전들을 보면서, 뭔가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다가도 여성들이 성실하게 돈을 잘 갚으니까 그런거 아닐까..그라민 은행도 보면 여성 소액 담보대출자들이 그렇게 돈을 잘 갚은데잖아 라는 생각에서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
알고 싶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그저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렸다.
수많은 호스티스형 소설들 속 여주인공들은 그 와중에도 순정을 말하고, 남자들에게 이용되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다. 영화 속 영자와 꽃순이는(진짜 꽃순이를 아시나요란 영화가 있다. 영자의 전성시대, 별들의 고향 등등...)대부분 남자 작가에 의해, 남자들의 로망을 반영하며 마음대로 만들어진 주인공들이다. 남성들의 억압이나 성폭력 혹은 아버지와 남동생 오빠 등을 대신해 생계를 짊어지게 된 게 성매매여성이 된 이유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지고지순하며 남성들의 입맛에 맞는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다. 권리도 없고 물건처럼 여기 저기로 팔려가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런 그녀들이 포주에게 고통받거나 온갖 선납금으로 결국 바닥까지 내몰리는 열악한 삶의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거나 언급도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의 몸에 대해 생각했다.
뽑아 먹을 것이 많은, 착취할 것이 많은, 그런데다가 착취하기도 쉬운 구조.
여성몰카 또한 다양한 경로로 제2, 제3의 착취수단이 될 수 있는 것.
아무 것도 아니란 듯, 혹은 통과의례인냥, 다들 그렇지 않냐는 등의 성매매에 대해 대수롭지 않아 하는 사례들을 보며,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권력부터 여성을 여성의 몸을 수단으로 삼았다.
거기다 마치 다른 방법이 많음에도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성매매를 선택한다는 식의 매도는
그들에게 도덕적 흠결까지 찾아내려 한다.
성매매 대상이 되기 위한 비용과 매매를 통해 불어나는 빚을 통해 여성은 인격적 존재가 아닌 교환가능한 지폐다발이 되어 버린다.
이런 유흥업소 대출이 이젠 제2금융권에서 만들어지면서, 여성들에게 손쉽게 대출하여 기회를 얻고 결국 자유를 갖게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스스로 기회와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끊임없이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며 묶인 신세가 된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처럼 보이는 신용이 사실은 여성을 성매매 시장으로 몰고 간다.
여성의 몸이 담보가 되어 더 많은 이자와 수수료와 원금이 눈사태처럼 덮쳐온다.
이제 그 곳은 말끔하게 정비되어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게 아니란걸 우린 안다.
(몇년 전 한 여대생이 등록금이 감당 안 돼서, 자신의 몸을 경매로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여대생이 왜 그런 처지로 몰렸는지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대신, 그녀가 정말 처녀인지 얼마에 낙찰될지가 기사로 다루어졌고 온갖 추측과 흥미위주의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성매매로 쉽게 등록금을 벌자,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로 올렸고 51억이란 낙찰가를 받았다.
알핀로제라는 대학동아리는 자기들끼리 몰래 여성회원들을 경매해서,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냥 성추행등을 일삼아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여성을 인격화된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저 몸으로 혹은 자본으로 살 수 있는 소유물로 보는 것. 왜 바뀌지 않는걸까 분노하며 본 책이다.
누군가는 알게 되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데, 이런 책들은 알게 되면 읽게 되면 더 분노하게 된다. 그 분노가 그런데 싫지가 않다. 내가 앎으로 내 아이에게 좀 더 나은 방향을 가리킬 수 있길 바라본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횡설수설이다.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가분 ㅠㅠ 재독이 필요한 책 )
이렇게 기분이 꿀꿀할때 추천 음악.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 말보다 보현이 소리가 훨씬 영양가있다고 생각한다.
루시드 폴과 보현이의 콜라비 콘체르토 ~ 강추합니다 ㅎㅎㅎ
https://youtu.be/g2Acl2Aq2YU
여성들의 성형 실천은 몸의 변형을 통해 ‘업소 아가씨 되기‘라는 재여성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결과이들은 점점 더 성매매 산업에 결박된다. 여성들 자신이 성매매로인한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아님에도 이러한 ‘투자‘ 비용이모두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누가 이 투자로 인한 수혜자가 되는지 질문하게 된다. 최근의 성형 풍조에 대해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신자유주의시대 자기계발의 통치합리성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쟁력을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 전략으로 성형을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태희원, 2012; 김고연주, 2010; 이소희, 2007).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여성들의 ‘자기 투자‘가 누구의 이익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에서는 이러한 투자 비용은 어디서 나오며 어떻게 회수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애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백혈병이나 무슨 병에 걸려서 막 되게 아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업소 생활이나 이런 생활을 모르면 그런 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만 내가 이미 이런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분명히 그쪽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럼 ‘아, 참 내가 몰라도 될거는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다혜>
<사채업자 박씨>는 5부 이자를 받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가 설명하는 5부 이자는 월 5%의 이자로 연이자로 단순 환산하면 60%의 고리대다. 하지만 분명히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를 뗄것이고 일수금 상환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질 것을 고려할 때, 그는 사실상 60%를 훨씬 상회하는 이자를 받을 것이다. 여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그가 취급하는 대출 상품의 이자율은 130% 정도로 파악된다. 그는 이러한 고리대의 문제를 신용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의미화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있으면 있는 대로 쓰는 ‘술집 나가는 아가씨‘들은 ‘사고율이 높기 때문에 법정 이자로는 그것을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신용이 낮고경제관념이 희박한 ‘술집 아가씨들‘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위험률이높아 대비가 필요하므로, 이를 이자율로 보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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