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전 유랑단 - 세계시민 감수성이 커지는 문학 탐험, 전쟁부터 환경까지 교양이 더 십대 9
박균호 지음 / 다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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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박균호 선생님이 신간을 보내주셨다. 이분의 책 쓰시는 속도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이번에는 청소년용 도서를 집필하셨다. 책을 기반으로 한 세상 보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문화, 전쟁, 종교, 노동자, 여성의 권리, 열대우림 보호, 빈부 격차, 감염병, 어린이 노동 착취, 입양아, 진로, 청소년 자살, 아동 학대, 소수자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우리 시대의 고민들이 14개의 주제로 담겨 있다.

 

한 주제당 책이 한두 권씩 소개되고 있는데 고전이 주로 많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도 있다. 돈키호테로 타 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저출산 문제로 요즘은 이민을 정책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무분별한 이민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적합한 절차를 거쳐 이민을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어느 나라든 막대한 피해를 준다. 특히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국의 욕심 때문에, 혹은 지도자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전쟁. 절대 해서는 안 되겠다. 이교도 식인종을 만난 기독교인의 이야기인 모비 딕에서는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포용하라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물론 모비딕의 주된 주제는 그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등장인물인 식인종과의 만남을 통해 종교적 편견을 버리는 이슈미얼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아직 일부 노동 환경이 열악하겠지만 과거 탄광 노동자의 삶은 정말 고달팠을 것 같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을 통해 고된 노동의 현실을 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여성 참정권이 함께 주어진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 나라들은 오랫동안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전쟁에서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은 활약을 하면서 여성은 전리품처럼 참정권을 획득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세계의 허파라 불리는 열대우림을 소개하면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예로 든 것이 의외였다. 아주 오래전 어렴풋이 읽은 기억이 난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개발과 보존은 항상 공존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나라와 상황에 따라 지도자들은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구에 시간여행을 다녀온 주인공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겠다. 감염병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작년엔가 페스트를 읽으며 과거의 흑사병과 오늘날의 코로나가 얼마나 비슷한 형태로 전파되는가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책과 함께 다니엘 디포의 페스트, 1665년 런던을 휩쓸다라는 책을 소개한다.

 

작년에 6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제를 다룬 적이 있는데 공정무역이 그중 하나였다. 초콜릿 농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았다. 지금은 조금 개선되었을까?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고아 수출국으로 불릴 정도로 입양아를 외국으로 많이 보냈다. 따스한 가정에서 잘 자란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와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은 자라며 정체성 위기를 거쳤다. 빨간 머리 앤의 저자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입양은 아니었지만 친척 집에서 눈칫밥을 먹은 경험이 글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진로를 강요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부모 말씀 잘 듣고 바라시는 바대로 진로를 택해 잘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 뒤늦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강요된 것은 무엇이든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부모는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으며 자신의 실연의 상실감을 치유했지만 어떤 젊은이는 그 책을 읽고 죽음을 택했다. 이들에게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부모, 따뜻한 사회가 있다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스크린 도어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임을 새삼 깨달았다.

 

아동 학대는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폭풍의 언덕이 소개된다. 책을 다시 제대로 읽어보아야겠다. 토마스 만은 소설이라는 소설 상, , 하로 만난 적이 있는 작가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그가 남긴 저작에 담긴 동성애 내용으로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소수자를 존중하는 의견도 중요하지만 아직 편견을 버리지 못한 이들의 생각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이 책에 실린 책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읽은 폭풍의 언덕, 인간의 굴레에서, 모비딕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중 읽은 책도 있지만 제목도 생소한 책들도 있다. 도서관에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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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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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세 번째 읽었다. 2017년에 두 번째 읽으며 몇 년 전에 읽었다고 썼으니 몇 년을 주기로 반복해 읽게 되나 보다. 이번에 이 책을 잡은 것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고서이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영화에서 나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책에는 있었고, 책에 자세히 그려지지 않은 전투 장면이 영화에 있었다.

이 책은 압송되어 고초를 당한 후 백의종군하는 부분으로부터 시작된다. 백성 돌보는 데는 지혜롭지만 정치적인 감각은 없었던 장군은 자신의 정치적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실제로 전투를 치른 날이 얼마나 될까? 나머지 날들은 군량미 없이 스스로 수많은 병사들을 먹일 걱정을 하고,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게 하고, 된장과 장아찌를 담그고, 물고기를 팔아 받은 쇠를 녹여 무기를 만들고, 전염병에 쓰러지는 병사들을 돌보는 나날을 보냈다. 적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있던 곳을 떠날 때 백성들은 짐을 싸 들고 수군의 배를 끝없이 뒤따른다. 수군이 없는 마을에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불안 때문이다. 이순신은 패한 적 없는 위대한 장군인 동시에 부하들과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잘 살게 하고자 하는 진정한 지도자였다.

대담하고 용기 있는 장군은 의외로 약한 부분도 많다. 꿈속에 계속 등장하는 막내아들 면,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인물이긴 하지만 한 조선의 여성에 대한 기억, 심지어 벌목하다 압사한 적의 포로에게조차 연민을 느낀다. 그들을 묻는 다른 포로들의 울음을 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적에 대한 연민이야말로 자신의 적임을 깨닫게 된다. 쌀이 없어 병사들의 끼니 걱정을 하던 장군은 어선들에게 통행세로 곡식을 받고, 소금을 만들고, 농사를 지어 군사를 먹이던 마지막 해(무술년)에 풍년을 맞지만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함대가 나갈 때 울고 돌아올 때우는, 늘 우는 백성들을 위해 그는 끝까지 싸울 계획을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며 철군을 명하자 왜군들은 배에 육군 병사들을 태우고 퇴각을 시도한다. 장군의 수군은 마지막 한 척까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을 각오로 노량 바다에 있었다.

적군의 배가 부서질 때 쏟아져 나오던 끌려간 조선의 격군들을 보며 장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장군이 화물에 비유한 퇴각하는 배에 올랐던 수천의 무장하지 않은 육군들은 불타는 적군의 배 위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적군의 면면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대승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적군의 뇌물을 받고 약속을 어긴 명의 육군 유정, 몸을 사리는 진린을 뒤로한 채 의연히 싸우다 최후를 맞은 장군은 자신의 자연사(전쟁 중 전사)에 안도하며 눈을 감는다.

이 책은 장군의 칼을 보고 큰 감명을 받은 작가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신문기자 생활을 오래 했던 저자에게 어떻게 이런 시적인 문장들이 숨어 있었을까? 오래전 작가의 휴가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난다. 일주일 동안 가방 가득 책을 싸들고 호텔에 가서 내내 읽으며 보내다 온다는 이야기. 이런 내 기억이 맞다면 작가의 문장은 아마도 그간 읽은 책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펜이 총을 이긴다는 등의 글 쓰는 이의 권위의식을 철저히 버리고 글 쓰는 삶을 밥벌이의 지겨움에 비유한 그의 겸손함이 오히려 작가를 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가 썼기에 이순신 장군의 삶이 더 고결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때때로 꺼내어 읽게 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 말할 수 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_0mJOdDLF3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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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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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번인가 빌렸다가 반납한 적이 있다. 희곡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문학 모임 도서라 다시 빌려왔다. 다른 책 읽느라 이 책을 너무 늦게 빌리는 바람에 만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과거 회상과 현재 이야기가 복잡하게 연결되어있긴 하지만 주로 대사인 이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대공황 이전 미국의 세일즈맨은 큰 인기를 누리던 직업이었다. 평생을 물건 파느라 차로 활발히 방방곡곡을 다녔을 윌리에게 이상한 징후가 생긴 건 그의 저조해진 실적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회사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퇴직을 앞둔 이들의 마음과도 닿아 있다.) 가족이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진행이 된 상태였다.


그에게는 아내 린다와 비프, 해피(해럴드)라는 두 아들이 있다. 어렸던 시절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노력했던 윌리는 아이들의 앞길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좌절한다. 돈을 벌겠다고 멀리 떠났던 버피가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사이는 이미 어긋날 대로 어긋나 있었다. 비프가 이렇게 된 데는 사실 윌리의 잘못도 있었다. 남편을 사랑하는 린다는 어떻게든 가족을 하나로 다시 묶을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의 가족이나 되살아난 망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윌리를 지켜보는 가족은 걱정이 크다.


이제 은퇴하고 쉴 나이가 되었지만 윌리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다 큰 아이들은 앞길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데다 여자를 좋아하는 막내 해피는 아직 철이 없다. 아버지의 허세를 물려받은 비프는 거짓말을 해 보지만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급기야 회사에서 잘린 윌리에게 새로운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평생을 돈 버는 기계처럼 일만 했던 윌리는 이제야 집 값을 다 갚았지만 여유는 없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점점 커져 갔다. 미국의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로 접근했던 나는 그 안에서 우리나라 가족들의 모습을 보았다.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거라는 암울한 예견이 있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어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부모라면 모두 알 것이다. 주변에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모님의 카드를 사용하는 자녀도 있고, 오랜 기간 구직을 바라며 머물고 있는 자녀도 있다. 부모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윌리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 주인공이 아니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KdRvNmpcm8s&t=1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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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당근녀의 인생 갱신기
김소정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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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콘서트 때 편집자님이 이 책을 주셨다. 내 책 보다 약 한 달 후에 나온 책이다. 내 책을 제작하시는 동안 이 책 수정 작업도 하셨지 싶다. 편집자님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이 책은 항공사에 다니다 50을 맞아 은퇴하시고 그 후 10년 동안 여러 직업과 여행에 도전하신 분이 쓴 이야기로 무척 흥미롭다. 편집자님이 관심 가진 이유를 알 것 같다. 글도 솔직하고 재미있게 잘 쓰신다. 이분 또한 원고를 얼마나 들여다보며 고치고 또 고치셨을까. 그럼에도 오타는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편집자님의 책이다 싶으니 정성껏 찾아 알려드리고 싶어 더 잘 보였는지 모르겠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은 새롭게 도전한 아르바이트와 역사문화 체험학습 전문 강사, 그리고 통역가이드 도전과 활동기, 2장은 인도 배낭여행을 비롯한 여행 이야기, 3장은 코로나 이후 갖게 된 희망일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와 당근마켓 판매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퇴사 후 한동안은 유유자적한 삶을 즐겼으나 일중독인 그녀는 곧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근처 대형 문고를 자신의 서재라고 말하는 그녀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배우는 데 소질이 있는 분이다. 인사동 노점상 아르바이트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새로운 직업은 역사문화 체험학습 전문 강사와 통역가이드로 이어진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그녀의 공부 이야기는 나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어학원에 등록하고 독서실에 다니며 받은 토익 점수에 놀랐다. 원래 항공사에 있었으니 영어를 잘하기도 했겠지만 늦은 나이에 한 공부가 쉽진 않았을 텐데 한국사든 영어든 시험을 쳤다 하면 합격하는 그녀의 실력에 놀랐다.


인도 여행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혼자 인도의 4분의 1이나 되는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과 교류한 저자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아직 인도 여행은 가보지 못하는 나에게 생소한 장소의 이름과 역사적인 내용들이 낯설기도 했다. 언젠가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다시 읽으며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고 싶다. 아픈 독일 청년을 위해 김 죽을 만들어주고 냉찜질을 해 가며 정성껏 간호한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그 인연으로 그녀는 초대받아 독일 여행도 하게 된다.

코로나는 여행가이드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직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희망일자리를 얻어 아이들 곁에 머물면서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던 그녀는 아동복지교사에 도전하여 영어선생님이 되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그녀는 다시 서점으로 달려갔다. 모든 일에 앞서 항상 책으로 연구하는 그녀의 자세는 정말 본받을만하다.


책의 제목 합정동 당근녀는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물건의 개수를 줄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며 물건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다가온 당근 앱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나 역시 당근을 이용하긴 하지만 신경이 많이 쓰일까 봐 물건을 팔지는 않았는데 부지런한 그녀는 필요 없는 귀한 물건들을 다른 이에게 싸게 팔며 지구 온도를 낮추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2의 인생을 알차게 살아온 저자는 이 책을 쓰며 그 시간들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녀의 소중한 경험은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와 자극을 줄 것이라 믿는다.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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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쓰는 책 만드는 - 영화 속 책의 장면들
이하영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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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리뷰는 사심이 가득한 내용일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존경하는 나의 편집자님이 쓰신 것이다. 카톡 선물하기로 보내주셨는데 처음에는 내 책을 한 권 보내주신 줄 알고 감사하다고만 했었다가 책이 도착하고는 이 예쁜 책을 누가 보낸 것일까 궁금해했었다. 한참을 읽다가 작가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나의 편집자님이 쓴 것이었다. 그제야 카톡 선물을 확인하니 바로 이 책이었다. 방송작가,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지금은 편집자에 출판사 대표님인 저자의 이 책은 편집자와 작가가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래 ‘기획회의’라는 출판전문잡지의 ‘영화 속의 편집자’ 코너에 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본 것은 미드나잇 인 파리와 베스트셀러, 행복어 사전, 미스 포터, 그리고 미저리이다. 열두 편 중 다섯 편을 보았으니 꽤 많이 본 셈이다. 아무래도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이 이해가 빨랐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을 하나씩 보고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중 ‘지니어스’를 바로 검색해서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좋았다. 탁월한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의 이야기를 보며 걸작은 이렇게 탄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보려고 사 둔 것은 ‘내 남자는 바람둥이’다. 아직 인트로 부분만 보았지만 연필로 수정 작업하는 장면이 벌써 재미있다.


  이번에 나의 첫 책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출간하면서 편집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몸소 깨달았다. 작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동안 격리되어 있으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쓴 건 그야말로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재미없고, 잘난 척만 하는 글이었는데 편집자님이 그 사실을 알려주셨다. 열심히 쓴 글을 버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가? 새롭게 방향을 잡아서 썼다. 일 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분량을 채우고, 이번 여름방학 내내 수정 작업을 했다. 고쳐도, 고쳐도 계속 고쳐야 할 부분이 보였다. 결국 편집자님이 인쇄를 맡기셨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 ‘실천과 사고의 지치지 않는 반복을 거듭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일단락을 지어 세상에 내놓고, 그다음은 세상에 물어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그러다 시간이 되면 그다음은 후대에 맡기고 떠나는 것’이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에게는 관심 밖의 인물일 ‘편집자’가 나에겐 너무 큰 존재가 되었다. 이 책에도 소개된 ‘베스트셀러’에 등장하는 작가 해리스 쇼가 자신에게 최고의 편집자였던 아내의 사망 이후 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동안 책은 작가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출판 작업을 하면서 책이라는 것이 작가만의 것이 아닌 편집자의 것, 출판사의 것, 삽화가의 것, 책 디자이너의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는 분의 책이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딸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 위 글은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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