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이야기
김도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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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에 장편소설 「마지막 정육점」으로 만난 적이 있는 김도연작가님의 4번째 소설집 「콩 이야기」를 2017년 초에 만나게 되네요.
표제작 (콩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떠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닌 무작정 콩 이야기를 써야하는 데 쓰질 못하고 있는 소설가와 그 걸 무심히 지켜보기도 하면서 때론 조용하게 쓰지를 못하는 소설가에게 잔소리도 퍼붓고 한 알 한 알 가지고 있던 콩들을 압수하여 도서관 옥상에다 심는 사서와 소설가가 10여년동안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거쳐갔던 도서관 사서들까지 인물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5년 전에 그녀와 헤어지려고 5년 뒤에도 서로에게 애인이 없으면 결혼하겠다고 얼떨결에 한 약속을 지켜려고 찾아 온 여자가 어처구니 없게 죽어버려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인 (민둥산)과 아내에게 더 이상 해줄 게 없어지자, 아내가 딸과 자신을 남겨두고 홀로 떠나버리고 아내와 딸이 살던 집에 홀로 남겨져 때론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면서 아이가 주기적으로 콩콩콩 뛰어다니는 옆집의 소리를 고스란히 듣는 남편의 이야기 (왜 옆집 부부는 늘 건강하고 행복할까요), 부모와 형, 누나들이 떠나간 고향의 집에 홀로 남아있는 막내가 등장하는 (파호),
신혼여행으로 떠난 네팔의 버스에서 만난 과거의 연인들로 인해 난처해지다가 그 것 조차 모호해진 남자의 이야기 (옛 애인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
그야말로 산짐승이나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이 노래주점에서 아가씨와 술을 마시고 노래부르는 등 질펀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가 도망 간 남편의 이야기 (애니멀즈 단란주점), 과거에는 호황이었으나 지금은 촌구석에서 몸이 성치 않은 남편과 배달나가는 남상인 이른바 레지하나, 그리고 홀과 전체를 담당하는 이제는 늙어버린 마담 뿐인 다방에서 소설가가 글의 소재를 얻으려고 하는 (별다방의 몰락), 파리만 날리는 ‘인생역전‘ 모텔에서 방세가 엄청 밀린 장기투숙하는 인간들이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위해 땅굴을 파는 (긴 아리랑), 처음에는 자신의 집과 하나뿐인 아들의 며느리가 기억나지 않다가 이제는 자신조차도 잊어버리게 될까 걱정되는 치매노인이 등장하는 (배 지나간 자리)등 표제작을 포함하여 총 9편이 등장하는 「콩 이야기」의 제목이 작가님이 고집하시던 「민둥산」이나 「민둥산 블루스」가 되었다면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해봤을 것 같아요.
표지도 참 「콩 이야기」에 맞게 잘 된 것 같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고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 데 작가님은 다른 곳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실 것을 생각하니 부럽습니다.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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