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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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즈도 작은 판형이고

두께도 그리 두텁지 않은 책이다.

사람도 외형만이 전부가 아닌 때가 많듯이

다이제스트의 외형적 느낌을 지닌 이 책을 

편안하게 읽다가 몇번을 다시 되돌아 읽은지 모른다.

첫째 잘 이해가 안됐다.

어려운 용어도 어려운 문장들도 아니었는데 어려웠다.

그 느낌에 가장 유사한 느낌이라면

박상륭의 책이나 노자를 읽을 때와 비슷했다.

그러다, 우연히 맨 뒷장에 위치한 저자의 후문과

독백, 성찰, 끝으로 반복적으로 구성된

목차에는 설명되어있지 않은 그 구조를 

다시금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좀더 쉬운 독서가 됐다.

혹시나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은 

꼭 맨 뒷부분의 저자의 후문부터 읽기를 권한다.

이 책에도 서문은 있으나 일반독자들에겐 

오히려 후문이 더 서문의 역할을 할거 같다.

책을 읽으며 당연히 여러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저자의 폭넓은 커리어 중에 가장 핵심을 이루는 건 

정신분석 상담가란 약력이다.

그런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본인이 상담하고 본인이 고뇌한 부분들을 

뭉뚱그려 전체적인 사고를 필력에 녹아냈다.

처음엔 난해할 수 밖에 없다.

내 머리와 내 마음의 언어가 아닌

저자의 언어와 방향을 따라가며 그 호흡을 느껴야 하니까.

그러다, 일반적 언어로 설명을 해놓은 후문을 읽으면

앞선 혼란스러움들이 이해되고 풀리는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저자는 본인이 상담해 온 상당수의 사람들에게서

아련한 답답함과 포기를 닮은 이해를 가지게 된 듯 하다.

가르쳐 주려고, 보여주려 해도

쉽지 않은 자신의 틀들을 가진 상대방들.

그러나 그 다다를 수 없는 매칭점이

마치 묵상기도를 닮은 그의 글들에

고뇌와 같은 느낌을 담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정도는 시와도 많이 닮은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은유적인 느낌들, 바로 설명되는 것들이 아닌

날것 같은 감정 그대로들을 글에 실었다.

날것이라 함은 창작무용 같은 느낌이 아닌,

누군가가 분명 읽게 될 글을 썼지만

그 상대방이 고려되지 않은

일기장에 적는 듯한 자신과 마주한 글을 썼기 때문 같았다.

처음엔 어려웠던 부분들이

저자의 후문을 읽고 난 후엔 좀더 잘 읽히는 경험을 했다.

의도를 전달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읽는 독서와

아닌 독서의 확실한 차이도 느껴봤다.

누군가가 서평마저 난해해져 버린 이 책을

읽는게 좋겠느냐 패스하는 걸 추천하느냐 묻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냥 읽는게 아닌 완독으로써.

왜냐하면, 난해한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 보며

그 흐름을 느껴보는 건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했던 '더 셀'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과 매우 유사한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있었던거 같다.

이 영화도 책과 같이 한번 감상해볼 것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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