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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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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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명징한 답을 내릴 사람이 과연 이 지구상에 존재할까? 정의란 개념 자체가 지극히 추상적이라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정의를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 사전은 정의한다. 하지만 이 말마저 추상적이라 ‘그래, 바로 그거!‘라 할만한 명쾌함이 없다.

1971년에 발표되어 당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후로도 정의를 논할 때마다 여지없이 교과서적 기준이 되고 있는 그 유명한 존 롤스의 <정의론>조차도 21세기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는 이론이라 치부되고 있다.

그 선상에 마이클 샌델이 존재한다. 샌델은 바로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인물이며, 21세기를 대표하는 정의론 설파자이다. 그러나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발표하여 21세기형 정의를 논하지만, 결국 정의에 대한 확고한 답은 내리지 못한다.

이렇든 저렇든 무지의 발로라 할지라도 이쯤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절대적 정의란 존재할 수 없다.˝일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정의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절대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상대적 정의에 대한 혼란에서 그 중심을 잘 잡아야 할 테니 말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티빙의 <돼지의 왕>과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를 생각해보면 상대적 정의에 대한 고민의 필요가 생생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학교폭력 피해자다. 그리고 주인공이 성인이 된 후 과거 학폭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복수라는 그 자체는 불의의 개념이지만 주인공들의 과거와 그들의 고통스런 삶을 조명하게 되면 그 복수가 과연 불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이 두 드라마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아버지는 말했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고.

학폭에 시달려 지옥보다 더 고통스런 삶을 버티고 견뎌야만 했던 피해자의 입장을 보듬어보면, 오죽하면 그래야만 할까 싶다. 더군다나 가해자들이 과거에 대한 일만의 반성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떳떳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하느님은 존재하기나 하는지 울화가 치밀지 않을까...

어찌보면 이러한 복수라는 개념도 주인공들에게는 나름의 상대적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죄를 지었으니 죗값은 치르게 하는 것이 정의일 테니 말이다.


......


✏️ 정작 윤재성 작가의 <검사의 죄>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서론이 참 길기도 하다.

<검사의 죄>는 바로 이 상대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요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의 뒷표지에는 독자가 이 책을 읽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한다.


📖 책 뒷표지
당신이 검사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검사의 죄

검사라서 지을 수밖에 없는 ‘원죄‘
힘 있는 자에 관대하고 약한 자를 엄벌하는 죄
법집행의 수단으로써 불법과 위법을 저지르는 죄
대의를 위한 ‘내부고발자‘를 경원시하는 죄
정권에 따라 척결의 대상을 달리하는 죄

여기, 그 죄를 딛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한 평검사가 있다.

평검사 권순조. ‘법전과 합법‘만으로는 세상의 ‘거대 악‘을 단죄할수 없다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 어릴 적, ‘보육원‘에 불을 지르고 12명의 원생을 살해한 원죄에 묶인 심신불안증 환자. 그가 탈법과 위법의 경계를 위태하게 넘나들며 정계와 재계, 언론이 결탁한 공고한 카르텔 속으로 뛰어든다.


✏️ 극히 핵심적 요약이지만, 이 책은 이러한 제시로 말미암아 독자들로 하여금 바로 소설 속으로 뛰어들 열정을 심어준다. 그리고 읽어보면 바로 알게 되겠지만, 숨 막히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책에서 눈을 뗄 여지조차 찾기 힘들어진다.


📖 231쪽
타협 없는 정의는 나약했고, 나약한 정의란 불의와 같았다.
‘내 한 몸을 바쳐서라도 검찰을 바로 세우려 했다.‘
할 수만 있었다면 흔쾌히 목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약자의 목숨과 빈자의 목숨. 서울에서 밀려난 일개 평검사의 목숨은 평등하게 하찮았다.


✏️ 모순에 찬 이 부분은 독자들이 고민해야 할 상대적 정의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한다.


📖 책 뒷표지
적법하나, 힘이 약한 ‘선택적 정의‘
위법하나, 강한 법집행의 ‘보편적 정의‘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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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같이 자유와 공정이 왜곡되고 정의와 상식이 혼란을 겪는 즈음에 ‘정의‘에 대한 절대적 가치와 상대적 의미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무엇보다 시대를 읽고 시대가 요구하는 고민의 지점을 통찰하며 대중들에게 그 고민을 함께 하자고 과감하게 덤벼든 윤재성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러한 작품을 출간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읽을 기회를 제공한 새움출판사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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