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한국희곡명작선 103
김수미 지음 / 평민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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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타클라마칸>, 극작가 김수미는 무대를 다음과 같이 꾸며주길 원합니다.

˝길 위는 표지판 하나 없다.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길을 잃어버린, 막막한 그들의 상황이 설명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도시와 단절된 느낌을 주어 자연 속에 들어온 그들을 일상과 분리하기 위함이고, 자연을 실록을 배제한 사막과 가까운 모습을 원하는 건 그들 자신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자신과 가장 닮은 모습의 환경 속에 그들을 두기 위함이다.˝

무대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막막한 그들의 상황‘을 상징처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희곡 <타클라마칸>은 이러한 무대의 배경을 상상하면서 희곡을 읽어나가야만 합니다. 이유는 작품 후반부를 강타하는 반전때문입니다. 이 반전은 작품 속 ‘그들‘ 이야기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너머로 작품 건너편에 있는 독자(연극이라면 관객), 즉 ‘나‘로 향하는 눈을 뜨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사내와 홍숙영, 둘은 60대의 부부입니다. 사내에게는 차현배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는 해리 장애로 기억을 잃어버렸고, 자신의 이름도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아내 홍숙영은 남편의 기억과 이름을 되찾고자 함께 남편의 오랜 친구를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도중에 차가 고장을 일으켜 휑한 벌판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극작가가 원하는 무대의 모습, 그러한 배경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잃어버린 사내의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홍숙영의 사랑을 표현하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작품에는 반전이 있고, 그 때문에 결국 누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또는 애써 외면하려는 아픈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럼으로써 희곡 <타클라마칸>은 정작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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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김수미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취향에 맞는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화해 또는 포용이 아닌 새로운 갈등, 또다시 시작되는 위기를 향한 반전이 보여주는 작품 스타일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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