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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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반 아이들과 책을 읽는데 한 아이가 이 책을 가지고 왔다그림이 그 아이를 닮아 귀여웠다서점에서 직접 골랐다고 했다그래서인지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았다책을 읽고 또 읽더니(그림과 여백이 많아 금세 다 읽는다친구 한 명에게 빌려주고는 다시 받아 또 읽고사물함에 두고는 했다수업 후 아이들 몇 명이 남아서 다음 주에 있을 우리끼리 작은 발표회 연습을 했는데 정신없는 와중에 이 책을 가져와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사실 그전부터 내용이 궁금했던 터라 고맙다고 얼른 받았다.

 

  그림이 굉장히 귀엽고 아기공룡 둘리를 연상케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아마도 서른 살 즈음의 프리랜서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스스로 출근 시간을 정해 업무를 시작하고, 간단한 아침과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듣는 여유를 즐긴다집에서 늘 일하는 그의 일상이 한편 부럽기도 했다집안일에 서툴어 세탁전문가를 이용해 빨래를 하고외로울 때는 친구들을 불러 놀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은 것 같다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이 보인다책 제목처럼 조그마하지만 소중한 존재라는 것잘 하는 것은 없지만 잘 못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한편으로 자신도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는 위대한 우주와 연결됨을 느낀다.

 

  밤이면 기타를 튕기며 금붕어처럼 노래를 부르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지만 마감을 앞두고는 친구의 연락에 답할 새도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떠올리고공기 같은 친구의 존재에 감사하고백조를 꿈꾸는 오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그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여행이며그 여정 동안 동료를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재미있는 구경을 하기도고난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에 공감하였다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택시 운전사가 건넨 껌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작고 소중한 일상을 보며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출처: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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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인테리어 노하우북 자기만의 방
최고요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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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표지에 최소한의 선을 이용한 그림그리고 작은 제목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제목입니다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나에게 하는 질문 같았습니다나는 작년에 잠깐 전원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들썩이다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늘 마당이 있는 집을 꿈꿉니다. TV에 가끔 나오는 제주의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원주택은 정말 침을 흘리게 합니다.

 

  8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요즘 들어 이사 안 가고 오래 산 건 이 집이 처음입니다)는 편리함으로는 최고이지만 늘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을 갖고 삽니다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전원에 가면 편리하게 살던 아파트가 그립고아파트 사람들은 전원을 꿈꾸기도 하고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언제든 있기 마련입니다저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월세이든 전세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집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렸을 때 예쁜 집에서 살았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독립하면서부터 옥탑방 월세주택 월세를 옮겨 다니는 동안 자기 집이 아닌데도 예쁘게 바꾸어 가며 살았습니다바닥 장판을 들어내곤 페인트칠을 하고, 타일을 잘라 붙이고, 방문에 페인트칠을 하고욕조까지 페인트칠 하며 여러 실험들을 합니다그 모든 시간들은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지금은 공간디렉터로 공간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꾸민 카페들이 정말 독특하고 예쁩니다. 붙박이장을 직접 디자인한 경험이 있고가구 옮기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 속 사진들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마법입니다네 칸짜리 공간박스 두 개를 씽크대 상판으로 사용했다는 건 정말 놀랍습니다그동안 읽은 버리는 일에 관한 책들에 비해 이 책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중한 물건들의 컬렉션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물건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는 것입니다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물건들은 없애는 것이 좋다는 뜻도 있습니다홍보용 물품들은 다른 이에게 기증하거나 버리기도 하고, 주워 온 물건이라도 잘 가꾸어 알차게 사용하면 명품 부럽지 않습니다.

 

  이 책을 빌려와서인지 모르지만 명절 연휴 동안 집 대청소를 했습니다. 베이킹 소다로 씽크대를 박박 닦은 일부터 시작해 욕실로, 바닥 청소로, 가구 이동으로 옮아갔습니다. 조금만 손 대어도 새로운 기분이 듭니다. 우리 집 역시 비싼 물건이 없습니다책상 대부분은 중고 물품이거나 사서 조립하였고소파도 가죽이긴 하지만 저렴하고책장은 아이들이 쓰던 키 작은 원목 책꽂이와 공간박스를 이용했습니다식탁은 상판이 긁힌 자국마저도 멋진 원목이고액자들은 대부분 받은 것이고 그나마도 수가 적습니다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읽은 다음부터는 거의 물건을 들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릇도 모두 오래 된 것이거나 중고입니다그런데 물건이 적어서 불편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경 쓸 곳 없어 마음이 편합니다대신 지금 보니 가구들 대부분이 흰색원목그리고 검정으로 통일이 되어 있습니다마음속에 로망하던 인테리어 스타일이었나 봅니다저자의 말처럼 어떤 물건을 배치할 때 색감을 잘 따져보는 일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창가에서도등이 뜨끈한 흔들의자에서도침대에서도식탁에서도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어 좋습니다집이 내가 좋아하는 곳이 되도록 가꾸는 일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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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하실래요 - 출간을 망설이는 예비 작가를 위한 책쓰기 에세이
복일경 지음 / 밥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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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출간하신 블로그 이웃으로부터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분홍 빛깔의 제목도 예쁜 브런치 하실래요입니다먹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얼마 전 작가로 등록하고 글을 쓰고 있던 저에게 브런치는 글쓰기책쓰기’ 책으로 바로 다가왔습니다.

 

  작가님은 미국에서 13년 동안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글을 써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었고이 책은 두 번째 저서입니다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출간을 생각하는 분들이 접하기에 생생한 서바이벌 출간기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 했지만 글이 참 재미있고 정선되어 있습니다지금은 글쓰기 강사와 강연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닌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열정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글쓰기 역사는 그리 짧지만은 않습니다원래 공모전이나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여 여러 번 수상하였고부상으로 문화상품권을 많이 받아 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엄마가 글을 쓰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시간으로 비취었다고 하니나의 취미적 독서와 글쓰기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브런치와 팟티에 글과 녹음파일을 올리면서 늘 누가 들을까누가 볼까하고 생각했었는데 블로그처럼 조금씩 독자가 생기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본문 중 이 부분을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92쪽의 내용입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도 그 비결을 알지 못했던 가수 싸이처럼 김영하 작가도 어떤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예견하지 못했다그런 불확실함 속에서도 그 두 명은 계속 음반을 내고 소설집을 펴냈다마치 여러 개의 낚싯대를 드리우듯 끊임없이 노래하고 글을 쓴 것이다노래 한 곡 불러서 유명한 가수가 될 수 없듯이 한 권의 책으로 유명해진 작가는 없다만약 명란 파스타보다 가치 있는 책을 내고 싶다면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한 때 미국 생활에 관한 글을 연재하는 동안 산책을 하며 영감을 받았다는 부분도 도전이 되었습니다. 93쪽입니다. “연재를 쓰는 동안 가장 많은 글감과 영감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산책이었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집을 나섰다하지만 산책은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고 심신을 정화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산책을 나서기 전나는 연재의 주제만을 머릿속에 담고 출발했다그리고 거리를 걸으며 주제와 관련된 기사나 에피소드 등을 이리저리 생각했다그렇게 서두를 완성하고 글의 방향과 마무리를 지은 다음에야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그렇게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산책 덕분에 두어 번을 빼고 매주 목요일마다 브런치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비록 연재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책에 수필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나오는 부분을 읽으며 막연히 수필과 에세이를 동일 시 했던 것에 대한 오류를 알게 되었습니다. 61쪽부터 63쪽에 나오는 부분을 요약해 봅니다수필은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산문을 말한다고 합니다글의 태도에 따라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며 경수필은 미셀러니라 불리기도 합니다개인적인 몽테뉴적 수필입니다중수필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에세이입니다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체계적 논리구조와 객관적 관찰을 바탕으로 쓰이는 수필이며 문장이 깊이 있고 무거운 베이컨적 수필이라 불린다고 합니다우리가 흔히 읽는 에세이는 결국 미셀러니라는 것입니다수필은 무형식이며 자기 고백적이고 관조적이며 사색적입니다비전문적이며 유머나 위트가 있고심미적이거나 철학적일 수 있습니다수필은 간결하고 소박하며 평이한 문장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고 미문이나 감정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예전에 비해 책을 쓰고 출판하는 일에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콘텐츠를 생산하는 블로그나 팟캐스트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이 있고 전문적인 글쓰기를 위한 브런치어라운드퍼블리그리고 주문제작하여 출판하는 e퍼플부크크북랩의 특징과 차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두 번째인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찾아본 출판사들에 대한 자료와 본인의 출판 및 홍보 경험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오늘날에는 작가가 되는 것이 방에 앉아 책만 쓰는 것이 다가 아님을 실감했습니다홍보를 위해 작가 자신이 얼마나 부지런히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겪어낸 저자가 무척 부럽습니다.

 

  이렇게나 쉽지 않은 출간왜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요얼마 전 다시 읽은 장석주님의 책 속 글이 떠오릅니다. “책을 몇 권 더 쓴다고 인생이 달라지겠는가마는 아직은 써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아직은 쓰고 싶은 것과 써야 할 것들이 있나 봅니다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 위 글은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326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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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문장들 쓰는 존재 4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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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리움이 많아진다어렸을 적 장난꾸러기였던 탈 쓰고 집에 들어온 목마른 나에게 바가지로 탈의 입 사이로 물을 넣어주며 웃으시던 외할머니가 그립고공부하는 척하며 뽀시락 장난을 치던 나의 학창 시절이 그립다나를 처음으로 좋아해 주었던 한 어린 남학생이 그립고심지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다 큰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도 그립다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움을 모으는 일이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이른 시대에 태어나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던 저자는 사표를 써서 품고 다니다 어느 날 자기 회사를 차린다배는 부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는 자유는 있지 않을까출판사 사장님의 책을 보내주신다는 한 사원의 이메일을 보고 '문장'이라는 말에 꽂혀 흔쾌히 감사하다는 답문을 보냈다책이 도착했을 때 조금은 독특한 표지가 새로웠다보통은 그림이나 예쁜 글씨로 된 표지의 책이 많은데 얼굴이 비칠 정도로 매끈매끈한 재질의 초록색 이파리와 대조를 이루는 빨간 우체통이라니 그리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짧은 본문을 보니 사원이 말한 페이스북에서 인기 있는 작가라는 말이 떠올랐다아마도 온라인으로 썼던 글들을 모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인지 읽기는 좋았다하나의 주제에 대해 짧게 생각해볼 수 있는 스타일은 오늘날 독자들에게 맞을지 모른다그림 하나 없는 담백한 책 구성이지만 오자나 탈자를 찾기 힘든 출판사 사장님다운 책이기도 하다.

 

  사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각 꼭지마다 어투가 조금씩 다르거나 형식이 달라 지루하지 않았다어느 때는 편지처럼 친근하고어느 때는 중수필처럼 무거운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어머니나 가족에 대한 애틋함(전라도 말투의 어머니 말 인용 부분이 정말 정겨웠다)과 젊은 시절 두근거리던 기억들군대 시절 이야기도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새로웠다. (이상하게 나는 남의 군대 이야기가 재미있다이야기들 중 순수의 시대라는 글이 너무 재미있어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책 읽는 한 여성에게 어깨를 내어 주리라 했지만 너무 무거웠던 기억앞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졸음이 쏟아져도 절대 머리를 옆으로 돌리면 안 되겠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접하고 시를 쓰는 등 문학도의 자질을 익히지만 문예창작과나 국문학과에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시를 쓰는 이미 시인인 사람이었다이런 사람이 평범하게 회사원으로 평생을 보내는 건 형벌이 아니었을까그는 고이 모시고 다니던 사표를 언젠가 사용했고지금은 그가 좋아하는 책과 더불어 밥을 먹는 사람이 되었다글을 쓰는 건 누가 말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글쓰기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 되는 일이라는 말을 여러 작가가 했듯 그는 어쩌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들도록 선택받은 것인지 모른다그저 읽고 끄적이길 좋아하는 나도 부끄럽지만 선택되었기를 희망하고 소망해 본다.

 

  책 속에 드물게 읽기를 권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중 강력한 것이 이반 일리치다이름만 익숙한 이 작가는 <학교 없는 사회>, <성장을 멈춰라>, <병원이 병을 만든다>라는 책들을 썼다고 한다아무 생각 없이 돈과 성장만이 최고라고 믿는 요즘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제목들이다그의 주장을 '동사가 사라진 삶'을 되돌리자고 요약한다사회의 부속품으로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쓸모나 가치보다는 사회적 관계만을 의미하는 시대에는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대화된 가난'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반 일리치의 책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어떤 이가 떠오를 때가 있다요즘 잔소리가 유독 많아진 어떤 이에게 '선배에게 드리는 충고부분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물론 책 전체를 읽어보라고 말할 것이다선배에게 드리는 충고는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충고이기도 하고 꼰대스럽지 않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편지글이다부분 부분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존중 받기만을 바라고식사 자리에서 주목 받기를 바라는 모습은 나를 뜨끔하게 만들기도 했다발신인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강한 무기인 책을 읽기를 선배에게 권한다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세 화제가 바닥을 보인다며 책을 읽는다는 건 시대를 같이 산다는 것이고세상사에 참여한다는 것이고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일이라 충고한다책을 읽으면 조리 있고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질 수 있다. (193)

 

  야매 작가의 글쓰기 조언과 출판인으로서 출판사에 처음 투고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마지막 별책부록 선물 같았다여행 갈 때 가볍게 넣어가기도화장실에서 한 꼭지씩 읽기도 참 좋은 책이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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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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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비해 질병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과거에도 있었던 질병이지만 사람들은 질병을 연구하여 더 세분화하기에 이르렀다보험을 들 때도 수많은 보장 내역 중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병도사람들의 생활도 너무 복잡하고 세분화 되었다각각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삶을 재단하고 조언하여 소신껏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과거에 없던 수많은 전문가가 모세혈관처럼 퍼져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저자의 말처럼 미디어와 갖가지 중독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자신이 늪에 빠져드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생각들이다이반 일리치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어머니와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나치의 박해로부터 이탈리아로 피신한 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뉴욕에서 사제로 지냈다. 1961년 멕시코에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를 설립한 후 교육에너지교통의학노동매스 미디어 등의 산업 사회를 비판하는 책들을 썼다고 한다. (125-126쪽 볼프강 작스의 글 인용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파격적인 저작들이다이후 그는 기존 사회에서 외면 받기도 했으나 이른 죽음 이후 재평가 되며 사회에 던지는 묵직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메시지들은 우리에게 큰 일깨움을 준다.

 

  얼마 전에 읽은 그리움의 문장들이라는 책에서 저자가 강력히 추천해 도서관에서 빌려 이 책을 읽게 되었고마음에 쏙 드는 책 장정에 두껍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을 곁에 두고 싶어 구입하고다른 책 한 권을 더 샀다아마도 저자의 책들을 더 읽어보게 될 것 같다사실 이 책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곳이라 거세게 비판한다어쩌면 사회에 순응하는 부속품과 같은 존재로 만든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교육자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학생들이 단지 부속품적인 존재가 되지 않도록 저마다의 개성을 살리고자립적이며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겠다병원을 병을 만드는 곳이라 규정하는 그는 실제로 고통 중에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하니 자신의 신념을 얼마나 철저히 지켰는지 알 수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기존 세력들은 그의 목소리가 불편했을 것이다우리는 어떤 면에서 순응하는 사람들이지만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인지도 모른다자신이 전문가들에 휘둘리는지 어쩌는지수많은 미디어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무대응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광고에 휘둘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안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과거 우리 조상들은 만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였다양식을 생산하고이웃의 질병 회복을 도와주고장례를 함께 치르고집을 짓고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쓰던 것에서 멀어져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입지도만들지도 못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자급자족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 오래다손만 까딱 하면 손쉽게 물건을 삼으로써 기다림과 제작의 기쁨을 잃어버렸다수많은 외부의 목소리에 무기력해진 우리들은 이반 일리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목소리 리뷰: https://m.podty.me/episode/15405557

-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풍요에 사람들이 중독되고 그것이 문화 속으로 한번 배어들면 ‘가난의 현대화’가 생겨난다. 현대화 된 가난은 상품이 확산하면서 어김없이 발생하는 부정 가치의 형태이다. 이는 상품이 대량 생산되어 생겨난 사회적 비효율인데도 경제학자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도구로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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