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도 창문 밑에서 자라던 월계수 관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는 더 이상 글을쓸 수 없었다. 자연의 초록색과 문학의 초록색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학은 본래 서로 적대적인 듯하다.
이 둘을 붙여 놓으면 서로를 산산이 찢어발긴다. 지금 올랜도의 눈에 들어온 초록색은 그의 운을 망쳐 놓고 운율을 쪼개 놓았다. 더욱이 자연은 그 나름의 술수를 부린다. 일단 창밖의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이나 하품하는 개, 지는태양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내가 석양을 얼마나 많이 볼 수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런 생각은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자세히 쓸 만한 가치도 없다) 펜을 내려놓고 망토를 걸친 뒤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게 되고, 그러다가 페인트를 칠한 궤에 발을 부딪힌다. 올랜도는 약간 재바르지못했으니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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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8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 다음 버지니아 울프 책으로 사놓은게 올랜도인데 먼저 시작하셨군요. 응원!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1-06-08 08:23   좋아요 1 | URL
예~
같이 읽어요~
 

다시 천천히 중간부분부터 읽었다.
별점을 하나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도입부분이 평이해서 아쉽긴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깊어지고
, 길에 대한 책들과 사람들 역사 이야기들이 좋다.

나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이 유명한 문구로 도대체 정말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늘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가능한 한 빨리 대화의 주제를 바꾸려고 애썼다. 강이 늘 새로운 것은 강을 통해 새로운 물이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너무 명명백백해 보인다. 그런데 그 말이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헤라클레이토스는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오솔길이 시작되는 지점 근처에 앉아 있을 때, 문득 헤라클레이토스가 그 문구를 통해 말하려고 하는 의미가 내게 새롭게다가왔다. 변하는 것은 강이 아니다. 그 강에 발을 담그는 사람이바뀌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고 있는 것은 강과 물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똑같은 장소를 두 번 방문할 수없는 것은 그곳에 가는 사람에 의해서 영향을 받아 그곳이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똑같은 존재일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구든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은 "누구든 같은 길을 두 번 걸을 수 없다"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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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샀다.^^

우울한 작가 세잔은 작품 제작을 은신처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증상과 분투했고 마침내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극심한 우울증이 세잔을 죽음으로 이끌지 않고 현대미술사의 위대한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조형적인 미적 표현이 어떻게 어두운 심리의 절망적 무게를 덜어낼 수있었는가. 결국 그는 어떻게 우울 증상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는가. 예술가는 일반인이든, 멜랑콜리 주체가 예술 창작으로인해 자신의 심리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일인가. 우리가 세잔을 다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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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내용은 없는듯!
평이하다.
많이 본듯한 내용이 많다

어떤 의미에서 야생동물 통행로, 역사탐방로, 문화유적길은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길과 정반대 쪽에 있다. 대개 도보여행길은오래된 옛길의 경로를 따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인간의 의도에 따라 계획되고 설계되고 개조된 길이다. 도보여행길의 배후에는 의도된 생각이 숨어 있다. 그것은 집단의 이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 한 개인 또는 다수의 결정에 의한 의도적 행동의 결과다. 도보여행길은 어디나 비슷한 형태를 띠며, 모든 사람이 잘 알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도보여행을떠나기 전에 미리 코스의 난이도나 이정표, 거리,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 같은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 P55

길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길은 자연적으로 생겨나고 분해되며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그것이 통과하는 바로 그 자연계의일부다. 길은 일시적이다. 그것의 용도와 존재는 상호의존적이다.
길은 누군가가 그 길을 다니기 때문에 거기에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길을 다닌다. 따라서 길이 그대로 남아 있으려면 누군가가 그 길을 걸어야 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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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05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6-05 18:54   좋아요 1 | URL
예~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시간 되시길~~~
 

형님의 말투에도 미간에도 초조함 비슷한 것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네. 형님은 돌연 발밑에 있는 조그만 돌멩이를 집어 들고4, 5미터나 되는 파도가 밀어닥치는 물가로 뛰어갔네. 그리고 그돌멩이를 바다 멀리 던졌네. 바다는 조용히 그 조그만 돌멩이를받았네. 형님은 보람 없는 노력에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처럼 두번 세 번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네. 형님은 해변으로 밀려든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모를 해조류 사이를 개의치 않고 뛰어다녔네.
그러고 나서 다시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왔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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