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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ㅣ 한국희곡명작선 127
김인경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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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누구나 마찬가지지.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죽는 거만큼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건데 말야. 아등바등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면 뭐할껴? 결국모두 다 송장으로 마감하는 인생인걸. 언제든 후회 없이 죽을 준비를 하면서 실면, 그만큼 자기 인생에 더 진지해지게 될 텐디. 사람들... 참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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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유명한 희곡이다. 아니, 연극으로 더 유명하다. 보통 연극으로 기억해도 희곡으로는 기억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은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을 먼저 접하지는 않는다. 연극으로 상연되는 희곡을 만날 뿐이다. 아쉽지만 연극으로 상연된 후에도 희곡을 찾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는 극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사실...
그렇더라도 요즘 희곡 출판물의 소비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 증가폭이야 미미하긴 하지만, 유의미한 분위기로 볼 일이다. 코로나 펜데믹 영향으로 연극 공연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그 틈을 낭독극 문화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런 유의미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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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염쟁이 유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염을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다.
유씨 : (상략) ...... 내가 왜 자네한테 연락을 헀느냐면, 오늘 하는 염이 내 마지막 염이거든. 왜냐구? 뭐 그냥 이제 근력두 딸리구. 이번 염을 앞두니께 당체 심사가 아제러워서... 너무 많이 캐묻지 말어. 아무튼 그러자고 맘을 먹으니께 가슴 한켠이 썰렁하니 그러드라구. 그러니 누구한테라두 마지막 염을 보여주면 좀 낫것다 싶은데, 그때 따 자네 생각이 나더라구. 가만있자. 헌디, 자네 이름이 뭐라구 했더라? ------ (8~9쪽)
유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집안의 일인 염을 이제 끝내려고 한다. 유씨가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염이 이 희곡 전반적인 내용이고 그 염의 대상이 반전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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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곡은 모노드라마, 즉 1인극을 위해 쓰여졌다. 단 한 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좌지우지하듯 이끌어가며 극의 내용을 개진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풍자하기까지 한다.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여유가 없을 정도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됨은 물론 가슴 저리도록 아픈 사연이 반전까지 이루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니 너무나도ㅜ잘 쓴 희곡의 면모를 보여준다.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뛰어나다. 희곡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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