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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평점 :
과거에 비해 질병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과거에도 있었던 질병이지만 사람들은 질병을 연구하여 더 세분화하기에 이르렀다. 보험을 들 때도 수많은 보장 내역 중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병도, 사람들의 생활도 너무 복잡하고 세분화 되었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삶을 재단하고 조언하여 소신껏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과거에 없던 수많은 전문가가 모세혈관처럼 퍼져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미디어와 갖가지 중독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자신이 늪에 빠져드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생각들이다. 이반 일리치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어머니와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 나치의 박해로부터 이탈리아로 피신한 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뉴욕에서 사제로 지냈다. 1961년 멕시코에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를 설립한 후 교육, 에너지, 교통, 의학, 노동, 매스 미디어 등의 산업 사회를 비판하는 책들을 썼다고 한다. (125-126쪽 볼프강 작스의 글 인용)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파격적인 저작들이다. 이후 그는 기존 사회에서 외면 받기도 했으나 이른 죽음 이후 재평가 되며 사회에 던지는 묵직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메시지들은 우리에게 큰 일깨움을 준다.
얼마 전에 읽은 그리움의 문장들이라는 책에서 저자가 강력히 추천해 도서관에서 빌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마음에 쏙 드는 책 장정에 두껍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을 곁에 두고 싶어 구입하고, 다른 책 한 권을 더 샀다. 아마도 저자의 책들을 더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곳이라 거세게 비판한다. 어쩌면 사회에 순응하는 부속품과 같은 존재로 만든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교육자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이 단지 부속품적인 존재가 되지 않도록 저마다의 개성을 살리고, 자립적이며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겠다. 병원을 병을 만드는 곳이라 규정하는 그는 실제로 고통 중에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하니 자신의 신념을 얼마나 철저히 지켰는지 알 수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기존 세력들은 그의 목소리가 불편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순응하는 사람들이지만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전문가들에 휘둘리는지 어쩌는지, 수많은 미디어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무대응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광고에 휘둘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안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과거 우리 조상들은 만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양식을 생산하고, 이웃의 질병 회복을 도와주고, 장례를 함께 치르고, 집을 짓고,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쓰던 것에서 멀어져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 입지도, 만들지도 못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 오래다. 손만 까딱 하면 손쉽게 물건을 삼으로써 기다림과 제작의 기쁨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외부의 목소리에 무기력해진 우리들은 이반 일리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목소리 리뷰: https://m.podty.me/episode/15405557
-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풍요에 사람들이 중독되고 그것이 문화 속으로 한번 배어들면 ‘가난의 현대화’가 생겨난다. 현대화 된 가난은 상품이 확산하면서 어김없이 발생하는 부정 가치의 형태이다. 이는 상품이 대량 생산되어 생겨난 사회적 비효율인데도 경제학자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도구로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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