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원 한국희곡명작선 73
차근호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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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사랑의 기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별 다섯를 온전하게 준다해도 모자랄 작품이다. 희곡이라는 글쓰기가 여느 글쓰기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뿐이 아니더라도 희곡으로 쓰여지는 모든 작품들은 글쓰기 행위 자체만으로 별 다섯개를 받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희곡은 상연(공연화)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선택적으로 읽히게 되어 있다. 그 선택은 공연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즉 기획자, 연출가 등 제작을 책임지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뜻이다. 더러 연극을 전공하거나 연극 분야에 발을 디디려는 학생들에 의해 선택되어 읽히거나, 일부 일반인들에게도 읽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셰익스피어나 안톤 체호프 등과 같은 일부 세계적인 작가의 희곡들에 국한되어 있을 뿐 모든 극작가들에게 그 선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런 만큼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며,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돈이 안 되는 가난을 전제로 하는 글쓰기인 셈이다.

희곡이라는 글쓰기가 이미 공연화의 사전약속이 이뤄진 채 진행되는 경우도 긴혹 있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작가의 순수한 창작 욕구에 기인한다.

가난한 글쓰기이자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글쓰기이자 진정 작가의 소명감이나 순수한 창작욕구에 기댄 글쓰기인 만큼 희곡이라는 글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럴진대 어찌 희곡이 별 다섯개만으로 충분하다랄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왜 별 3개인가?

이는 다분히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꼴에 연극을 좀 안다는 오만함과 아마추어이지만 현재진행형으로 연극을 하고 있다는 불손함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사랑의 기원》은 상징적인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는 희곡이다. 문학적으로 진부한 주제라는 점에서 나름으로 별 3개를 주게 되었지만, 연극적으로는 폭넓게 열려있는 작품이라 별 3개는 너무 야박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추천할 만하냐는 점에서 별 3개를 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무대와 조명의 시공간화와 배우의 소리와 몸짓의 시청각화가 하나의 언어로 조합될 때 발휘될 연극적 기호가 기대되는 작품이지만, 다분히 희곡읽기라는 행위적 관점에서는 연극적 상상력이 없이는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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