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에게 하는 질문을 바꿔보자.

"무엇이 내 삶을 후회하지 않게 할까?"

우리의 인생 2막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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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한국희곡명작선 127
김인경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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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쟁이유씨
#김인경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7

......

📖
허긴 누구나 마찬가지지.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건데 말야. 아등바등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면 뭐할껴? 결국모두 다 송장으로 마감하는 인생인걸. 언제든 후회 없이 죽을 준비를 하면서 실면, 그만큼 자기 인생에 더 진지해지게 될 텐디. 사람들... 참 어리석어.
------‐------------------------- ( 16쪽 )

......

✏️
참으로 유명한 희곡이다. 아니, 연극으로 더 유명하다. 보통 연극으로 기억해도 희곡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을 먼저 접하지는 않는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희곡을 만날 뿐이다. 아쉽지만 연극으로 상연된 후에도 희곡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는 극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사실...

그렇더라도 요즘 희곡 출판물의 소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증가폭이야 미미하긴 하지만, 유의미한 분위기로 볼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연극 공연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그 틈을 낭독극 문화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런 유의미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
희곡 <염쟁이 유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씨 : (상략) ...... 내가 왜 자네한테 연락을 헀느냐면, 오늘 하는 염이 내 마지막 염이거든. 왜냐구? 뭐 그냥 이제 근력두 딸리구. 이번 염을 앞두니께 당체 심사가 아제러워서... 너무 많이 캐묻지 말어. 아무튼 그러자고 맘을 먹으니께 가슴 한켠이 썰렁하니 그러드라구. 그러니 누구한테라두 마지막 염을 보여주면 좀 낫것다 싶은데, 그때 따 자네 생각이 나더라구. 가만있자. 헌디, 자네 이름이 뭐라구 했더라? ------ (8~9쪽)

유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집안의 일인 염을 이제 끝내려고 한다. 유씨가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염이 이 희곡 전반적인 내용이고 그 염의 대상이 반전의 대상이다.

✏️
이 희곡은 모노드라마, 즉 1인극을 위해 쓰여졌다.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듯 이끌어가며 극의 내용을 개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풍자하기까지 한다.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여유가 없을 정도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됨은 물론 가슴 저리도록 아픈 사연이 반전까지 이루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니 너무나도ㅜ잘 쓴 희곡의 면모를 보여준다.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희곡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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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소 -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와의 인터뷰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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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장소
#아니에르노
#미셸포르트
#신유진 옮김
#1984BOOK


......


📖
글쓰기는 《진정한 나만의 장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내가 자리한 모든 장소들 중에서 유일하게 비물질적인 장소이며, 어느 곳이라고 지정할 수 없지만, 나는 어쨌든 그곳에 그 모든 장소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 (11쪽)

📖
저는 약 20년째 제가 쓰는 글의 주제가 무엇보다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과 기억이요. 접점이 더 그런 것 같아요.
----------------- (106쪽)

📖
그렇지만 언제나 삶과 글쓰기 사이에는 일상의 투쟁이 있어요.
----------------- (115쪽)


......


✏️
이 책은 아니 에르노가 2011년에 가졌던 미셸 포르트와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다.

미셸 포르트는 버지니아 울프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이며, 인터뷰는 아니 에르노를 촬영하고 싶다는 2008년 그의 의사에 응한 것이다.


✏️
이 책은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삶의 공간으로 거쳐갔던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심을 채우는 것은 아니 에르노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글쓰기의 근원적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삶에 글이 가지는 의미들에 대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장소‘라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 에르노에게 있어 글쓰기 영역에서는 어떠한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


💭
아니 에르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제시하게 되는 문장은 뭐니뭐니해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라는 아니 에르노의 강력한 글쓰기 원칙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글의 주제는 ‘시간과 기억‘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다시 한 번 그의 글쓰기는 경험이 바탕이 되는 기억과 오늘을 바라보는 작가의 현실적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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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한국희곡명작선 127
김인경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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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유씨
#김인경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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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누구나 마찬가지지.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건데 말야. 아등바등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면 뭐할껴? 결국모두 다 송장으로 마감하는 인생인걸. 언제든 후회 없이 죽을 준비를 하면서 실면, 그만큼 자기 인생에 더 진지해지게 될 텐디. 사람들... 참 어리석어.
------‐------------------------- ( 1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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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유명한 희곡이다. 아니, 연극으로 더 유명하다. 보통 연극으로 기억해도 희곡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을 먼저 접하지는 않는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희곡을 만날 뿐이다. 아쉽지만 연극으로 상연된 후에도 희곡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는 극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사실...

그렇더라도 요즘 희곡 출판물의 소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증가폭이야 미미하긴 하지만, 유의미한 분위기로 볼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연극 공연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그 틈을 낭독극 문화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런 유의미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
희곡 <염쟁이 유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씨 : (상략) ...... 내가 왜 자네한테 연락을 헀느냐면, 오늘 하는 염이 내 마지막 염이거든. 왜냐구? 뭐 그냥 이제 근력두 딸리구. 이번 염을 앞두니께 당체 심사가 아제러워서... 너무 많이 캐묻지 말어. 아무튼 그러자고 맘을 먹으니께 가슴 한켠이 썰렁하니 그러드라구. 그러니 누구한테라두 마지막 염을 보여주면 좀 낫것다 싶은데, 그때 따 자네 생각이 나더라구. 가만있자. 헌디, 자네 이름이 뭐라구 했더라? ------ (8~9쪽)

유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집안의 일인 염을 이제 끝내려고 한다. 유씨가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염이 이 희곡 전반적인 내용이고 그 염의 대상이 반전의 대상이다.


✏️
이 희곡은 모노드라마, 즉 1인극을 위해 쓰여졌다.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듯 이끌어가며 극의 내용을 개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풍자하기까지 한다.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여유가 없을 정도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됨은 물론 가슴 저리도록 아픈 사연이 반전까지 이루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니 너무나도ㅜ잘 쓴 희곡의 면모를 보여준다.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희곡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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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전설이다 한국희곡명작선 128
양수근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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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전설이다
#양수근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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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놉시스

미술품을 소장하던 시대가 가고 부자들이 극작가의 희곡을 소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랑스 왕립박물관 증축과정 중, 지하창고에 매장 되어있던 ‘오이디푸스왕‘ 초판본이 발견됐다.

이 작품은 2천 500년 전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레스가 나무껍질을 깎아 직접 쓴 것으로, 경매가가 무려 10조원을 넘으면서, 희곡 한 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극작과나 문예창작학과 희곡 전공이 의대 수능보다 점수가 높은 세상. 그야말로 신춘문예 희곡 당선만 되면 삼대가 풍족하게 먹고 사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한 극작가, 그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칠성급 호텔에서 글을 쓴다. 또 한 남자, 극작 작품을 부호들에게 중개하고 그 수수료로 먹고 사는 드라마딜러가 등장한다.

딜러는 회장님이 전설의 작품을 기다린다며 원고를 독촉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고물장수 소리가 들리면서 작가는 밤새 극단 연습실에서 술에 취해 꿈을 꾼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
위 내용은 2022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극단 씨어터 연바람이 공연했을 당시 소개한 희곡 <나는 전설이다>의 시놉시스다.


✏️
황당할 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꿈 이야기가 곱씹을수록 가슴을 참 먹먹하게 만드는 희곡이다. 극작가가 전설이 되는 세상, 비록 꿈 속에서나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현실 자각에 슬프기 짝이 없다는 걸.

희곡을 쓰는 가난한 극작가,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또 가난한 연출가. 그들이 그럼에도 연극을 놓지 못하는, 끝내 놓지 않는 그 열정을 그 누가 알아줄까?


✏️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양수근은 말한다.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과연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가.
(중략)
전설로 남고 싶은 극작가와 연출의 이야기. 황당하고, 웃기고, 그러다가 쓰리고 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애환을 풍자하고 싶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우리는 돈과 물질의 좀비, 탐욕의 좀비, 권력의 좀비가 되어 그 누구도 좀비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떠한 유혹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가 곧 전설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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