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해설사 동기들 여덟 명과 함께 남양주 실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남양주에 사는 동기의 자원 해설을 듣고 점심 식사를 할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저녁 바람 부드럽게‘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겸 식당을 찾았습니다.
문화해설사들이지만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지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아 제가 설명을 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 제목이고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온 곡 제목이라고요.
낭만적인 작명 스토리를 가진 60대의 여사장님과 ‘저녁 바람 부드럽게‘를 시작점으로 삼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작곡가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을 주고받았는데 저는 바흐, 말러, 브람스, 슈만을 이야기했고 그 분은 베토벤과 막스 브루흐를 이야기했습니다.
약간 어수선한 식당 분위기 탓에 저는 부르흐를 부르크너로 알아 듣고 반가워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막스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좋아한다기보다 아는 곡이란 말이 맞을 것입니다.
저는 부르흐의 곡을 단 한 곡만 아는데 그 분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남양주의 수려한 경치, 실학박물관 앞이라는 천혜의 입지, 저녁 바람 부드럽게라는 낭만과 카페겸 식당까지...더구나 5월이었기에 더욱 멋지고 부럽고 그랬습니다.
이상은 페친 윤선님의 콜 니드라이 게시를 보며 생각해낸 바들입니다.
지난 수요일(8월 9일) 경복궁 수업 시간에 건축가인 선임(先任)께 제가 맡은 지난 6월의 종묘 해설을 이야기를 하며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몇해 전 삼성 리움 미술관의 특강 요청을 받고 입국했지만 사실은 종묘 정전(正殿)을 보러 왔다는 말을 한 것을 해설에 넣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런 에피소드들을 해설에 담으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즉석에서 한 동기에게 르 꼬르뷔지에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유명 건축가이지요. 그 동기는 모른다고 답했고 선임은 일반인들이 전공 밖의 전문가들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렌조 피아노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역시 건축가입니다.
모차르트의 ’저녁 바람 부드럽게‘도 마찬가지 경우일까요? 곡을 들었을 수는 있지만 곡 이름을 기억하고 작곡가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것인가요?
연주자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까지 가려 듣는 매니아들에 비하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닌데 관심 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매니아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세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