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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평점 :
몇 년 전 재미있게 보았던‘아이, 로봇’ 영화 정보를 보다가 원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제목과 같은 책을 주문해 받아 보았다. 표지 그림과 삽화를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것인데 영화를 참고하여 그린 것인지 영화 속 로봇과 닮아 있었다. 생각했던 장편소설이 아닌 여러 로봇이 짤막하게 등장하는 단편소설의 형식을 지니고 있는 소설 모음집이었다. 등장인물이 겹치므로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첫 이야기는 194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사람과 로봇 사이에 우정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아이의 보모 역할을 맡은 말 못 하는 로봇 로비와 딸의 과도하게 친한 관계를 떨어뜨려놓기 위한 엄마의 계략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로봇 사랑은 끊을 수 없다. 로봇과 인간의 사랑과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맨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술래잡기 로봇 스피디는 그 유명한 ‘로봇공학의 3원칙’이 처음으로 제대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로봇공학 3원칙은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돕는 첫 원칙을 비롯해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에 복종해야 하고, 1, 2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면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로봇 큐티는 자신을 만든 사람이 자신보다 하등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자신의 창조자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낸다. 부하를 거느린 로봇 데이브는 인간이 보지 않을 때 변하는 양자역학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로봇이다. 데이브는 부하들과 함께 채굴작업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관찰자가 없는 경우 일하지 않는다. 마음을 읽는 허비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거짓말로 장난을 쳐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서로 오해하게 한다. 자존심 때문에 사라진 로봇 네스터 10호를 읽으며 영화와 가장 유사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 읽어보니 영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고, 실제 영화 <아이, 로봇>이 스토리라인을 취하여 원작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고 나와 있었다. (377쪽) 대도시 시장이 된 스테판 바이어리는 사람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로봇이다. 평소에 먹지 않는 걸 수상히 여긴 사람들은 그가 로봇이라 주장하며 시장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는 재치 있게 난관을 극복한다. 피할 수 없는 갈등에서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하며 로봇 공학의 3원칙에 앞서는 사람을 인류로 바꾼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라는 ‘0 원칙’ 아이디어가 처음 나오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과학 소설가이자 저술가이다. 생전에 500여 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였으며 SF 소설뿐 아니라 교양과학이나 셰익스피어 해설서, 성서 해설서, 역사서 등 다방면에 걸쳐 책을 썼다고 한다. 15세에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18세가 되던 해에 처음 자신의 작품을 팔고 프로 작가로 데뷔했다. 대학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면서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여러 작품을 썼다고 한다. 로버트 A.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 문학의 삼대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책을 처음 읽으며 어렵지만은 않고 때로 유머러스한 내용에 그의 작가로서의 자질을 알 수 있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의 개념이 아닌 사람과 비슷하거나 보다 뛰어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고, 사람보다 뛰어나거나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해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는 각 로봇들이 로봇 공학 원칙을 잘 지키는 것으로 나온다. 사람을 해롭게 하지 않고 구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에서 그 원칙을 깨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로봇의 소유자의 마음에 따라 로봇 공학의 원칙을 지키게 할 수도 지키지 않고 살상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로봇의 발전에 무조건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이 책에도 정신이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는 스피디나 이해할 수 없는 슈퍼 컴퓨터, 그리고 마음을 읽되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허비와 같이 우리가 의도한 로봇이 아닌 돌발 행동을 하는 로봇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발전하는 로봇 시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로봇으로 인해 우리는 여러 면에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다른 행성에서 자원을 캐는 채굴 작업과 같이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이나 인간을 해치는 무기로 사용되는 로봇 군단이 생기는 것은 반대하고 싶다.
인간에게 복종해야만 하는 로봇, 로봇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 이들 사이에 서로 다툼 없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영화 속 장면들과 같이 지배욕 있는 로봇이 등장하거나 사람을 괴롭히는 로봇이 없기를 바란다. 로봇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인간미까지 닮진 않았으면 좋겠다.
* 목소리 리뷰
- https://www.podty.me/episode/16050625
- https://youtu.be/SvR7l-sr3R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