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 마음 읽어주는 신부 홍창진의 유쾌한 인생 수업
홍창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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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생활 하는 이들 중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행복한 일들이 가득한 직장이어도 무언가 힘든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때는 한없이 평온한 시기가, 그리고 어느 때는 나쁜 일이 겹치면서 그 스트레스의 정도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계에 도달하게 되기도 한다. 

  요즘 들어 겹치는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쓰였었는데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다며 들고 와서 읽기 시작하는 걸 보고 참 좋은 분을 가까이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분도 요즘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었는데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해 읽고 남편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연두색 표지에 파스텔로 간단히 그린 그림 같은데 왠지 평화로워 보여 읽어보고 싶어 졌다. 챕터별로 마음 내키는 대로 읽던 남편이 거의 다 읽었다고 내려놓는 것을 보고 내 가방에 넣고 다니다 틈 날 때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내용은 다른 힐링 도서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신부님이 쓰셨지만 종교적인 내용보다는 인류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내용에 관해 쓰셨기 때문에 독자층이 넓을 것 같다. 서른 개의 작은 꼭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존감, 일, 위기, 가족, 종교와 정치, 여행, 죽음, 사랑, 우울, 성공, 고독 등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들을 망라하고 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므로 남들과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고독을 택하라고 한다. 일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화를 내기보다는 모든 일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을 넓게 가지라고 한다. 돌이켜 보면 화를 내어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화를 내지 않고도 남을 움직이는 사람이 최고수인 것 같다.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이의 감정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을 읽은 남편이 했던 ‘조금은 뻔뻔하게 살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너무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자신에게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이는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나만큼이나 남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를 잘하는 비결이 아닐까?

  지나간 일은 모두 창고 속의 보물이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다가왔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우리는 즐거웠던 좋은 추억도, 잊고 싶은 일도 존재한다. 그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꿈꾸고 바라는 미래를 위해 기쁨도, 슬픔도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다. 멀지 않은 미래에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테니까.






- 돈을 부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할 때, 비로소 돈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또,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내 집 곳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돈에 배신당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불행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돈을 갈망하게 됩니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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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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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아주 오랫동안 찔끔찔끔 읽었다그래서인지 리뷰를 쓰려고 하니 다른 책들과 섞이기도 하고 앞부분은 잊기도 해서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오래전 다녀온 여행을 어슴푸레 기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그런데도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읽는 매 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다여행의 그것과도 비슷하다결국 책을 사 두었다언제든 어디든 펴서 읽기 좋은 책이다혼자 있는 게 이렇게 좋아도 되나싶을 때 읽으면 위로가 된다.

 

  한때 작가의 책이 좋아 나오기를 기다려 읽다가 한동안 잊고 지냈다얼마 전 저자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그를 다시 떠올리고 이 책을 빌리게 된 것이었다여행과 사랑에 대한 그간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고 그가 말했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같은 게 있다면 멋진 사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본문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여행지 혹은 일상의 파편들이다읽다 지칠 때마다 눈요깃거리와 페이지 터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사람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던 그는 이제 조금은 자기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느낌이다허기진 사람처럼 여행을 하고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던 그는 혼자 있어도 꽉 차고때로는 여행도 지겹기도 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일까이 책이 그전 책들보다 더 좋았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주인으로 있다는 카페를 발견하고지난주일 오후에 잠시 다녀왔다그동안 근처에 갔었지만 그 카페는 처음이었다이 책을 펴낸출판사 건물 1층에 있었다고즈넉한 그곳에는 널찍한 테이블 몇 개가 있었고사람은 별로 없었다아이스커피가 맛있었고잔잔한 재즈 음악이 책 읽기에 좋았다처음 들어갔을 때 한 테이블에 앉은 남녀 중 한 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혹시 저분이 이병률 님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찾아보았다닮은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했다어쨌든 저자가 숨 쉬는 장소에 나도 함께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7시도 안 되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화장실 들르느라 올라가 보니 책이 많은 서재 같은 곳이 있고그 안에서 어떤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느낌이 좋은 건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아졌다동행이 있으면 있는 대로 즐겁겠지만 혼자 다니면 있고 싶은 곳에 얼마든 있을 수 있고떠나고 싶으면 마음대로 떠날 수 있어 좋다많은 생각들을 쏟을 수 있고나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것도 좋다저자도 혼자 여행하기를 권한다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면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기가 더 용이하다혼자가 혼자에게 혼자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책의 조언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내가 느끼는 것을 독자가 느낀다는 건 저자로서는 무척이나 보람된 일이다그런 의미에서 책을 다 읽고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작가에게는 좋은 독자일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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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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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났다. 인간에 대한 예의. 나의 마음속 깊숙이 항상 지니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제다. 제목이 너무 좋아 그분의 추천도서들 중 도서관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빌렸다. 제목이 유명한 듯하여 오래된 책인 줄 알았더니 코로나 이야기도 나오는 작년 6월이 초판 발행인 신간이었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비판적 사고를 지닌 훌륭한 글이었다. 


  이 책에는 여러 책이나 영화가 등장하는데 공교롭게 몇 편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이미 내가 본 영화여서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었다. 영화를 보더라도 사회와 연결 짓는 저자는 기자정신이 투철한 것 같다. 보지 못했던 <트루스>라는 영화를 조만간 만나봐야겠다. 사회의 한 부분을 글로 쓴다는 것, 그로 인한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다는 것, 게다가 혹시라도 오보일 경우 책임져야 할 어마어마한 뒷감당에 아침이 두렵다는 것이 기자와 신문 방송계 종사자들의 숙명일까? 


  저자는 얼마 한 SNS를 탈퇴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프레임에 따라 어떤 사건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자신의 의견과 상반된 댓글로 상처를 받기도, 오해를 하기도 한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은 조심스럽고,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소신껏 발언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감당하는 분들을 보면 용감하다는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똑같은 사실이 어떤 이에게는 죄악이 되기도, 또 다른 이에게는 누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책 제목과 같이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할 것 같다. 저자의 경험처럼 우리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자신도 모르게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를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어떠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기를, 그런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그때 내 마음을 문장으로 만든다면 아마 이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러분이 나아갈 사회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나쁜 일’이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차라리 불편한 사람이 되십시오. 불편한 사람이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뜻입니다. 원칙이 없으면 여러분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도 편하게 느끼겠지요. 원칙을 지키다 보면 여러분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해고되진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히려 빛나는 경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해지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여러분이 그 어려움들을 돌파해내리라 믿습니다."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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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조각하는 5가지 방법 - 위기에 대처하는 나 찾기의 힘
이나겸 지음 / 북퀘이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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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비슷한 일을 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내용과 관계없이 괜히 좋은 경우가 있다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저자의 메일이 그랬다바이올린을 오랫동안 해 왔다는 저자의 책은 꼭 읽어보고 싶은 정도를 넘어섰다책을 받아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내용이 섞여 있었는데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악기를 했다는 것은 그녀에게 어쩌면 콤플렉스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얼마나 고가의 악기를 쓰는 부잣집 자녀들이 많았을까그 비싼 입시 레슨을 통과했으니 말이다지금은 저자로유튜버로바이올린을 비롯한 음악 교육자로 여러 방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간의 고난이 자양분이 되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이다유튜브 채널을 보니 바이올린 방법을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이 많아서 나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자신의 재능을 나눈다는 면이 좋아 보였다.


  연주자들이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실수 없이 연주를 해낸다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프로 연주자나 성악가들도 실수나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이 책에서는 양자역학을 주창한 왓칭을 예로 든다누군가가 볼 때 무언가 다른 상황에 처하는 것 말이다무대에 설 때마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트라우마에 사로잡힌다그러지 않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저자는 음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사랑하라고 말한다연주자는 메신저라고 비유하며 존재감이 없이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음을 깨달으라고 하였다이런 작은 변화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나에 대한 사랑을 채우는 연습부터 하여 스스로를 사랑하고메모하며 한 음 한 음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하는 일이 음악가의 자세이자 생활인의 기본인 것이다.

  

  우리의 말이나 행동이 바로 우리의 성격이 된다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밝은 면을 보려고 애썼던 저자는 우리에게도 말을 조심하고습관을 조심하라는 마거릿 대처의 말을 인용하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우리가 훌륭해지려고 생각하는 만큼 훌륭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빈민가의 1학년 아이들을 학자라 부르고 그렇게 소개하게 한 후 아이들이 학자가 스스로 새로운 걸 배우고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엄청난 학력 향상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왓칭의 인용 부분은 교육자인 나에게 잊지 못할 대목이다어떤 것을 배울 때 1년 후 그만두겠다는 아이들보다 평생 하겠다는 아이들의 성취 수준이 4배나 높았음을 기억하고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평생을 목표로 연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어야겠다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바라볼 때 그 성과가 뛰어나게 된다.


  이 책의 말미에 액션플랜이라는 것을 소개하는데 매 레슨이나 연습 시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다바이올린 카페에서 레슨 일지를 쓰는 분들이나 블로그에 자신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실력을 향상해 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나는 레슨 일지라는 것은 거의 써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이제부터라도 가끔 녹음이나 녹화한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겠다고 다짐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리하자면 저자는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을 찾고해야 할 것들을 실행하고자신을 존중하며 습관을 형성하고자신을 돌아보고 용서하며꿈을 위해 기록하는 다섯 단계를 통해 극복해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결국 우리가 당하는 고난을 남의 탓으로 돌리느냐아니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믿고 도전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앞으로 저도 평생 바이올린을 배우고 익히며 연주할 것을 다짐해 본다한 음 한 음한 사람 한 사람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위 글은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566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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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리커버 및 새 번역판) -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윤성 옮김 / 동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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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익숙한 이 책을 읽어보았다. 가벼운 에세이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쉽지 않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내려간 요즘 사회를 너무나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하는 그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은 처음이어서 저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를 피해 소련에 갔다 바르샤바로 돌아와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해 바르샤바 대학교의 교수로 있었다. 공산당 주도의 반유대 캠페인 동안 국적을 박탈당한 후 영국에 정착했다. 개인의 인생으로 보자면 우여곡절과 아픔이 많은 삶이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출판한 이후이고, 이후 30여 권의 책을 출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대, 그 원인은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온라인 덕분이다. 과거의 우리는 ‘심심하다’는 말을 자주 썼던 것 같다. 전화로 ‘심심해, 뭐 해?’하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하거나 혼자 말로도 ‘심심하다, 뭐 재미난 것 없을까?’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심심할 틈이 없다. 하루에도 열두 번의 열두 번도 더 핸드폰을 쳐다보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이 올라왔는지 보는 일을 하느라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하나 보려면 손꼽아 기다려 영화관을 찾았던 것에 비해 손가락만 까딱하면 재미난 영화들이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고, 젊은 세대들에게 게임은 대화의 필수요소가 되기도 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진 우리는 힐링하는 시간을 내어 조용한 장소를 찾는 것이 로망이 되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중학생이 핸드폰을 비닐에 싸서 화분에 묻고 며칠을 지내는 것을 보았다. 핸드폰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과 남들과의 연결성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왜 고독이 필요할까? 바우만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치며 그것은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이 그런 것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21쪽)


  사회가 변화하면서 문화 전반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런 변화들을 걱정만 하기보다는 사회를 보는 정확한 눈을 키워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 속에 나오는 내용 중 너무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들에 대한 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우리나라보다 아마 외국의 사례는 더 심할 거라 생각된다. 영상이나 SNS로 아이들은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상업주의는 아이들에게 더 갖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게 되고, 아이들은 동심을 빨리 잃어버리는 것이다. 소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해 오던 일들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 변화로 급증한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더 만연한다고 한다. 그 결과는 사회 범죄로 이어진다. 불평등의 최고봉은 미국이고 최하위는 일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137쪽) 이웃도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가난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가 짧은 기간에 일확천금을 얻었다면, 아니면 땅이나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평등은 사회 병폐를 키우는 원인이며 결국 우울증의 증가로 이어진다.


  바우만은 44편의 편지들 중 세 편이나 할애해서 교육이 푸대접받고 있다고 말한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엉터리가 되는 세상에서 교육은 방향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현대 사회를 유동하고 휘발한다고 이야기하였다. (150쪽) 견고하게 이어져 내려온 교육, 기억력이 자산이었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가치 있는 능력이었던 시대에 비하면 오늘날은 오히려 그 기억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혼란을 낳는 경우가 많으며 게다가 쓸모없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151쪽) 하루가 다르게 첨단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 사람들은 학교에서 뿐 아니라 평생을 배워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자들은 과거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일에 직면했다.


원문: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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