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자연과 동물을 넘어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상당히 앞서 비닐봉지 금지정책을 시행한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에서 이제야 플라스틱 금지정책을 내놓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선진국에서 이런 늑장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쓰레기를 개발도상국과 중국에 버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수 없게 된 것이죠.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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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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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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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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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모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극찬하며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됨으로써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인친들이 즐비하게 읽고 있음으로 인해, 또한 여러 대형서점에서 2022년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소개하는 것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손을 뻗게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한국문학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정지아‘라는 작가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조차 무안할 만큼 한국작가에 대해 얼마나 문외한이었는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주저할 것 없이 ‘#2022년_최고의_소설‘이라고 자부함과 동시에 감히 필독을 권하면서 조심히 추천을 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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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쪽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첫 단락이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시작한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부고 소식으로.

작품은 아버지 고상욱의 장례를 치르는 사흘 간의 이야기이다. 이 사흘 동안 딸 고아리는 살아오면서 여태껏 자신이 알아오던 아버지와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에 찾아온 수많은 조문객들의 사연을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새롭게 알아간다.


📖 68쪽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못 참는 사람이다.


딸로서 살아오면서 알아온 아버지는 잘 못 참는 사람이었다. 혁명가였고 사회주의자였다. 역사의 굴레에서, 특히 아버지는 빨갱이였고, 고아리는 빨갱이의 딸이라는 낙인으로 살아야만 했다.


📖 197쪽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하지만 조문객으로 찾아온, 아버지와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은, 숱한 사람들로부터 알게 되는 아버지는 낯설면서도 왠지 모를 연민이 닿아있다. 고아리는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아버지가 어떠한 인간이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아버지가 살아온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265쪽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작품의 마지막 단락, 빨갱이의 딸로 살아온 고아리는 아버지 고상욱이 빨치산도 아니고 빨갱이도 아닌 누구보다 가장 인간적인 아버지였음을 화해의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마지막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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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좁게는 아버지와 딸로 이어지는 한 가족의 역사이지만, 넓게는 여순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역사적 맥락에는 ‘빨갱이‘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표상이 자리한다.

이야기의 한가닥만 요약하자면, 빨갱이의 딸로 살면서 숱하게 당한 사회적 외면, 즉 빨치산이자 사회주의자로 낙인 찍힌 아버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거나 배척당하며 살아야만 했던 부당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사회에 기생하고 있는 연좌제적 가해에 대한 불합리함이 고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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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소설들은 흔히 그 사건의 사실적 과정을 집요하리만큼 깊이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야기의 원초적 배경이 되는 여순사건에 대한 원인이나 과정을 굳이 자세히 논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 이후의 삶, 특히 빨치산으로, 빨갱이로 낙인 찍힌 한 인간과 그와 연루 또는 연관된 사람들의 삶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부분으로 한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부분을 한 인간(아버지)의 삶을 관통하여 도드라지게 하는 이야기 구조가 가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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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냥 버티는 거지.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날 있겠지. - P60

그냥 좋은 거죠. 연극하는 게.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한 거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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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지음 / 평민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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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인물 중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는 단연 이강백 선생이다.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우려를 넘어, 누구도 이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에 닿아 있다고까지 자신할 정도다.

이강백 작가는 1971년에 <다섯>이라는 희곡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총 아홉 편의 희곡집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평생에 열 편의 희곡집을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고는 했다. 하지만 아홉 번째 희곡집을 끝으로 더이상의 희곡집 발표를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쉼 없는 왕성한 활동으로 그가 오십 여 년을 넘도록 숱하게 발표한 희곡들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가히 대한민국 연극계에 굵직 굵직한 의미가 되어 있음에 극에 달하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희곡 작품 중 일부는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대학 입시에 단골로 출제되는 만큼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그가 가지는 입지는 가히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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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강백 작가의 희곡집을 펼쳤다. 이유는 1월부터 시작될 공연준비를 위해서였다. 5월에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에 무대에 올릴 작품을 선정하기 위함이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미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훑어본 후였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작품은 《이강백희곡전집1》에 수록된 <알>이다.

<알>은 1970년대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던 정권 찬탈과 그 유지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우화적 성격의 희곡이다.

요즘 우리 사회 세태의 영향이랄까, 유독 <알>이 강하게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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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희곡전집1》은 작가가 신춘문예 등단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발표한 여섯 편의 희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우화적이거나 풍자적인 작품들이 전반적이고 대표적이다.

여섯 편의 작품 모두 다 잘 쓰여졌고, 언제든 기회만 된다면 개인적으로 무대에 올리고픈 좋은 작품들이다. (이미 이 작품들은 무대화 되었고 지금까지도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 매력이라면 나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특별히 추천을 하자면 <파수꾼>과 <결혼>이다.

여섯 편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180여 쪽 정도로 두껍지 않은 희곡집이다. 그래서 각 희곡들은 20~30쪽 정도에 불과하고 그런 만큼 각 희곡들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일일이 각 희곡들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하겠지만, 불친절하다는 욕 먹을 각오로...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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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1-0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강백 희곡 전집 1권과 3권을 갖고 있어요. 말이 필요없는 작가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이것이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유치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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