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인간 - 타인도 나 자신도 위로할 줄 모르는 당신에게 EBS CLASS ⓔ
권수영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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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맛이 나는 책이다.

글인데 무슨 맛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어렵지 않게 쭉 잘 흘러가는 느낌의

책을 읽노라면 난 은은한 맛을 느낀다.

심리학자가 쓰긴 했지만,

심리학이란 단어를 빼고

그냥 에세이처럼 생각하고 읽더라도

이해가 안 될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편안한 흐름을 보이는 책이다.

읽다가 웃음이 난 스토리도 있었다.

저자는 첫아이를 외국에서 출산했는데

그때 와이프가 출산 끝날 때까지

자기 손을 놓지말고 꼭 잡아 달라고 했었단다.

한손은 남편인 자신의 손을

다른 손은 친정엄마의 손을 잡고

그렇게 출산진통은 시작됐고 아이를 잘 낳았다.

헌데, 저자는 그 시간이 죽을만큼 괴로웠다.

왜냐면, 반지 낀 손을 건내 준 덕에

부인은 계속 그 손을 힘주어 눌러댔기 때문에.

도중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 잠시 

반지를 빼고 손을 잡아주려 했을 땐,

부인이 그 손 놓지말라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그 아픈 손을 어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의 웃긴 결론은 그 다음인데,

출산도우미를 끝낸 자신에게 모르는 간호원이

허그를 해주며 감동의 메세지를 전하더란 것.

저자는 어리둥절 했겠지만 그 간호사가

그리 행동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기가 간호사를 하는 동안 당신처럼

산모의 고통을 같이 느껴주는 산파는 처음이었다고.

반지 낀 손가락이 너무 아파 사색이 됐을 그가 

간호사의 눈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훌륭한 사람으로 보였던 거. 

재미있지만 의미있는 이야기였다.

이 책엔 이런 에피소드 같은 스토리 뿐 아니라,

상담사로써 공부하던 경험도 자주 등장하고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지근 거리의 상담실무자로써 간접 경험해 본

사연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에세이 같아도 

모두 심리학과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책 말미쯤에 건설적인 이혼에 대한

외국에서의 경험도 인상적이었는데,

나도 이 이야기를 다 듣기 전까진

건설적이란 말은 싸우다 끝내는 이혼 같은 걸

막는 상담에서나 써야 맞는 단어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뜻을 알려주던 슈퍼바이저의 대화에서

그 명료한 이유에 수긍할 수 있었다.

이혼은 끝이 아니다. 아이라도 있다면 더욱 더.

이혼을 하고도 살아가야 하고

아이가 있다면 헤어진 부모 밑에서 커야하는데

성장하는 부모라야 그 아이에게도 그 부모에게도

좋은 영향력이 오갈수 있다는 식. 맞는 말이었다.

책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간의

치유적 관계에 촛점을 맞춘 글들이 많다.

단순 치유를 받거나 원하는 입장이 아닌

누구나 치유를 해 줄 수 있는 존재로써의 부각.

어쩌면 그 점을 저자는 가장 이야기 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잔잔한 글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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