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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복궁 답사(踏査) 수업 시간에 비확정적인 우리 전통 문과 고정(확정)적인 서양 문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는 부분이 있었다.

마루나 방 앞에 설치하여 접어 열 수 있게 만든 큰 문을 분합문(分閤門)이라 하는데 이 문을 활용하면 거실을 넓게 쓸 수 있다.

자폐를 극복하고 자폐증 분야의 권위자가 된 동물학 박사 템플 그랜딘의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에 개념적, 추상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그림을 떠올려 생각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듯 모든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머리 속에서 그리는 저자가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추상적 개념을 문(門)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시각화해 깨우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지난 일기를 보니 각각의 문들이 자신이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말한다. 이제 시작점에 선 나에게 오늘 배운 문(門)은 꽤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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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사원(飮水思源)은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니 교훈이 되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기 쉽다.

하지만 반대어가 배은망덕으로 통용된다고 하니 무언가 이상하다.

근원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바람, 흙, 물, 햇빛, 영양분 등 수많은 인연(전 우주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지는 꽃의 섭리 같은 것을 생각했다.

즉 물 한 잔을 마셔도 숱한 인연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하지만 음수사원의 반대어로 배은망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목 마른 사람에게 물을 가져다 준 자신들의 은혜를 기억하라(잊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있다.

음수사원이 굴정지인(掘井之人) 즉 우물을 판 사람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쓰이니 말이다.

문제는 우물을 판 사람의 은혜를 강조하다보면 자연이라는 근원(에서 나오는 선물의 고마움)을 도외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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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중촌 & 남촌 시연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정동이 중촌(中村)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덕수궁, 배재학당, 구 러시아 공사관, 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 정동제일교회 등이 있는 정동은 역사적 명소이다.

이재영 님의 ‘조선 왕릉, 그 뒤안길을 걷는다’에서 정동과 관련한 중요한 사실(史實)을 알았다.

태조 이성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들 태종이 태조 사후 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정동(貞洞) 소재 정릉(貞陵)을 도성(都城) 안에 능이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로 지금의 성북구 정릉동(貞陵洞)으로 천릉(遷陵)하고 능을 묘로, 신덕왕후 강씨는 왕후에서 후궁으로 격하시켰다는 부분이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계비(繼妃)가 원비(元妃)의 장성한 아들들을 제치고 자신의 둘째 아들을 세자로 만든 악연 때문이다.

이현군의 ‘서울, 성 밖을 나서다’에는 선정릉(宣靖陵)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강남)에 왕릉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들어설 당시는 경기도 땅이었다가 서울에 편입되었다는 것이다.(206, 207 페이지)

그러면서 저자는 조선 시대 능은 도성 안에 들어설 수 없었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 선정릉이 있던 곳은 ‘도성 안이 아닌’(도성을 조금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서울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땅이었다.

오버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경국대전’에 왕릉은 도성에서 80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 세종의 영릉(英陵)과 사도세자의 융릉(隆陵)이다.(이재영 지음 ‘조선 왕릉, 그 뒤안길을 걷는다’ 64 페이지)

정릉(貞陵)이 있던 곳은 정동(貞洞)이고 현재 정릉이 있는 곳은 정릉동(貞陵洞)이니 재미 있다.
정릉동에서 능(陵)을 옮겼으니 정동이고 능이 들어선 동네는 정릉동(貞陵洞)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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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과 경복궁 자료를 위해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아서 직접 관련이 없는 건축 책들을 몇 권 빌려오고 말았다.

물론 궁궐 책도 건축과 관련이 있지만 빌려온 책들은 인문적 건축을 주제로 한 책들이기에 궁궐과 직접 관련이 있는 책들이 아니다.

건축 책들을 가끔 읽는 편인데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에 대한 관심도 건축 책들을 읽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리는 종묘 정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건축가로 지난 2012년 일반 관람객들이 없는 이른 시간에 자신과 일행들 몇몇만 종묘를 보게 해달라고 해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얻어냈던 분이다.

종묘 시나리오에 게리 이야기를 포함시킨 것은 병렬 구성의 관점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동욱 교수의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이나 임석재 교수의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등의 책들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서양 건축으로부터도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종묘 공부를 하면서 상징적 목적과 실용적 목적을 상호 배타적으로 보는 시각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중지(中池) 한 가운데에 향나무를 심은 것은 제례 공간이기에 상징적인 차원으로 잡귀를 쫓고 신을 부르는 나무를 심은 것이기도 하고 제례에 쓸 향을 확보하기 위해 실용적 목적으로 심은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전통 건축들을 분석하는 책에 당분간 빠져지내게 될 것이다.

서양 건축들을 보는 시각으로 우리의 건축들을 분석하고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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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제로든 온라인 접속으로든 창경궁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관람 후기가 올라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오늘 오랜만에 홈 페이지에 들어가 이런 관람 후기(522일 작성)를 보았다.

 

땡볕에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배려는 좋았지만 통로에 서서 설명을 해 죄송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후기 작성자에 의하면 해설사가 역사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설명할 때 단어가 입에서만 맴돌고 얼른 나오지 않는 데다가 ~ 한다더라, ~인 것 같다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 해설사는 숙종과 숙빈 최씨(영조의 어머니)의 사랑을 영조와 숙빈 최씨의 사랑으로 혼동했으니 의도하지 않게 패륜(悖倫)을 만든 셈이다.

 

너무 실망했다며 프라이드를 가지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배치하라고 한 그 후기 작성자는 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건가요?”란 말을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이란 41()부터 1029() 까지 매주 토, 일요일 1430분에서 16시까지 진행하는 역사와 함께 하는 창경궁 왕의 숲 이야기프로그램이다.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1)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배려는 좋았지만이란 구절은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매너는 좋았지만정도로 고쳐야 한다. 배려하는 배려란 말은 중언부언이다.

 

2) “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건가요?”란 말은 기본도 되지 않은 문장이다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건가요?”로 고쳐야 한다.

 

3) 후기 작성자가 지목한 해설사는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설사가 되기 전에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 해설사가 경험이 없어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려면 역사 상식은 해설사만 배우고 익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런 지식은 해설사와 무관하게 또는 해설사 이전에 기본적으로 학교나 개인 독서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다.

 

그 해설사는 해설사 경험이 없어서(또는 짧아서) 엉뚱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역사 시간을 허투루 보냈거나 학교를 마치고 기본적으로 역사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아 이상한 말을 한 것이다.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무료 프로그램인데 그렇게 실망스러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제 내가 들은 궁궐 해설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행히 그 창경궁 숲 해설가와 달리 기본적인 문제도 없었고 말도 매끄러웠다.

 

그런데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궁궐 해설은 아주 기본적인 레퍼토리 정도에 그친다. 기본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해설 내용을 미리 준비해 가서 들으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어제 내가 들은 궁궐 해설도 참여한 사람이 10여명인데 거의 나 혼자 답하고 물었다. 기본은 본인이 챙기고 그 이상을 묻거나 얻으려 하고 해설사이거나 해설사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해설 기법을 눈여겨 보면 좋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궁궐의 분위기를 즐기거나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어떻든 그 창경궁 숲 해설사처럼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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