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 -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유쾌하게 사는 법
황위링 지음, 이지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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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5개 만점에 6개쯤은 줘야하지 싶은데

책제목만은 다소 가볍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다소 위험하다.

나를 위하며 살라는 말은 이 시대의 화두이지만

그걸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이 말이 본인 입맛에 맞게 각색돼

그냥 고지곧대로 응용된다면 어느 선에선 감당불가.


누군가에겐 자기 방어를 위한 핑계거리가,

누군가에겐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찰나의 시간이 기다릴 수도 있는 갈림길 앞의 표지판.

각자 스스로가 꽂혀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상황해석에 따라 활용될 때,

반격의 무기처럼 아님 역으로 자성의 계기로 작용될 지 모를

간단한 듯 미묘한 '비위맞추기는 끝'이란 

그 말이 가진 폭발력 있는 뉘앙스.


책이 가진 좋은 구성을 보고 있자면 놀랍다.

책한권으로 구성될 주제들 5가지가 한권 안에 다 묶여있는데

이 5가지는 다시 연결된 다른 5가지가 짝으로 묶인다.

2개씩 쌍을 이루고 있기에 심리적 이슈는 결국 10가지가 되었고

그 10가지가 모두는 많다고 할 수 없을 300페이지 안에 들어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에선 수치심 하나만을 거의 400페이지에 담았고

샐리그먼의 책 같은 경우도 무기력 하나를 책으로 써냈다.

불안은 또 어떠한가?

이 주제 만으로 책하나를 채우고 남는 

수많은 책들이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방대할 수 있는 주제들,

서로 각각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을,

서로 연결하고 묶어 하나의 책으로 설명해 냈는데

그럼에도 어떤 두껍고 저명한 책보다 속깊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다루는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불안과 공포, 수치심과 억울함, 분노와 죄책감, 슬픔과 무력함, 고독과 공허함.

책에서 표가 아닌 서술로써 풀어가기에

이해를 돕고 정리가 쉽게,

다룬 이 2개씩의 짝, 10개의 단어들을 

이해했던 구조대로 재배치 해보겠다.


[표면적] [심층적]

불안 공포

수치심 억울함

분노 죄책감

슬픔 무력함

고독 공허함


이 10개의 단어들을 짝을 지어 나열할 땐

그 순서도 중요함은 아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늘 불안에 시달리는 삶은 미래를 사는 것으로

오로지 앞날의 걱정을 현재의 임무처럼 살아내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직시하길 거부하는 가짜 불안이 원인일 수 있으며

나약하고 무능한 자신이 가진 힘의 불균형이 

그 기저로 작용하고 있는 공포로써 작용됐음을 의미한다.


존중과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지만 돌아온 수치심은

불공평한 관계에서 시작된 억울함이 가져왔을 감정이다.

이는 어긋난 희망이 만들어 낸 고통이며 과정이다.


나도 이렇게 노력했는데 너도 할만큼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보상받지 못함으로 생긴 분노는,

동전의 양면같은 죄책감이 그 밑면을 떠 받친다.

비위를 맞추면서 축적된 분노가

적대감으로 이어지며 각각 차례대로 등장할 수 있는데,

결국 이는 죄책감을 스스로 느끼기 전에 

자신을 방어하려 몰두하다 생긴 감정이다.

그러나 무의식 중엔, 자신이 

상대방을 공격했다는 죄책감을 생성하게 만든다.


잃어버린 사랑을 속으로 애원하는 듯이 살아낸 삶은

내적으로 슬픔이 고조된 길을 걸어왔다.

슬픔의 억누름을 반복하다 결국 

마음엔 무기력이란 굳은 살이 박힌다. 

노력으로 찾으려 해보았으나 결국 실패한 상실감의 반로로써.


가짜 온기라도 얻기 위해 발휘하던 희생은 고독을 낳는다.

아이였다면 이 때 느낀 고독은

이해 안 될 나이에 일찍 든 철이 드는 것으로 발현된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며 성장해 간 아이는 

정상적인 정서발달 시기에 그렇지 못함으로써

남은 알지 못할 심리적 장애를 부지불식간에 짊어지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갈 때,

자신을 위하기도 힘들고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키워가기도 힘든

양쪽 모두 버겁기만 한 어른이 되고 말 것이다.

고독 속 애정을 갈구하는 삶은,

순수함과 용맹이 사라진 아이를 만들고

무의미함과 절망 등 암울한 내적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시켜

때론 체면치레나 너스레 같은 유머로 포장된 성격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더 지독한 것은 최후의 카드로 선택해 버린 

잘못된 상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몰입해

이런 깊은 차원의 결핍은 외면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됐음을 인지하더라도

과도한 헌신을 자처해 상대가 의존해 오길 바라는 속마음이 크고,

그런 공허함의 밑바탕엔 결국 외로움이 있다.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적 다사다난함.

오랜 기간 응축돼 온 저마다의 문제점들은 

과연 치유는 될 수 있을까?


그건 자신을 인지하는 힘,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바램,

스스로를 피해자로 묶어 온 자기최면을 멈추는 것.


이런 논지들을 책은 해결책의 실마리로 본다.


모든 책은 기승전결을 논하는데

이 책에서 원인을 찾던 결과를 얻어 내던

읽는 사람의 상황에 맞춰 

각자 원했던 것을 얻어 본다면 좋겠다.


매우 잘 씌여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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