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빌라
조창인 지음 / 위즈덤경향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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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가시고기」를 출간하여 많은 사랑을 받으셨던 조창인작가님의 2017년 신작 「해피빌라」를 읽어봤습니다.
저의 중학교 3학년에 「가시고기」로 국어독서시험을 봤었고 제가 「가시고기」에서 나온 문제를 틀린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네요. 여기 북플친구분들 포함하여 그래도 다들 읽어보셨을 「가시고기」를 전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러고보니 만화로 읽는 가시고기도 출간되었는 데 읽어보지는 않았네요.)
2012년 말에 출간되었던 「살아만 있어줘」로 처음 조창인작가님 작품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작「해피빌라」를 읽으면서 보니 정말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2000년대 초중반만해도 조창인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하면 구매하고 바로 읽어보지 않았을까
(사실 저는 당시에는 서점보다 도서관을 많이 다녔기에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만 「가시고기」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고 「등대지기」도 나름 사랑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기에 사람들이 신작들을 많이 기다리지 않았을 까 싶어요.) 싶었는 데 이번에 나온 「해피빌라」가 출간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고싶어요 누른 북플친구가 한 사람도 없어서 너무 의아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누르지는 않았는 데 8월~9월에 잠깐 슬럼프가 와서 그런지 읽고싶어요나 읽고있어요 버튼을 막 누르지는 못하겠더군요. 이상하지요.)
왜 그럴까 싶었는 데 읽어 보니 알 것 같더군요.
엄마가 파라과이로 떠나버리고 아버지도 없이 혼자 사는 우동동이 해피빌라에서 항상 비가 오는 지만을 묻는 비온닥삼촌과 말속에 영어를 넣기 좋아하는 미쑤노이모, 기면증으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쓰러지는 아저누나와 그녀의 아버지 손씨아저씨, 만물고물상을 하는 장사장님과 붕어빵을 파는 할아버지 그리고 욕쟁이 삐턱이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리면서 잘난척을 하여 왕따인 수애를 좋아하고 화가아저씨를 만나 친구처럼 지내게 되는 과정에서 6년이 지났는 데도 돌아오지 않고 편지로만 소식을 전하는 엄마와 엄마에 대한 것을 숨기는 해피빌라 식구들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는 동동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데요.
2000년대 초반이었다면 더 감동적이었을 것 같아요.
저는 읽고 나서 뭉클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감동을 받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다가 너무 복받쳐 울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것 같아요.
지금은 2017년이며 벌써 1달이 지나 또 1달의 절반이 지나버려서 감동을 받고 위안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참담한 현실이 눈 앞에 있어서 버겁기만 하네요.
우동동이 엄마를 만나 엄마와 해피빌라식구들과 함께 해피한 삶을 살아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듯이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감동받아서 울고 웃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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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9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시고기》 안 읽어봤어요. 제 동생이 그거 읽고 싶어서 샀긴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 책을 읽어보고 싶지 않은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

물고구마 2017-02-19 10:28   좋아요 0 | URL
저는 읽어보려고 했는 데 손이 잘 안가게 되더군요. 김하인작가님의 「국화꽃 향기」처럼, 그러고보니 두 작품 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고 두 분 다 2000년대 초중반에 많은 사랑을 받으셨네요.
 
망상,어語 - 김솔 짧은소설
김솔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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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로 제게 강인한 인상을 남겨주신 김솔작가님의 첫 짧은소설 「망상, 어語」가 출간되어 읽어봤습니다.
책띠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솔작가님은 정말 독보적인 이야기꾼이 아닐까 싶어요.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신부가 될 여자에게 말하지 않다가 결혼 후 첫날밤에 여자가 알게된 사연(의심)이나 6년 전에 죽은 아들을 못잊어서 냉장고에 아들을 시체를 보관하고 있다가 지진이 발생하여 전력이 끊겨지자 이 사실을 전세계가 알게 되는 사연(냉장)등 신문기사를 읽고 영감을 받아 글을 쓰신 것도 있었지만 맥주와 콜라, 도서관과 서점을 비교하여 쓰신 글(맥주와 콜라의 대위법, 서점과 도서관의 대위법)이나 새가 부리로 글을 써 책을 출간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공쿠르상)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작자를 찾아가서 전재산도 모잘라 빚까지 냈지만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몰락하는 이야기(원작)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편소설보다 짧아서 읽기에 어려움은 없었으며,
제가 첫 소설집에서 받았던 인상을 「망상, 어語」에서는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노총각 M의 위산이 녹인 크리스마스)에서 김솔작가님의 특유의 스타일을 느낀 것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음 선보일 작품들이 기대가 되고 출간하게 되면 무조건 구매해서 읽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구매하니 260자나 되는 반야심경을 쌀 한톨에다 새겨넣었으나 한톨도 남기지 않고 밥을 하여 기네스 신기록 달성에 물거품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반야심경)와 그림자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찾고 싶어하는 이야기 (그림자) 2편이 박순용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있는 별책 스토리북을 초판 한정으로 주고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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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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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신 최문희작가님의 신작 「정약용의 여인들」을 긴 시간동안 읽었습니다.
앞서 썼던 리뷰들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은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없으면 재미도 재미지만 개인적으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청소년소설들이 제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요.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정약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는 지를 몰라 인터넷검색을 해봤더니 「목민심서」를 쓰셨고 거중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정약용의 호가 ‘다산‘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정약용의 여인들」을 출간한 다산 정약용의 실사구시와 애민정신을 실천하는 출판사 다산책방 덕분에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최문희작가님이 쓰시고 출판사 다산책방에서 작정하고 출간한 「정약용의 여인들」은 정약용의 아내 혜완과 정약용이 유배를 하면서 정약용을 아무런 댓가없이 보살핀 진솔이라는 여인과 정약용이 거둬들이려다 혜완의 반대로 그렇게하지 못한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팔자와 인생을 살게 되는 초분, 정약용과 진솔 사이에서 낳은 딸 홍임이까지 정약용의 생애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여인들의 험난한 삶을 그리고 있는 데요.
유배지에서 정약용을 보살핀 진솔과 딸 홍임이 정약용과 한 집에 사는 것을 원치 않는 혜완, 딸 정약용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은 속내를 숨기고 비록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저 선물같은 정약용의 딸 홍임을 품고 홍임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진솔,
아버지를 부르지도 보지도 못한 채로 어머니 진솔과 살아가는 딸 홍임, 그리고 그 여인들 사이에 갇혀버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약용까지......
사실, 중반까지는 정약용의 두 아들 학연과 학유, 그리고 정약용의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정약용의 여인들」이라는 제목에 조금 의아함을 주었는 데, 다 읽어보니 「정약용의 여인들」말고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가 않고 제목을 정하더라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문희작가님의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인데요.
「난설헌」이 첫 작품인 줄 알았는 데 이 전에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셨더군요. 조금 더 알아가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기록된 역사(과거)와 기록되고 있는 현재, 그리고 기록될 미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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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이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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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으로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는 이유작가님의 첫 소설집 「커트」에는 안면인식장애로 인해 아내를 알아 보지 못한 형사 남편의 이야기이자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닟선 아내),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야츠에 홀로 떠났다가 지구도 얼려버릴 추위에 아이스맨이 될 뻔한 남자의 이야기 (지구에서 가장 추운 도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가장 친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같이 어울리는 조, 류, 박보다 더 똑똑하고 더 잘 나가는 깃털같은 이른바 ‘걔‘로 불리는 존재를 안주삼아 이야기하는 나와 조, 류, 박 그리고 걔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 (깃털), 자신과 생김새나 목소리가 같은 복제된 나를 현재에 두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나 자신이
자신이 보다 더 뛰어나게 된 자신이 헤어졌던 아내와 애틋한 감정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빨간 눈), 무엇이든 꿈에서 꾼 것처럼 현실에 반영되지만 너무 현실에 반영되다보니 건물이, 도시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빠르게 꿈처럼 기이하게 변해가는 (꿈꾸지 않겠습니다), 무심코 놔두고 간 가방만 보면 무조건 가방을 열어야 만 마음이 편해지는 이상하면서도 사연이 있는 뻔선생의 이야기 (가방의 목적), 밤마다 상수와 아버지가 있는 집을 침입하거나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살기에 가까운 눈으로 응시하는 회색후드를 입은 것들이 출몰하는 (밤은 후드를 입는다), 머리카락만이 아닌 머리도 자르는 미용사와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며 고통을 느끼지 않는 그의 딸의 이야기이자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표제작 (커트)를 비롯하여 총 8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인상적이지 않은 단편이 없어서 바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읽은 김도연작가님의 「콩 이야기」와 더불어 책의 디자인 또한 감각적이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이유작가님과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신 조은혜 편집자님과 책을 내주신 문학과지성사, 그리고 이 소설집의 디자인을 맡은 이경진디자이너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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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2-08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고구마님의 글을 읽고 왠지 모를 감동을 받았는데요. 보통 한 권의 책을 읽고 너무 좋으면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로 꽃피우곤 했는데 출판사와 책표지 디자이너님까지 살뜰히 챙기시는 모습보니까 출판사 직원도 아닌 제가 괜히 뭉클해지네요. 맞아요. 한 권의 책은 작가님에 힘만으로 나올수있는게 아닌데요. 늘 감사한걸 놓치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일깨우고 갑니다^~^

물고구마 2017-02-08 11:17   좋아요 0 | URL
물론 좋아하거나 이전 작품에서 만나봤던 작가님의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여 읽어보면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정말 책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을 하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거치지 않을 수 없어요. 방금 전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 데 영화 한 편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치더군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더군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콩 이야기
김도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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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에 장편소설 「마지막 정육점」으로 만난 적이 있는 김도연작가님의 4번째 소설집 「콩 이야기」를 2017년 초에 만나게 되네요.
표제작 (콩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떠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닌 무작정 콩 이야기를 써야하는 데 쓰질 못하고 있는 소설가와 그 걸 무심히 지켜보기도 하면서 때론 조용하게 쓰지를 못하는 소설가에게 잔소리도 퍼붓고 한 알 한 알 가지고 있던 콩들을 압수하여 도서관 옥상에다 심는 사서와 소설가가 10여년동안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거쳐갔던 도서관 사서들까지 인물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5년 전에 그녀와 헤어지려고 5년 뒤에도 서로에게 애인이 없으면 결혼하겠다고 얼떨결에 한 약속을 지켜려고 찾아 온 여자가 어처구니 없게 죽어버려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인 (민둥산)과 아내에게 더 이상 해줄 게 없어지자, 아내가 딸과 자신을 남겨두고 홀로 떠나버리고 아내와 딸이 살던 집에 홀로 남겨져 때론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면서 아이가 주기적으로 콩콩콩 뛰어다니는 옆집의 소리를 고스란히 듣는 남편의 이야기 (왜 옆집 부부는 늘 건강하고 행복할까요), 부모와 형, 누나들이 떠나간 고향의 집에 홀로 남아있는 막내가 등장하는 (파호),
신혼여행으로 떠난 네팔의 버스에서 만난 과거의 연인들로 인해 난처해지다가 그 것 조차 모호해진 남자의 이야기 (옛 애인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
그야말로 산짐승이나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이 노래주점에서 아가씨와 술을 마시고 노래부르는 등 질펀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가 도망 간 남편의 이야기 (애니멀즈 단란주점), 과거에는 호황이었으나 지금은 촌구석에서 몸이 성치 않은 남편과 배달나가는 남상인 이른바 레지하나, 그리고 홀과 전체를 담당하는 이제는 늙어버린 마담 뿐인 다방에서 소설가가 글의 소재를 얻으려고 하는 (별다방의 몰락), 파리만 날리는 ‘인생역전‘ 모텔에서 방세가 엄청 밀린 장기투숙하는 인간들이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위해 땅굴을 파는 (긴 아리랑), 처음에는 자신의 집과 하나뿐인 아들의 며느리가 기억나지 않다가 이제는 자신조차도 잊어버리게 될까 걱정되는 치매노인이 등장하는 (배 지나간 자리)등 표제작을 포함하여 총 9편이 등장하는 「콩 이야기」의 제목이 작가님이 고집하시던 「민둥산」이나 「민둥산 블루스」가 되었다면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해봤을 것 같아요.
표지도 참 「콩 이야기」에 맞게 잘 된 것 같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고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 데 작가님은 다른 곳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실 것을 생각하니 부럽습니다.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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