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저자 / 창비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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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에공감한다는착각
#이길보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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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뒷표지
우리의 공감은 훼손되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느낄 때
당신은 가장 무지한 상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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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젊은작가상, 한국장애인인권상 수상 작가
이길보라가 그리는 공감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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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단에 참여하면서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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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은 제목부터 묵직한 무게감을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뜨게 만든다. 보통 이러한 제목의 책들은 은근히 독자를 가르쳐 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선입견적 의심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 이길보라는 다르다. 결코 가르쳐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작가는 본인이 장애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장애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살아왔다. 즉 이길보라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다. 코다는 농인(수화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 청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의 자녀를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청인(음성언어를 중심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부모가 농인이기에 살아오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장애를 상대적으로 겪은 셈이다.

그래서 ˝장애의 역사가 곧 나의 역사다˝라고 스스를 평가한다. 그리고 이것은 1부 첫 장의 소제목으로 이 책의 출발지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일반적으로 장애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제약을 의미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문화적, 계층적, 정치적, 세대적 심지어 역사적 장애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작가에게 있어 장애란 ‘소외‘ 또는 ‘결여‘라는 개념으로 풀이되는 듯하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을 비롯하여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히며 살아가는 민족집단 또는 그 거주지), 미등록 이주아동(흔히 불법체류자의 자녀), 성소수자, 여성, 영 케어러(가족돌봄청년) 등이 작가가 바라보는 장애의 확장 바로 그것이다.

장애를 소외 또는 결여로 보는 것은 나열한 집단들의 공통점이 서로 다른 조건이라지만 결국에 불평등한 상황에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되어 그 존재와 정체성을 부정당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다름과 상실,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 이길보라는 오히려 미래지향적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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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전하는 작가의 말은 책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바람이 함께 제시된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부분이나 다음의 짧은 글을 통해서도 이 책을 읽어볼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 10~11쪽
다큐멘터리 영화와 르포•에세이 문학을 지도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익혀왔다. 좋은 작품들은 다름과 상실,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고통을 납작하게 바라보기보다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배웠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단순하고 납작한 착각을 넘어설 때 비로소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시각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게쁘게 소개한다. 나의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내는 논픽션의 세계를, 논픽션을 통해 바라본 세계의 이야기를, 그로 인해 넓어질 우리의 세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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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서 종국에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래서 작가가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보길 바라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 즉 연대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감한다는 것은 1차적인 반응이 아니다. 머리로 이해한다거나 또는 마음으로 헤아린다거나 하는 단발적인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단발적인 행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노력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연대하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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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은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것이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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