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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ㅣ 건들건들 컬렉션
폴 배럿 지음, 오세영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1년 9월
평점 :
글록은 권총계의 AK47이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ak47은 폴리머(플라스틱)를 사용하지 않지만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구소련권에서 선호했다. ak47은 수십 년을 사용해도 걸림 고장이 거의 없다. 아프리카 게릴라군의 소년병처럼 약간만 교육하면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다. 알래스카의 참석자 닉네임 vis35는 글록은 권총계의 ak47이다 라고 썼다.” (219쪽)
“신이 인간을 창조했지만 새무얼 콜트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었다”란 말이 있다. 총기의 대명사 콜트에 이어, 지금 미국의 총기시장을 장악한 것은 바로 글록17이다.
못생긴 총, 까맣고 촌스러운데다가 플라스틱 총이다. 그러나 곧 이 못생긴 글록은 가장 미국스러운 총이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총 하면? 바로 AK47이 아닐까.
미하일 칼리시니코프가 1947년 11월 소련에서 개발한 자동총이다.
단순하게 만들어서 잔고장이 거의 없으며, 누구나 쉽게 총을 쏠 수 있다. 또한 조종간을 안전상태로 두면,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어떤 조건에서도 다른 총들보다 강인하게 살아남는다.
일명 닭 한 마리 값에도 살 수 있다고 해서 치킨건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탄창부위가 초승달이라 각 지역의 종교적 내전에서 더 선호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m16을 들고 싸우던 미군들은, 열대성 기후에 매번 고장이 나는 자신들의 총을 두고, 베트콩들이 쏘는 ak47을 부러워했다고. 그렇지만 같은 기종을 쓸 경우, 총소리 등이 동일해서 아군과 적군 식별이 어려울뿐더러, 적국인 소련의 총으로 미군이 싸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총 덕후, 총을 사랑하는 나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미국이다. 그럼 미국을 대표하는 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이들이 가장 선호하고 많이 팔리는 총이 바로 가스통 글록이란 오스트리아인이 만든 글록17이다.
샤워봉이나 만들던 오스트리아인이 처음으로 만든 총으로, 대부분의 부품이 폴리머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약 17발의 장전이 가능하며, 17번째 발명품이라서 이름을 글록17이라고 지었다.
1987년 마이애미에서 은행강도와 총격전 당시, FBI가 리볼버를 재장전하려다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건 이후로 경찰 등은 총기를 연발사격이 가능한 기종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글록17은 그 조건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론 마이애미 총격 당시, FBI에겐 연발사격이 가능한 총들이 많았으나, 초기 대응의 미숙함으로 제대로 활용을 못했으니, 리볼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한다.)
까만 플라스틱의 못생긴 총이 대부분의 총기관련 업자들이 느낀, 글록17의 첫인상이었다. 이 총은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휘가 쓴 총이자, 스눕둑의 가사와 투팍의 노래에도 나온다. 유명해진 것은 다이하드2에서 악당의 무기로 쓰이면서이다. 그 후 미국영화에서는 총의 대명사쯤으로 글록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사담 후세인이 붙잡힐 때 소지했던 총도 글록이며, 공항 무기 소지 금지 실루엣도 글록의 실루엣이다.
이 못생긴 총은 누구나 쉽게 쏠 수 있다는 것과 가볍다는 장점에 다양한 홍보효과를 통해 미국시장을 잠식해갔다.( 글록 파티에는 미녀들과 술, 비싼 음식들이 대거 등장했다.)
단순하고 쉽고 떨어뜨려도 흔들어도 발사되지 않으며 부품수도 작아서 경찰들도 선호하는 총이 된 것이다.
총기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국가가 총기에 대한 규제를 할까 봐 오히려 글록의 판매량이 느는 나라다. 총기관련 단체들의 힘은 거대하고, 대통령조차 맞서기 힘들다.
나를 지키기 위한 총이라지만, 그러기엔 연발가능한 횟수가 너무 많다.
개척시대와 민병대관련 총기의 역사가 깊은 미국이다. 그들에게 총은 자존심이며 정체성이다. 그들에게 총을 갖는 것은 성인식, 공식적인 어른이 되었다는 표시다. 예전 부족들이 성인식으로 벌이나 살인개미에게 쏘이고, 특정부위를 잘라내고, 덩굴에 의지해 번지점프를 하는 것처럼, 미국이란 나라에선 총기가 대신한다. 나와 가족을 지키는 총이라지만, 실제론 난동사건과 범죄에 더 많이 쓰인다.
글록의 또 다른 인기권총인 베이비 글록은 더 작고 휴대가 간편해서 핸드백에도 넣어다닐 수 있다고한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또한 아이들을 위해 분홍색 총을 만들고, 생일선물로 총을 주는 나라다. 글록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캠프와 사격대회나 신제품 홍보부스에는 카우보이 복장을 하거나, 글록사 등 총기회사의 모자를 쓴 이들로 인산인해다. 그들은 자신들의 총을 빼앗으려는 자를 막으려 일치단결한다. 똘똘 뭉쳐 총기규제에 합의하는 회사의 권총은 불매하며, 항의 전화를 한다. 그들에겐 총이 자유이며, 자신이다. 짧은 역사 속, 그들은 자신들의 총으로 땅을 개척했고 인디언들과 싸웠고, 민병대를 조직해서 독립을 쟁취했다. 그들에게 총은 역사이자 긍지이다. 그러니 총기 오발 사고나, 총기 난사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들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좀비영화를 보며 미국인들이, 저들은 왜 총을 쏘지 않는가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들에겐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좀비와 외계인과 괴물들이 난무하는 미국영화에선, 언제나 총이 등장한다. 총이 안 먹힐 때도 있지만.
우리나란 총기소유가 엄격히 금지된 국가다.(사냥총은 신고 후 가능하다고 들었다.) 문득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총기소유가 가능하다면 어떨까 싶었다. 우린 타인에게 총구를 겨누기 보단, 스스로에게 더 많이 총구를 겨누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글록이란 권총과, 이 권총을 만들어낸 가스통 글록과 그의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권총을 팔기위해 어떤 서비스를 했는지와 기업의 치졸하고 더러운 면도 담겨있다.
전미총기협회(NRA)가 진정 원하는 것이 결국은 총기의 확산임을, 그리고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NRA가 추구하는 대부분의 목적에 동의하지만 그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NRA는 자금을 모으려고 끊임없이 정치 전쟁을 부추기는 안건을 상정하고 있어요. NRA는 편집증을 선으로 간주합니다. 편집증에 걸린 총기 소유주는 너그럽게 수표책을 꺼내기 때문이지요.”(239쪽)
(AK47이란 책이 사실 훨씬 재미있었다. 역사적 깊이나 탄생비화 등에도 더 이야기거리가 많아서일거다. )
마이애미 총격 사건의 진짜 원인은 FBI의 허술한 준비였다. 현장요원은 소지하고 있던 군용소총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 방탄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FBI와 팔랑크 같은 전문가는 이런 가슴 아픈 사실을 외면하는 대신에 리볼버에 책임을 돌리고 용감한 연방 요원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와 같은 민간인은 당연히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팔랑크의 강의를 들은 데이비스는 집으로 돌아가서 글록 자동권총을 여러 정 주문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유브는 시민이 글록을 소지하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이제 그의 논조가 바뀌었다. 그는 소매업에 종사하는 독자에게 "신형 베이비 글록이 어떻냐고?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기 바랍니다." 라고 당부했다. 그는 다양한 기술 사양을 평가한 후에 "결국 글록은 발목과 주머니에 차는 진정한 은폐 권총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 두 총을 모두 사격해봤는데 놀랄 정도로 반동이 적었죠. 베이비 매그넘은 물론이고 38 스너비보다도 훨씬 사격하기 쉽습니다. 글록을 최소한 1정 이상 가지고 있는 고객이 상당히 많을 텐데, 그들모두 신형 모델을 구입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건이 총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강력한 브래디 법안 Brady Bill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1981년의 로널드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래디James Brady의 이름을 딴 것으로, 1993년 11월에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되었는데, 모든 권총 구입은 5일간의 대기기간을 두고 신원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전에는 32개 주에서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총기를 판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5년안에 FBI가 관리하는 현장 확인‘ 컴퓨터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했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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