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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3세대에 걸친 역사의 이야기. 그래서 무작정 황석영 선생님의 《철도원 삼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던 역작.
《유다》에서도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기는 한다. 하지만 《유다》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이야기이며, 그 배경으로 종교적인 이야기가 강한 바탕을 이루는 또다른 결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결을 가지는 면이 있어 이스라엘의 건국과정에 대한 역사만큼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뜬금없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유다》는 유대교에 대한, 그리고 유다라는 인물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다 준 유익한 책이라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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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라는 작품에 대한 요약정리는 옮긴이(최창모)의 소개글이 아주 명확하여 그의 글 일부를 올린다.
📖 옮긴이의 말, 509~510쪽
이 이야기에는 두 개의 줄기가 이중나선구조로 맞물려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 역사에 드러난 예수에 대한 유대인의 시선과 가룟 유다의 배신이요, 다른 하나는 현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숨겨진 다비드 벤구리온에 대한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의 배신이다. 2,000년의 시차를 둔 두 인물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에는 나이도 다르고 성性도 다르고 삶의 경험도 다르고 이념도 다른, 3세대에 걸친 세 명의 등장인물, 즉 슈무엘 아쉬, 게르숌 발드 그리고 아탈리야 아브라바넬이 자리한다. 실의에 빠진 감수성 풍부한 스물다섯 살의 청년 아쉬와 결혼 생활 1년 반 만에 과부가 된 베일에 싸인 냉담한 마흔다섯 살의 아탈리야 사이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욕망‘은 소설 전체의 흐름을 전혀 제루하지 않게 해 주지만, 사실 ‘배신‘이라는 묵직한 주제는 젊은 슈무엘과 일흔 살의 늙은 장애인 발드의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긴장감 넘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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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책에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배신‘이라는 단어에 담긴 역사적, 종교적 함의이자 그 말이 품은 진정한 의미의 해석이다. 배신에 대한 해석은 슈무엘의 개인적 신념으로, 더불어 슈무엘과 발드의 대화에서도 끊임없이 재기되는 토론의 주제로 끊임없이 재기된다. 그리고 이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해석의 다양한 여지가 존재한다. 이는 독자의 몫이자 의무로 치환되는데,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자 개인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이유이다.
‘가룟 유다‘는 과연 배신자일까? 일반적으로 유다는 예수를 로마에 팔아넘긴 자, 그래서 배신자이자 배반자로 낙인 찍힌 자이며, 심지어는 마귀가 발현된 인물로 성경은 강력하게 주장하고 세상사람들은 그렇게 굳건히 믿고 있다. 하지만, 아모스 오즈의 해석은 (유다에 관한 일반적인 해석과 다를 바 없이 나 개인적으로도 좁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성경에서의 해석이 밝히는 선을 넘었고, 특히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까지 취급될 만한 여지가 크겠다는 판단이 앞서) 위험(?)하기 그지 없다. 아모스 오즈는 지금껏 그 누구도 집중 조명하지 못한, 또는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알면서도 방관했을 법직한 유다에 대한 역사적, 종교적 은폐를 거침없이 까발리며 고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유다》는 유다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책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유다의 행위가 옳다거나 그르다 하는 가치판단적인 문제라거나 유다가 과연 배신자이냐 아니냐 하는 팩트체크를 위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유다의 행위 그 자체가 과연 배신이냐 아니냐 하는 보다 지극히 본원적인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아모스 오즈는 진득하게 파헤치고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선입견이나 일방적으로 주입된 인식에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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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에 대한 해석 외에도 《유다》에서는 이스라엘 건국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이목을 끈다. 뿐만 아니라 실의에 빠진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사랑 이야기도 무척 매력적이다. 더불어 슈무엘과 발드의 치열한 토론마저도 긴장감이 넘친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옮긴이의 말‘의 일부에서 이 부분들이 모두 언급된 것이라 반복되는 쓸데없는 말이 될 뿐이지만, 《유다》는 그만큼 허투루 읽으려해도 그럴 수가 없는 수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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