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함박웃음이 아니라 은근한 미소.
맘이 편안해지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는 느낌이다. 그런 모네의 수련과 함께한 가을이었다.
10월에 친구들이랑 도쿄로 여행(10.21~10.24)을 다녀왔다.
테마를 미술관 투어로 잡고 도쿄 미술관을 집중적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보고 싶은 미술관은 많았지만 숙소가 있는 긴자 주변의 미술관으로 범위를 좁히고,
몇 년 전에 들렀던 국립 서양 미술관은 다시 들러보고 싶어서 포함시켰다.
네즈 미술관,롯폰기 힐즈 모리 미술관, 국립신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국립 서양 미술관.
가고 싶은 곳만 정했을 뿐 정확한 정보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이런! 네즈 미술관은 우리가 도착했던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휴관이었다.
과감하게 포기.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데, 큰 행운도 있었다.
알고 일정을 잡았던 것도 아닌데(6월에 여행 예약을 해두었다), 모리 미술관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2024.9.25~2025.1.19)가, 국립 서양 미술관에서는 모네의 수련 전시(2024.10.5~ 2025.2.11)가 열리고 있었다.
포스팅 제목이 <모네의 수련과 함께한 가을>이니 수련 이야기만 하는 걸로.
1. 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
모네 전시의 인기가 대단했다. 전시관마다 사람이 가득했으니까.
3개의 전시관에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 중 1개 전시관과 전시관 입구에 있는 작품들만 촬영이 가능했다.
집에 와서 도록을 살펴보니 수련을 포함하여 총 65작품이 전시되었다.
국내에서도 모네의 전시를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수련과 함께 모네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처음이었던 것같다.
스탕달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었다.
그 전날 국립신미술관에서 봤던 작품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느낌.
모네 티켓으로 상설관까지 관람할 수 있어서 상설관의 좋은 작품들도 많이 만나고 왔다.
2. 구라시키 오하라 미술관
정말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었다. 평소 내가 하는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는지 남편이 오하라 미술관을 방문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덜컥 예약을 하는 바람에 열흘 만에 또 일본에 가게 되었다(11.4~11.7). 오하라 미술관에는 르느와르, 피카소, 엘그레코,고갱등 유명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있는데, 모네의 수련도 한 점 있었다. 작품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본관 작품들만 보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는 특별한 모네를 만날 수 있었는데, 바로 진짜 수련이었다. 모네의 수련 연못이 있었다. 오하라 미술관의 수련은 코지마토라지로가 1920년 가을에 지베르니를 방문해 모네로부터 직접 구입했고, 그 연을 계기로 오하라 미술관 개관 70주년을 맞은 2000년에 지베르니의 정원에 있는 수련을 받아왔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그림에 그려져있는 수련의 손자일거라는 말이 재미있었다.
3.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地中美術館)
안도타다오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에는 세 예술가의 작품만 전시되어 있었다.클로드 모네,월트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당연히 전시관 내부는 촬영 불가. 미술관 들어가는 입구만 촬영이 가능했다. 지중미술관으로 가는 길엔 모네의 집 수련 정원도 재현해두고, 꽃길을 만들어 두었다.지베르니는 아니지만 느낌을 살려본듯했다.
네 개의 벽면에 다섯 점의 수련이 있었는데, 남편이 한 작품을 가리키며 우리 집에 있으면 참 좋겠다고 했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이번 가을엔 모네의 수련을 원없이 만났다.
궂즈샵에서 구입한 엽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