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 잘 살고 싶다면 - 자기수용에 관한 상담치료
김용태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한편의 드라마처럼 극화해 본 책 속 지혜의 사연은

이 책 내용으로 소개된 여러 사연들 중 

가장 자세했고 그래서 읽으면서 

단계마다의 상황들을 이해하기 

제일 쉬웠을 내용이라 기억된다.


한편의 시나리오를 읽듯 극화된 듯 

지혜라는 여자의 사연과 상담속 반응들이

쭉 시간순서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한권의 소설책을 읽어나가듯 읽어가면서

한 사람의 심리를 실제처럼 지켜볼 수 있었던 구조.


지혜.

대학졸업 전 혼전 임신으로 

돌연 바쁘게 전업주부의 삶으로 전환된 지혜.

어느 정도 아이가 크자 다시 한번 전공을 살려

디자인 작업을 해보는 등 그간 하고 싶었을

자신의 일을 찾아보고자 했으나 현실의 벽은 있었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게 난관에 부딪히게 된 그녀.

기껏 다 완성한 의뢰받은 작업이 무산되어 

납품할 곳이 없어진 상황에

그간 들인 개인적 노력이 인정받기도 어려워졌고

그 댓가를 요청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을 맞는다.

본인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힘들어진건 분명 그녀 자신.

왜일까? 

책은 그 이유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성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음은 

본인도 알고 독자도 느낀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 스스로 

그 끓어오르는 분노와 자괴감에 힘들어한다.

그 감정이 채 정리되기 전, 

학창시절 친했던 동창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 분노는 예상치못한 반응으로 폭발한다.


그래 난 못났다, 그러는 넌 잘났니.

남편 잘 만나 넌 그럴 수 있는거 알겠는데

니 본모습은 못났고 지금 얼굴은 성형인 주제에.

이런 류의 말들을 쏟아내며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은 이런 것이라 설명하며 맞서듯

다 얘기하고 몸부림친다.

 

이런 대응에 친구 본인 또한 

같이 맞대응하듯 지혜에게 화를 내고,

다른 한 친구는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녀의 화를 가라앉힌다.

정확히는 지혜 스스로 각자의 삶이 이해가 된 측면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대응의 부적절함과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그 말들에 대한 후회는

그녀를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게 한다.

그렇게 그녀의 불씨는 여전히 안에 살아있는 채.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모든 불운의 시작은 무능한 남편탓,

남동생과 자신을 차별했다 느끼고 있는

과거 속 엄마의 모습도 모든 탓들 속에 들어있다.


상담가는 그녀와의 공감하는 과정을 어느정도 진행한 후

조금씩 다르게 계속적으로 

그녀에게 주변환경을 주지시켜 간다.


자신만이 그리 느끼며 쌓아 만든 스토리이며,

어떤 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는지를.


여기서 재밌는 점은, 교과서같은 상담가로써의 대응에 있지않고

실제 상담실에서 벌어질거라 보이는

실제 내담자들의 반응을 같이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힘든데 보태는 건가요?'

'도대체 뭘하자고 이러 식으로 유도하는 거에요?'

'다 아는 걸 굳이 이런식으로 뭘 얻자고 이래요?'


꼭 이 그대로의 문장들을 아니었지만

대부분 실제 본인들이 느꼈을 

상담실 안 현실대면을 유도하는 상황묘사엔

실제의 분노, 적대감, 무너지는 자신 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물론 가공도 됐겠지만 그것들은 현실속 문장들이었다.


그렇게 지혜는 스스로를 인정해 나간다.

고통을 주는 가치에 대한 재정립과

실제 가치도 있었을 기존 주변상황들에 대해.

어려운 과정을 지나 

어느 정도 지나치고 마주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 스스로 얽어맸던 불안의 근원에서 담대해져 간다.


이 책은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사연, 그리고 상담자의 대응.

그것을 스토리화 하여 한편의 모놀로그로 선보이고

거기에 조금 상담가적인 살을 붙여놓았다.

내가 알기로는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본인이 깨우친 걸 바탕으로 기존이론과는 

좀 다르게 자신만의 상담방식을 구축해

적용 중이라고 들었던거 같다.

책의 스토리 만으로는 기존의 상담방식과 

굉장히 달라졌다고 보여지는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독자로써 느껴지는 

저자의 그 새로운 기법이 지닌 정수는

내담자가 느끼는 새로움 같은거에 있지 않고,

찾은 이를 대하는 상담자 본인 스스로의 시각이

기존 배웠던 방식을 바탕으로 내면화를 거친 후

본인부터 달라진 무언가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은가란 생각과 시각을 느끼곤 했다.

말하고 있지 않은 무언가에서도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할 부분들도 많았고.


어찌보면 수도자요 어찌보면 종교인 같은

찰랑이지 않는 내면의 찻잔을 지닌

영성을 지닌 상담자 스스로가

애써 자신을 유지해 감과 동시에,

자신을 필요로 할 누군가에게도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균형의 저울을 유지한 채

본인 커리어 어디쯤을 찾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한.


남의 인생을 재미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배우며 흥미도 느낀다.

그 이야기들 속엔 그 본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 연결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공통의 소재들이 있으니까.


비슷한 진행의 심리서적들만 읽다가

이렇게 스토리를 가진 이야기를 접하니 

다른 몰입감이 있었다.

물론, 스토리들은 여러 심리서적들에서도 애용되는

설명과 사례에서도 보여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의 스토리는 좀더 조밀하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감 있고 

애써 낮은 수위의 감정폭을 유지하려 애쓰지도 않은듯 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사례나 설명이 짧아진다는 건 아쉬웠다.

대신 사례 속 내면적 접근은 비슷한 분량으로 진행됐다.


전작을 통해 알고 좋아했던 상담가인데

오랜만에 다시 신작으로 만나보니 

상담가 스스로도 변화된 뭔가가 느껴졌다.

의욕에서 원숙함으로 넘어온 상담가의 연륜도 느껴졌달까.

오랜만에 그의 새책을 만나 참 좋고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