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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나는 이미 주께 용서를 받았습니다.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이미 구원받았습니다.>
이런 말들을 영화나 혹은 현실에서 들을 때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피해자의 용서는 그렇다치고, 어떻게 신이 있다면 저런 일들을 마음대로 피해자와 상의 없이 용서하고 구원해 줄 수가 있을까?
특히 노덕술을 계보로 이어지는 파렴치한 고문기술들을 연마해 숱은 독립운동가와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이들.
그들 중 자신이 애국자라며 떠들던 그 악마가 목사가 되었을 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고문 끝에 벌벌 떨더라며 피해자의 극단적 공포를 우스개 소리 삼아 목회를 한다는 그 악마를 신은 용서했을까? 정말 ?
이해할 수 없던 물음의 정답을 이 책, 부덴박사(오이겐 뮈스, 아르놀드 뮈스)의 고해성사를 듣던 신부님의 눈물과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무리 악을 바로잡으려 한다해도 천국에 당신을 위한 자리는 없을 듯 하군요.”
< 책 속 중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주의 *^^*>
니콜라이 에이메리크의 마녀 사냥과 루돌프 회스와 보이트 박사 등의 악행 등은 악 그 외엔 없었다. 욕망과 악, 그저 사악함, 그리고 포장하기 위한 길고 긴 진리와 사상이라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니벨룽의 반지같은 비알 바이올린, 결국 그 바이올린은 딸을 사랑했던 장모에게도 그 사위에게도 돌아가지 못했다. 여전히 불한당같은 세상이다.
주인공은 홀로코스트,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이들의 가방을 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버지의 수집품들 속에서 사라를 진정한 사랑을 잃어간다.
잘 짜여진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또한 바이올린을 만든 이와 소유하기 위해 어떤 피를 묻혔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전개된다.
비알 바이올린, 최고의 목재와 최상의 소리를 가졌으나, 결국 니벨룽의 반지처럼 욕망으로 얼룩지며 결국 주인에겐 돌아가지 못한다. 홀로코스트를 겪고 살아남았다 해도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희생자들처럼 말이다.
“바이올린 판매 금액의 절반을 내 몫으로 챙겼지요. 그런데 당신은 책 전체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데요. 아리드아노 삼촌의 인생 전체를 말입니다”
( 될 수 없는 나를 욕망한다는 건 , 그 욕망에 굴복한다는 건 결국 양심을 버리고 까맣게 타 버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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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타스.
사라가 좋아한 아브라함 미뇽은 독일 출생이며 39세에 요절한 화가, 특히 바니타스 정물화를 잘 그렸다고 한다. 사라가 그림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삶의 덧없음?
사라가 보던 노란 치자꽃의 그림은 찾을 수가 없어 대신 “꽃병에 든 꽃”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