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도 창문 밑에서 자라던 월계수 관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는 더 이상 글을쓸 수 없었다. 자연의 초록색과 문학의 초록색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학은 본래 서로 적대적인 듯하다.
이 둘을 붙여 놓으면 서로를 산산이 찢어발긴다. 지금 올랜도의 눈에 들어온 초록색은 그의 운을 망쳐 놓고 운율을 쪼개 놓았다. 더욱이 자연은 그 나름의 술수를 부린다. 일단 창밖의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이나 하품하는 개, 지는태양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내가 석양을 얼마나 많이 볼 수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런 생각은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자세히 쓸 만한 가치도 없다) 펜을 내려놓고 망토를 걸친 뒤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게 되고, 그러다가 페인트를 칠한 궤에 발을 부딪힌다. 올랜도는 약간 재바르지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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